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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lea Nov 11. 2024

새로운 사랑을 시작할 때 필요한 것

우리는 드라마 같은 아름다운 사랑에 대한 로망이 있다. 특히 우리가 갖고 있는 사랑에 대한 환상은 이런 게 아닐까 싶다.  '내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고, 사랑해 주면서 영원히 내 곁을 떠나지 않는, 나만 바라보고 나만 위하는 사랑. 그 어떤 것도 모자람이 없는 완벽함, 나의 모든 결핍과 환상을 충족시켜 주는, 나를 완성시켜 주는 단 한 사람'에 대한 환상이다. 그런 사람이 나타나면 나의 모든 결핍과 불행이 일시에 드라마틱하게 사라지는, 그런 구세주 같은 환상이다

  

그런 짝이 물론 존재할 것이다. 고된 여정 끝에 회복이 필요할 때, 휴식처럼 저런 인연이 다가올 수도 있다. 어떤 간절함이 있었을 것이다.'이제는 이런 짝을 만나고 싶어. 그런 사람이 오면 정말 잘해줄 거야'하고 말이다. 그러나 '아쉬울 거 없이 혼자 잘 먹고 잘 사는'사람도 요즘에는 너무 많다. 단지 혼자 있기는 외로운 것이다. 이런 경우는 사실 딱히 상대에게 마음의 문이 잘 열리지도 않는다.


요리조리 엄청나게 따지는 경우 

 상대를 만날 때 서로 원하는 점은 당연히 있을 수 있다.  그런데 그 원하는 조건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까다롭기가 이루 말할 수 없다.(본인은 잘 모르는 게 함정) 아주 촘촘한 그 조건을 통과할 수 있는 사람이 일단 몇 없고, 설령 통과했더라도 만나다 보면 금방 단점이 드러나 보인다. 그리고 나는 그 단점을 받아들일 이유가 없다.

왜, 난 아쉬울 거 없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요리조리, 수만 가지 이유로 (마치 합리적인 듯 보이는 ) 조건을 들이대는 것은, 자신이 기억하는 절대적 사랑에 대한 기억이 너무나도 강렬하기 때문이다. 그 절대적 사랑에 대한 기억은 특정 인물로 대표될 수도 있다. 그 특정 인물과 이번 생에 만나 아주 충만한 사랑을 나누었다거나, 그 특정 인물과 이번생은 아니지만, 전생의 어느 시점에 만나 충만히 나눈 사랑이 가슴 깊이 각인되었다면, 자기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그 사람 아니면 안 돼."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비슷하게는 "이것만이 사랑이야"라는 마음과 기준을 자신이 갖고 있게 되는 것이다.


"나는 그런 기준 같은 거 없는데?"

"나는 그렇게 기억에 남는 사람 없는데?"

"나는 그 사람 진작 잊었는데 무슨 소리임?"


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말했듯, 우리 영혼의 뿌리에 그런 마음이 남아있다면, 내가 새로이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 있어서 대단히 높은 잣대를 들이댈 수밖에 없다. 마음의 철벽인 것이다. 그런 사랑 아니면 나는 싫은 것이다. 그 사람 아니면 싫은 것이다. 그래서 상대방을 거절해 왔던 수많은 이유들은 사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별로 중요하지 않았던 때도 많았을 수 있다.


셀프체크

Q. 누군가 왜 새 만남을 시작했다. 내가 생각해도 내가 조건을 들이미는 습관이 정상을 넘어서 있는 것 같다. 그 이유가 뭘까? 내 사랑의 기준은 뭐였을까?


 사실 저렇게 상대방에게 수많은 잣대를 들이대는 경우는 지금까지의 여러 여정을 통해서 많이 지쳤을 수 있고, 여러 가지 불편한 경험을 통해서 사회나 인간자체에 대한 믿음 같은 것들이 닫혀버렸을 수도 있다. 나를 다치게 한 것도 사람이지만, 나를 구원해 주는 것도 사람일 수 있다. 당신이 어느 정도 스스로에 대해 갈고닦음이 있었다면, 분명히 이전과는 다른 삶을 창조할 수 있을 것이고, 의외의 순간, 의외의 사람에게 위로와 치유를 받을 수도 있다. 조금만 용기를 낸다면 말이다.


새로운 사랑을 시작할 때 필요한 것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는 결혼식날에 얼굴을 처음 봤다고 한다. 이후 칠십 년을 함께 사시곤 할머니가 먼저 하늘나라로 가셨다. 할아버지, 할머니 시대는 격동의 세월이었던 만큼 내가 들은 것 만도 다사다난했다. 그 시절엔 그렇게 생존이 위협받던 시절이었으니 사람과 사람 간의 결속이 더욱 단단하기도 하였을 것이다. 어쨌거나 두 분의 결혼생활은 언뜻 고난과 역경으로 점철된 듯 보이지만, 우리가 '사랑'이라고 할 때 환상을 품는 요소들이 숨겨져 있다. '슬플 때나 기쁠 때나 함께 하는 것', '검은 머리 파뿌리가 될 때까지 변치 않는'과 같은 요소다.

누구나 저렇게 살아봐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홀로 성장하는 습이 강하고, 무언가를 버림으로써 성장을 해왔던 영혼들에게는 누군가와 함께 하고, 또 그것을 어떤 일이 있어도 유지하고 지켜 내는 힘이 굉장히 약할 것 같고, 영혼들로서는 언젠가는 한 번은 획득해보고 싶어 하는 부분이지 않을까 싶다. 그것이 그 영혼에게 자유를 주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새 만남을 시작함에 있어, 당신은 이제 더 이상 그 어떤 이성과의 만남도 시큰둥할 수 있는데, 만약 당신이 "예전과는 다른 연애를 해보고 싶어"라고 마음먹었다면, 그 시점에 당신 앞에 나타난 이성들에 대해서 한 번쯤은 다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예전처럼 그냥 확확 쳐내는 것이 아니라 말이다. 당신은 새로운 만남에 대한 자기 자신의 두려움을 자각한 상태이기 때문에, 이 사람도 별로고, 저 사람도 별로일 수 있지만, 당신이 저런 주문을 걸었기 때문에 당신 앞에는 그것에 알맞은 여정을 찾아갈 수 있는 사건들이 창조되기 시작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 드라마는 내가 예측하기 어려운 형태로 펼쳐질 수 있다.



 1단계 :그냥 먼저 한번 줘 보기

 그래도 내가 그냥저냥 싫지 않은 상대, '해볼 만하다'라고 생각하는 상대를 만났다고 해도 당신의 머릿속은 온갖 생각들로 복잡할 것이다. 이전 망한 연애의 트라우마, 예전에는 이렇게 이렇게 했는데 이렇게 되었다 식의 인과관계, 피해의식, 스스로에 대한 자신 없음과 방어로 가득 차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상대가 어떻게 하는지에 따라' 내가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포지션을 잡게 된다.

 이는 언뜻 내가 손해보지 않으려는, 계산적인 행동일 수 있지만 사실 상대 반응 봐 가면서 무엇을 한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피곤한 일이다. 에너지적으로는 오히려 손해인 것 같기도 하다.  사실 저런 계산은 나를 지켜내고 싶은, 두려움에 가득 찬 행동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연애란 내가 하고 싶으면 하는 것이고, 말고 싶으면 마는 것이다. 상대 반응 따라서 쟤가 요만큼 주면 나는 요만큼을 주고, 쟤가 저만큼 주면 나도 저만큼 줘야지라고 생각하면 내가 원하는 것에 집중하기가 오히려 더 어렵다. 일단 만남을 시작해보고 싶다면, "그냥 먼저 한번 줘 보는"건 어떨까. 자존심이 상할 수도 있다. 내 모든 패를 먼저 내어줘 보이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사실 내 영혼이 원하는 본질은, "내 경계를 한번 깨 보는 것"이다. 설령 이 사람과 잘 안된다손 치더라도, 당신의 이 행위 한 번은 당신이 가진 두려움을 뛰어넘을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것이다. 또 상대방에게 휩쓸리지 않고 내가 원하는 것에 집중한다는 의미도 된다.

  

https://www.youtube.com/watch?v=pkSpajwRs2w&list=PLKbessKr3g6XgOgSuXf0_m8Wm3jFjtd4H&index=5


"그냥 먼저 한번 줘 보는 것"은 불교에서는 무주상보 시라고 부른다고 한다. 어떤 대가를 바라지 않고 그냥 주는 것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대가를 바라지 말아야지, 기대를 말아야지"라고 계속 생각하는 것도 집착일 수 있다. 그러나 내가 해보고 싶은 것이 용기를 내 보는 것이라면, 내 두려움을 깨나 갈 조그만 한 걸음을 내딛는 것이라면 한 번쯤 해볼 법하다. 그것은 내가 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특별한 것을 주지 않아도 된다. 집착적으로 줄 필요도 없다. 언뜻 넌지시, 인사 한마디, 위로 한마디 먼저 건넬 수도 있는 것이다. 남자, 여자이기 이전에 이 고단한 삶을 살아나가는 우주의 존재로서 말이다.


2단계 :나무에 물을 주는 심정으로

 저런 형태로 만남을 시작했더라도, 마음이 일정 부분 이상 커지지가 않을 수 있다. 그럴 때는


'나무에 물을 주는 심정으로' 매일 일정시간 작은 관심을 주면 상대에 대한 마음이 커져간다. 때론 물을 주기도 하고, 때론 햇볕을 쪼여주고, 때론 바람도 쏘여주고. 상대의 상태를 봐가면서 말이다.


 그것은 강렬하고, 짜릿하고, 도파민 터지는 사랑까지는 아니지만, 그런 매일의 조그마한 노력들이 쌓이고 쌓여 나도 모르게 어느새 짜릿하고, 도파민 터지는 사랑으로 변할 수도 있다.


https://youtube.com/shorts/Ww7n4oRoznI?si=TK3PLBFYJLThre9i

매일의 꾸준함이 관계를 지키고 키우는데 갖는 힘은 막강하다.



 

"꼭 그렇게까지 해야 되냐."


 싶기도 하지만 말은 저렇게 하면서도, 한 번쯤 저렇게 해보고 싶으신 분들도 있을 것 같다. 나는 저런 방법으로 나에게 절대 새로이 돋아날 것 같지 않던 새 사랑의 잔뿌리를 조금씩 내려갔다. 그리고 어느 날부턴가 굉장한 자유로움, 해방감을 얻었다. "이런 게 사랑이야"의 오랜 족쇄에서 스스로 조금씩 풀려나는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솔직히 말하면 이 모든 글을 통틀어서 나에게 가장 큰 힘을 주었던 행위였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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