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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현모 Oct 09. 2021

그리고, 그러나

호흡 한 번, 그리고 달리 보이는 것들

꽤 자주, 아주 작은 것에도 흔들린다. 남들이 별생각 없이 흘리고 간 작은 말 하나하나에 상처를 받고, 특별한 이유 없는 자연현상에 멈칫거리며, 평범한 일상의 한 조각에도 위태로워진다. 반대로 작은 것에서 위로를 얻기도 한다. 다만 작은 것으로부터의 위로는 작은 것으로부터의 상처보다 드물다. 예상치 못한 빗속에서 느끼는 낭만, 기대하지 않았던 아름다운 풍경으로부터 얻는 즐거움과 경이로움, 책을 읽다 우연히 발견한 한 구절에서 얻는 위안 같은 것은 앞서 나열한 수없는 파편들보다 귀하고 찾기 어렵다. 그래서 작게 얻은 상처는 작게 치유될 수 있지만, 그것은 결코 상쇄될 만한 것은 아니다.


마음만큼은 큰 것, 넓은 것을 추구한다. 작은 것에 무너지지 않기를, 때론 흔들리고 주저앉더라도 멀리를 보고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흔들릴지언정 꺾이지 않기를 희망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워낙 예민하고 연약한 탓에 의도되지 않은 것들로부터 혼자 상처를 받고, 쉬이 무너지고 꺾인다. 어느 순간 내가 다시 뿌리내리고 자라고 있는 것 같다가도 다시금 뿌리째 뽑혀 만신창이가 된 스스로를 발견한다. 바람이 나를 가볍게 스쳐 지나가길 바라나 흔들리는 공기를 느낄 때마다 나도 모르게 그 바람결을 따라가게 되어 결국 깊은 곳까지 흔들려 위태로워지고 만다.


작은 것에 상처 받고, 휘몰아치는 바람에 꺾이더라도 작은 것에서 위로를 받고 나부끼는 바람을 즐긴다. 상반된 것들과 공존하고 그렇게 시간이 흘러간다. 모든 것에는 끝이 있다지만 아직도 너무나 마지막은 아득하게만 느껴지고, 내가 머무는 곳이 어느 순간인지도 잘 가늠이 되지 않으나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다. 깊이 사랑했던 것이 무망 해지고, 절절히 기억하고 싶던 것들이 덧없어진다. 그러다 새로운 것을 찾아 사랑하고 아끼고 행복해한다. 느리게, 그리고 빠르게, 사랑하고 질리고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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