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에게 람보르기니를 사 주셨다
일금 이만 오천 원을 들여
할머니가
어린이날은 그렇게 기쁜 것이었으나
열심히 가지고 놀다가
망가뜨렸다
엔진이 고장 난 람보르기니는
엉겁결에 그렇게
멈췄다
잊을 만한 때 내가 다시 살려 보려고
아이 보는 앞에서
개복했다
시간은 흘러 모든 부품이 해체되고
아이는 기대한 채
나를 보았다
나는 고개를 내저으며 마지막을 알렸다
이제 다시 못써 하고
나사를 놓았다
아이는 그때부터 울기 시작했다
도무지 멈추지 않고
꺼이꺼이
아침에 시작한 울음은
점심을 지나
밤까지
아까 왜 그렇게 울었어
아이는 말했다
없어져서
아이는 마지막 나사가 떨어질 때
람보르기니가 없어지는 걸
보았다
장난감이었지만 처음 죽음을
그렇게 눈앞에서
보았다
존재의 소멸 앞에서
아이는 그렇게
거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