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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마리 Oct 06. 2021

아이와 장난감

손자에게 람보르기니를 사 주셨다

일금 이만 오천 원을 들여

할머니가


어린이날은 그렇게 기쁜 것이었으나

열심히 가지고 놀다가

망가뜨렸다


엔진이 고장 난 람보르기니는

엉겁결에 그렇게

멈췄다


잊을 만한 때 내가 다시 살려 보려고

아이 보는 앞에서

개복했다


시간은 흘러 모든 부품이 해체되고

아이는 기대한 채

나를 보았다


나는 고개를 내저으며 마지막을 알렸다

이제 다시 못써 하고

나사를 놓았다


아이는 그때부터 울기 시작했다

도무지 멈추지 않고

꺼이꺼이


아침에 시작한 울음은

점심을 지나

밤까지


아까 왜 그렇게 울었어

아이는 말했다

없어져서


아이는 마지막 나사가 떨어질 때

람보르기니가 없어지는 걸

보았다


장난감이었지만 처음 죽음을

그렇게 눈앞에서

보았다


존재의 소멸 앞에서

아이는 그렇게

거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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