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런

뛰고 사랑하고

by 북짱



새해 다짐보다 감기가 더 성실했다.

꼬박 2주를 함께했다.




징하게 붙어 있던 감기 덕분에 작정했던 새해 계획들은

제대로 시작도 못 해보고 1월이 지나가고 있다.




그중 하나가 운동이었다.

‘올해는 좀 뛰어야지.’

마음은 이미 밖을 뛰고 있는데, 현실의 나는

목도리를 칭칭 매고

마스크를 낀 채 꼼짝도 하지 못했다.




그러다 오랜만에 온 가족이 일찍 저녁을 먹고

아이들이 산책을 가자고 해서 공원으로 향했다.

러닝 트랙이 있는 꽤 큰 공원이었다.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걷는 사람, 뛰는 사람,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까지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움직이고 있었다.

그 분위기에 휩쓸려 우리도 자연스럽게 뛰기 시작했다.




요즘 한국에는 조깅 바람이 불어서

시간만 나면 많은 사람들이 걷거나 뛴다.

그 여파인지 이곳 LA도 평소보다 공원에 사람이

몇 배는 더 많아 보였다.

반려견과 함께 뛰는 사람들도 많았다.

우리도, 당연히 반려견을 데려왔다.




아이들은 신이 나서 이리 갔다 저리 갔다 하며

이야기하다가 웃고 다시 걷고, 또 달렸다.

시작이 어려울 뿐, 일단 나오고 나면

일찍 들어가기엔 뭔가 아쉽다.



집돌이 남편은 30분도 채 안 돼

“이제 그만 가자”고 했다.

하지만 나와 딸내미는 아쉬워서

“다른 길로 더 가보자”고 했다.




작은 언덕이 있는 곳에서

두 팔을 벌리고 아래로 뛰어내려 갔다.

가속도가 붙어 멈출 때까지..

조금 과장하자면,

하늘을 나는 것처럼 몸이 살짝 붕 뜨는 느낌.

그게 꽤 재미있었다.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아서

아이들과 언덕을 몇 번이나 오르락내리락하다가

그제야 집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함께하니 기분도 상쾌하고,

땀도 나고,

운동을 제대로 한 것 같아 뿌듯했다.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는 건

참 감사한 일이다.

흔하고 쉬운 일 같지만,

사실 그렇지만도 않다.




일 때문에 바쁜 아버지들은

생각보다 아이들과 보낼 시간이 부족할 때가 많다.

우리 남편만 해도 조금만 바빠지면

아이들과의 시간이 제일 먼저 줄어든다.

아이들은 금세 알아채고

“아빠 안 바빴으면 좋겠다”고 투덜댄다.




피곤한 아빠에게 뭐라고 하기보다는

그만큼 수고한다고, 고맙다고

말해줘야지 생각했다.




불평과 불만을 늘어놓기보다

고마움과 사랑을 표현하는 게

훨씬 현명한 일이란 걸 이제는 안다.

알아도 안될 때가 많지만..^^;;




입에서 쉽게 나오는 잔소리와 불평은 접어두고

칭찬과 인정의 말을 건네야지.

그럴 때 오히려 남편이 달라지는 모습을 봤다.

결국, 나부터 잘해야 한다.




사랑은 표현해야 한다.

어색해도 자꾸 연습하고 표현을 해야

상대방도 알 수 있다.

“척하면 척 알지 않나?”

아니요.

말로 해야 압니다.

특히 남자들은요. *^^*




올해는 더 자주, 더 열심히 뛰어볼 생각이다.

내가 뛰면 우리 가족 모두가 뛴다!

귀찮아하지 말고,

그냥 내가 먼저 잘하면 된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도

사랑의 표현도

더 많이 늘려가는 한 해가 되기를.




오늘도 열심히 뛰고,

사랑을 표현하며,



그렇게 오늘을 산다.


keyword
목요일 연재
이전 25화남는 시간? 그런 거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