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은 진짜니까
요리 경연 프로그램 〈흑백요리사〉를 봤다.
맛은 기본이고, 자기만의 색이 있는
최고의 요리사를 뽑는 무대다.
시간 안에 요리를 완성해야 하는 압박,
심사위원의 한 숟갈에 달린 운명,
저 음식은 대체 무슨 맛일까 하는 궁금증까지.
보는 사람까지 숨 죽이게 만들었다.
결승전에서 최강록 셰프의 말이 기억에 남았다.
누가 봐도 이미 완성형처럼 보이던 사람이 말했다.
“저는 요리를 잘하는 척을 해왔습니다.”
잘하는 ‘척’이라니.
그는 스스로를 특별한 요리사가 아니라고 했다.
주방에서 티 나지 않게 묵묵히 일하는 수많은
요리사 중 한 사람일 뿐이라고.
운이 좋아 여기까지 왔다고 했다.
그 겸손한 모습에 마음이 동했다.
심사위원이던 안성재 셰프도 비슷한 말을 했다.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척’하며 살아간다고.
본인도 그랬다고.
생각해보니 나도 그렇다.
착한 척.
쿨한 척.
상처 안 받은 척.
똑똑한 척.
믿음 좋은 척.
좋은 엄마인 척.
괜찮은 아내인 척.
부지런한 사람인 척.
가만히 적어보니,
생각보다 많은 척을 하며 살고 있다.
‘척’은 쉽지 않다.
그만큼 에너지가 든다.
어쩌면 진짜가 되는 것보다 더 힘들지도 모른다.
그래서일까.
나는 이 ‘척’이 꼭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척을 한다고 해서 마음까지 가짜는 아니니까.
그렇게 되고 싶어서
아직은 아니지만, 그 방향으로 몸을 기울이는 것.
나는 그게 ‘척’이라고 생각한다.
최강록 셰프가 요리를 잘하는 척을 하다가
결국 요리에 매달리고, 연구하고, 공부하며
정말 실력이 쌓인 것처럼.
처음엔 어색한 흉내였을지 몰라도
어느 순간 그게 몸에 배어버리는 것이다.
나도 그랬다.
책 많이 읽는 사람인 척을 하다가
읽은 책들이 쌓이기 시작했고,
글 까지 쓰게 됐다.
믿음 좋은 사람인 척을 하다가
하나님과 보내는 시간이 자연스러워졌다.
그저 척을 했을 뿐인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진짜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말하고 싶다.
척이라도 하자.
완벽하지 않아도,
아직 부족해도,
조금 어색해도.
그 방향으로 서서 계속 걷다 보면
언젠가는 그 자리에 닿는다.
오늘은 척일지라도
어느 날은 더 이상 척이 아닐 것이다.
노력은 생각보다 정직하니까.
그래서 오늘도
나는 열심히,
조금은 뻔뻔하게,
좋은 사람인 척을 하며
그렇게 오늘을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