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 안 한다며??

기대는 줄이고 사랑은 더하기

by 북짱


며칠 전 발렌타인데이였다.




어떤 사람들은 초콜릿 회사가 만들어낸 날 아니냐며

불평을 하기도 하지만 우리는 그 핑계로 맛있는 저녁을 먹거나 소소한 데이트를 한다.




우리 남편은 서프라이즈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프로포즈도 제대로 못했고,

무슨 날이면 꽃이나 카드를 써달라고 내가 먼저

말해야 한다.

선물도 미리 말하지 않으면…

높은 확률로 리턴각이다.




그래서 기대를 잘 안 한다.

결혼 13년 차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이 사람 성향을 너무 잘 아니까.




그런데 이번엔 이상했다.

발렌타인데이 며칠 전부터

하루에 하나씩 선물을 가져왔다.


“무슨 일이지?”


기대하지 않았기에 더 놀랐고,

기대하지 않았기에 더 기뻤다.^^


기대라는 건 참 묘하다.

기대하지 않았을 때 오히려 더 좋고

잘못된 기대를 했을 땐 관계를 갉아먹는다.



“기대한 내가 잘못이지.”

이 말, 한 번쯤 안 해본 사람 없을 것이다.

나도 많이 했다.




신혼 초에는

여행도 자주 다니고,

기념일마다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도 가고,

주말이면 둘이 카페도 가고,

그런 부부 생활을 상상했다.




그런데 현실은?


집돌이 남편.

여행 계획? 관심 없다.

레스토랑? “집밥이 제일이지.”

그냥 일하고 집에 있는 게 제일 편한 사람.




나는 자꾸 “못한 것”만 세기 시작했다.

여행 못 간 것,

꽃 못 받은 것,

분위기 못 낸 것.




그게 쌓이니까 서운함이 되고,

서운함은 분노가 되고,

실망하게 되고

남편은 점점 눈치를 봤다.




그게 잘못된 기대였다.

사람은 잘 안 바뀐다.

그리고 솔직히, 나도 잘 안 바뀐다.




각자 잘하는 게 있고

진짜 못하는 게 있다.

못하는 걸 자꾸 요구하면

사랑이 아니라 평가가 된다.

그 순간부터 관계가 피곤해진다.




그래서 방향을 바꿨다.

여행은 내가 계획한다.

대신 남편이 잘하는 걸 인정해 준다.

묵묵히 책임지는 것,

말없이 버텨주는 것,

티 안 내고 챙기는 것.




지금은 안다.

그게 이 사람 방식의 사랑이라는 걸.




그래도 가끔은

“이 정도는 알아서 해줘야 하는 거 아니야?”

하고 속이 뒤집어질 때도 있다.

나도 사람이니까.

그럴 때마다 다시 생각한다.

이 사람은 이렇게 생겨먹었고

내가 고른 사람이다.^^;;




어떤 언니는 “고쳐서 쓴다”고 하는데

솔직히… 사람은 잘 안 고쳐진다.

바꾸려고 애쓰기보다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쪽이

덜 피곤하다.




나도 완벽하지 않다.

내 까칠함, 내 예민함, 내 잔소리.

남편은 그걸 다 알면서도 그냥 받아준다.




13년이 지나고 나니 알겠다.

사랑은 감정이 아니라 선택이라는 거.

가만히 있으면

서로를 모른 채로 멀어진다.




그래서 우린 계속 묻는다.



요즘 뭐가 힘든지,

뭐가 좋은지,

뭐가 속상한지.

더 자주

고맙다고 말하며,

사랑을 표현한다.




주변을 보면

20년, 30년을 함께 살면서도

아직도 서로를 너무 모르는 부부도 많다.




나는 그렇게 살고 싶지 않다.

미워하는 시간으로 인생을 채우기엔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너무 짧다.

언제 누가 먼저 떠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건 정말 하나님만 아신다.




그래서 나는

잘못된 기대 대신

좋은 기대를 하기로 했다.



“이 사람이 바뀌길”이 아니라

“우리가 오늘도 잘 웃길.”




아이들에게도,

남편에게도,

그리고 나 자신에게도.

기대는 줄이되,

사랑은 더하면서.



그렇게 오늘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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