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3-1
나는 문어, 무너지지 않아.
지난밤 거의 뜬눈으로 지새운 후, 출근길에 갑자기 이 노래가 떠올랐다.
몇 달 전 T, V에서 본 통신사 광고의 한 대목이다. 마이크를 든 분홍색 문어가 소리 지르며 부르는 노래인데 머릿속에 쏙 들어왔었다. 난 오늘 그 문어가 된 것 같이 마이크를 쥐고 소리치고 싶었다.
그래 미친놈들이 판치는 세상이지. 알고 있어. 미친 세상에서 살려면 미치거나(그들처럼 되거나), 아니면 철저히 그들을 무시하면 될까.
그들과 싸우는 것은 어렵다. 미친놈을 제정신으로 상대한다면 어쩌면 명확한 패배가 기다리고 있을 수 있다.
그들은 예의가 없지만 우리는 지켜야 하고 그들은 지식이 없지만 우리는 있어야 하고 그들은 욕할 수 있지만 우리는 할 수 없으니까.
“민쌤, 큰일 났어요. 민원이 폭주해서 감사실이 발칵 뒤집히고, 간부회의하고 난리 났어요.”
일베로 유명한 ##인사이드의 수많은 커뮤니티 중 **갤러리라는 고양이 혐오사이트가 있다. 회원이 많은 전국적인 커뮤니티다. 그곳 게시판에 우리 공원 급식 터에 붙은 고양이 사랑 동아리 스티커 사진이 올라온 모양이었다.
그들이 문제 삼은 것은 “길고양이는 동물보호법으로 보호를 받는 보호동물입니다”라는 문구와 “동물보호법 제 8조에 의거, 동물 학대 행위는 3,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하게 됩니다”였다.
**혐오사이트에서는 길고양이는 보호동물이 아닌데 보호동물이라고 주장했다는 것과 동물보호법 8조가 아니라는 것을 지적했다. 그리고 공무원들이 세금으로 고양이를 보호한다며 이런 동아리는 당장 해체해야 한다는 댓글이 넘쳐났다.
공원 급식 터는 보건소에서 지난해 7월 공공 급식 터로 지정되었다. 하지만 보건소에서 한 일은 그것이 다였다. 동아리는 급식 터가 사적 적치물이라며 들어오는 잦은 민원에 대응하기 위해 1년 전 보건소의 허가를 받아 스티커를 붙였다.
확실히 이 스티커를 붙인 이후 민원이 줄었다. 그러나 이렇게 큰 역대급 민원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줄이야. 스티커에는 「 **구청 직원 고양이사랑 동아리」라고 명시해 놓았기 때문에 이들이 우리 구청 게시판에다가 항의 글을 엄청나게 올린 것이었다.
길고양이가 보호동물이라는 것은 논란의 여지없이 정확했다. 동물보호법에서는 “동물”이란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신경 체계가 발달한 척추동물로 규정함으로써 포유류인 고양이가 보호동물인 것은 당연하기 때문이었다.
동물보호법 제 8조에 규정되었던 과태료 규정이 2023년 6월 27일 확대 강화 개정됨으로써 제10조로 옮겨가긴 했다. 하지만 우리가 그 스티커를 붙인 것은 지난해였다. 그들이 문제를 제기한 시점은 7월 초로 개정된 지 열흘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공무원이 고양이를 돌본다고? 그럼 누가 돌보아야 하지? 우리는 근무시간이 아닌 점심시간과 퇴근 이후의 시간에 급식과 중성화를 해왔다. 세금은커녕 모두 우리 월급에서 회비를 모아서 사료 공급과 중성화를 하는 것이다.
오히려 보건소에서 안정적인 사료 공급을 통해 중성화를 책임져야 함에도 국가가 하지 못하는 것을 우리 동아리에서 책임지고 있었다. 중성화로 길고양이의 개체 수 증가를 막고 공원 청소까지 함으로써 공원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편의에 도움을 주고 있는데 무슨 소리지?
우리가 없었다면 공원은 길고양이로 넘쳐났을 것이다. 공원의 길고양이들은 우리 동아리 때문에 대부분 중성화가 되어있는 상태였다.
【품종 고양이만 고양이다. 고양이 입양하지 말고 사세요】
참고하기 위해 들어간 **싸이트에는 이런 문구가 커다랗게 걸려있다. 동물보호 사이트의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라는 문구를 패러디한 것인가 보았다.
이 문구는 백인종만 인간이라며 흑인이나 황색인종을 사고팔았던 이백 년 전 노예 시대의 처참한 광경을 떠올리게 했다.
이런 미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