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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만석 Mar 16. 2023

내 몸 재우기 기술, ‘백곰수면법’

매주 토요일 오후에 8살, 5살 공주들이 온다. 금요일부터 준비한 음식과 이런저런 놀이로 할머니와 할아버지와 하루 밤을 보내고, 다음날 아들 내외와 저녁 식사를 함께하면 가족모임이 마무리된다. 언니가 아장아장 걸음마 때부터 그래왔다. 귀엽기도 하지만, 놀이와 자연스러운 자각을 통해서 깨쳐가는 것을 보노라면 늘 신기하다. 다행히 언니는 할아버지를 더 좋아하는 편이고, 동생은 할머니를 더 좋아하니 자연스레 언니는 할아버지가, 동생은 할머니가 재운다. 가슴을 또닥거리다 보면 금방 꿈나라로 간다. 신기하다. 


그런데 할아버지와 할머니인 우리는 어떤가? 한 달에 서너 번 일어나는 긴 잠(6시간 정도?)이 있었던 날은, 살맛 나는 상쾌한 아침이 될 정도다. 그럼 이런 늘 상 불편한 잠자리가 일종의 병일까? 모임의 가장 빈번한 주제 중 하나가 수면에 관한 이야기니 어쩌면 노화의 과정에 흔히 나타나는 증상일지도 모르겠다. 노령층만 대상으로 수면의 질적 정도를 확률분포 곡선을 만든다면, 종모양의 정규분포 곡선이 될 것 같고, 청년들 같은 정상수면은 아마 표준편차의 끝단(약 2% 정도)에 속할 거다.


나에게도 60이 될 때쯤 갑자기 불면이 찾아왔다. 그로부터 10여 년간, 좋다는 것은 거의 다 해 봤다. 맞춤 베개도 여러 번 바꿔봤고, 몸이 피곤하면 곯아떨어질까 해서 격한 저녁운동도 해보기도 하고, 좌욕도 해보기도 하고, 발목펌프운동(반원원목에 발목을 뚝뚝 치는 운동)을 해보기도 하고, 오돌토돌한 지압판 위에서 고통을 견디며 발바닥 수면혈을 자극해보기도 하였고, 잠을 청하려 눈을 감고 개울을 넘는 양을 수 백 마리 세어보기도 하고, 이어폰을 낀 채 특정 주파수 수면음악을 들어가며 30분, 1시간을 넘겨보기도 하고, 며칠을 억지로 버티어 보기도 하였다. 좋다는 방법은 대부분 강행해 봤다. 수면에 좋다고 하여 따끈한 우유 한잔에 바나나를 먹어보기도 하고, 광고하는 보조제나 타트체리도 먹어보기도 하였지만, 그리 큰 도움을 얻지 못하였다.  


결국 잠을 설친 날이면, 피곤해지지만 생로병사의 정상적인 과정이라고 속 편하게 스스로 위안하고 덤덤히 받아들이고 만다. 어린 손녀들처럼 잘 먹고, 잘 놀고, 잘 싸고, 잘 자면, 어찌 늙어감이 있겠는가?  


우연히 읽은 인도의 수도승 라우르 고팔다스가 쓴 책‘아무도 빌려주지 않는 인생책’에 이런 구절이 있다 “인간은 아름답게 불안한 존재다. 만약 당신이 좌절을 느낀다면, 정상이다. 만약 당신이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 때문에 우울한 기분이 든다면 정상이다. 만약 당신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앞으로 어떤 상황이 전개될지 불안 해 한다면, 정상이다........ 부정적인 감정들을  겪는다면 정상이다....... 그러한 감정을 겪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다. 우리는 로봇이 아니다.” 여기에 이런 구절도 넣고 싶다. ‘노화과정에 일어나는 수면의 질적 저하라면 지극히 정상이다.’ 


우연히 최근(약 2개월 정도 경과했음)에 어쩌다가 잠을 심하게 설친 날들을 곰곰이 되짚어 봤다대게 그런 날은 머리가 더웠다.’ ‘발도 더웠다.’ ‘몸 전체가 더웠다.’ 혹시 너무 내 몸이 더워져서 교감신경이 너무 흥분된 상태가 되었고이것이 수면 불안정을 불러온 것은 아닐까그러니 반대로 몸을 덥지 않게 만드는 것이 부교감신경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그래서 일단 잠자는 방안온도를 섭씨 20도 정도로 만들고침대 이불속 온도는 30도로 하여 수면 내내 따뜻한 정도가 유지되게 하였다그렇게 했더니 훨씬 좋아졌다현재까지 시도했던 수면 방법 중 중 최고인 것 같다. 

     

한마디로 백곰이 눈 속에 굴을 파고 겨울잠을 자듯이 자는 것과 같다고나 할까그래서 나름  백곰수면법이라 작명한다


수면에 도움이 될까 하여 반드시 지키는 몇 가지가 더 있긴 하다. 머리를 덥게 하지 않을 베개 사용하는 것, 코로만 숨 쉬게 수면 테이프를 사용하는 것, 숙면에 좋다는 발 지압과 손 지압 등이다. 그리고 처방을 받아 멜라토닌도 복용하기도 하고, 다음날 일찍 기상해야 되는 경우는 준비한 수면 유도제도 과감히 활용한다.  


그리하여 최근에는 수면에 대한 강박에서 조금은 벗어난 것 같기도 하다. 70 내지 80%의 만족도를 얻고 있으니 일단은 성공이다. 그리고 나머지의 부족함은 ‘노화과정에 일어나는 수면의 질적 저하’라고 덤덤히 받아들인다. 


‘백곰수면법.’ 이만하면 내겐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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