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 고구마 사세요.
외부 평가 대신 나다움을 선택하기까지,
고민 많은 9년차 마케터의 솔직한 회고.
여전히 일은 어렵고 매 순간 헷갈립니다.
정답은 없으니 그저 기록할 뿐입니다.
고구마는 비교와 불안 속에서 자라,
나다움과 온기로 천천히 익어가는 중입니다.
오늘도 나답게 살고 싶은 당신에게 전합니다.
"그러니, 고구마 사세요"
“투자 방향이 변경되면서, 저희 서비스를 종료하게 됐습니다.”
안정적인 글로벌 기업을 떠나, 중견기업이 새로 론칭한 커머스 앱 마케터로 이직한 지 4개월 차. 스스로 선택해 직장을 옮기던 프로 이직러가 처음으로 타의에 의한 이직을 준비해야 합니다.
그렇습니다.
9년 간 5번의 이직 끝에 들어 온 이 회사는 사라집니다. 직장을 잃은 저는, 이제 여섯번 째 이직을 준비하게 됐습니다.
인지도도 낮고, 프로덕트도 덜 다듬어진 서비스.
추구하는 가치와 지향점이 제 인생 방향성과도 닮아있었습니다. 그래서 더 끌렸습니다. 배워온 것들을 한 퍼널 안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연결해볼 수 있는 기회라고 판단했습니다. 서비스 초기부터 성장까지, 멤버들과 전 과정을 함께 만들어낸 브랜드를 갖고 싶었고요.
입사 당시 PMF를 찾기 위해 가설을 세우고, 유입·전환·리텐션 수치를 붙잡고, 서비스의 성장 그래프를 어떻게든 위로 그려보려던 시기였습니다. 두 번의 프로모션을 진행하며 값진 인사이트를 얻었고, 디벨롭을 위한 액션아이템을 정리하고 있었습니다. 조금씩 숫자가 반응을 보일 때마다 방향성에 확신도 생기기 시작했죠. 신규 지역 확장까지 앞두고 있었고, 멤버들과의 라포도 조금씩 쌓여가는 듯했습니다.
그러던 지난주 오후, 예정되어있던 리더 위클리가
갑자기 전체 대상 미팅으로 바뀌었습니다.
미팅 전 점심 시간, 구내 식당에서 밥을 먹으며 이런 저런 이야기들이 오갔습니다.
“오늘이 마지막 식사인 거 아니에요?”
“신규 투자 받은 거 아닐까요?”
“투자 예산이 줄어든다던데, 그런 내용 아닐까요.”
“프로덕트 쪽은 잘 모르겠는데, 운영이나 마케팅 쪽에선 들은 얘기 없어요?”
무슨 아젠다일까 궁금해하는 말풍선들이 둥둥 떠다녔고, 점점 하나의 덩어리가 되어갔습니다.
들어간 회의실.
대표님, 경영지원팀장, CTO. 세 사람의 표정이 멤버들 머리 위에 떠 있던 말풍선의 색을 서서히 먹구름으로 물들였습니다. 그리고 떨어진 한 마디.
“모회사에서 투자 방향이 변경되면서, 신규 서비스 운영을 정리하게 됐습니다.”
뻥. 말풍선이 터졌습니다.
우스갯소리로 주고받던 말들이 그 자리에서 전부 사실이 됐습니다. 12월 초까지 서비스는 종료되고, 12월 31일부로 멤버 전원이 퇴직 처리됩니다.
이 갑작스러운 멈춤 앞에서 저는 스스로와 대화하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혼자서 묻고, 답하고, 정리한 끝에 액션아이템 하나가 나왔습니다.
묻어 둔 고구마를 꺼낼 때가 되었다는 것.
위기가 있으면 기회도 있는 법. 어쩌면 게을렀던 제게 행동할 기회를 만들어 준 사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앞으로 제가 전하게 될 여러 개의 고구마가 되겠죠.
저는 지금 인생 레벨업 중입니다.
그러니, 고구마 사실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