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차 주니어 마케터가 집중하는 3가지 마케팅 지표

2화 - 군고구마

by 해담
외부 평가 대신 나다움을 선택하기까지, 고민 많은 9년 차 마케터의 솔직한 회고.

여전히 일은 어렵고 매 순간 헷갈립니다.
정답은 없으니 그저 기록할 뿐입니다.

고구마는 비교와 불안 속에서 자라,
나다움과 온기로 천천히 익어가는 중입니다.

오늘도 나답게 살고 싶은 당신에게 전합니다.
"그러니, 고구마 사세요"




'다 중요한 것 같은데, 도대체 뭐부터 봐야 하지'


주니어 시절, 숫자를 볼 때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이었다. 노출수, 클릭수, CTR, 전환수, CPI, DAU, Retention.. 대시보드를 켜면 쏟아져 나오는 온갖 지표들. 모니터 속은 빽빽한데 머릿속은 정리가 되지 않는다. 어디서부터 봐야 할지, 어떤 걸 교차검증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한 때는 마케터라면 모든 숫자를 다 잘 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보이는 지표는 웬만하면 다 눌러보고 확인했다. 하지만 수많은 데이터들 속에서 헤매다 보면 어느 순간 이도 저도 아닌 상황 속에 놓이고, 아무 구조도 만들지 못한 상태가 된다. 시간이 조금씩 지나면서 주니어 때 중요한 건, 숫자를 많이 알기보단 정말 중요한 몇 개의 숫자를 책임지는 것이란 걸 알게 됐다.


9년 정도의 시간이 흘러 내가 정리한 필요 지표는 세 가지다. 1. 결과 숫자 2. 흐름/퍼널 숫자 3. 학습 숫자. 이 숫자들을 중심에 두고 서브 지표들을 붙여가며 해석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첫 번째는 아주 단순하다.

지금 내가 진행하고 있는 일이 결국 무엇을 늘리기 위한 것인지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숫자. 이 일을 왜 하는지에 대한 메인 목표, 즉 KPI다.


당연히 비즈니스와 포지션마다 이 숫자는 조금씩 다르다. 예를 들어보자. 앱의 신규 회원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인 퍼포먼스 마케터다. 이럴 때 중요한 건 클릭수가 아닌 실제 확보 단가를 보여주는 CPA와 회원가입수이다. 단순히 앱 설치만 잔뜩 늘려놓는다고 해서 유의미한 고객이 확보되는 건 아니기에, 서비스 유저가 되는 회원가입을 거쳤느냐도 함께 판단해야 한다.


중요한 건 “지금 내가 하는 이 업무의 최종 목적을 숫자를 이용해 한 줄로 표현하라.”라고 했을 때 떠오르는 그 하나다. 실무를 하다 보면 갑작스러운 이슈, 예상치 못한 일정과 요청 사항들로 처음 잡았던 키를 놓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이때 이 결과 숫자는 본인이 무엇을 위해 일하는지 잊지 않게 해주는 기준점이 된다. 협업 과정에서 인볼브 된 멤버들을 얼라인시키거나, 상사에게 성과를 보고할 때도 명확한 설명을 할 수 있게 만드는 지표다.



두 번째는 퍼널, 흐름을 보여주는 숫자이다.

결과 숫자만 보다 보면 항상 한 발 늦게 대응하게 되거나, 이미 쏟아부은 리소스 위에서 다시 작업을 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또다시 커머스 앱의 퍼포먼스 마케터라고 가정해 보자. 캠페인 목표는 앱 다운로드 수이다. 매체 데이터만 보면 CPI도 낮고 설치수도 높다. 그래프를 봐도 성과가 괜찮아 보인다. 로우 데이터를 뜯어보니 광고비 투입 대비 회원가입수나 구매 전환 수치는 현저히 낮다. 실제 가입/구매 데이터까지의 성과를 보면 실상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였다.


앱 서비스라면 설치 뒤에는 반드시 실행 → 회원가입 → 장바구니 담기 → 첫 구매 → 이후 재방문 및 유지라는 단계들이 있다. 퍼널을 고려하지 않은 채 단순히 앱 다운로드를 목표로 세팅한 광고가 문제였다. 앱 다운로드만 했을 뿐, 정작 중요한 액션 없이 그대로 이탈한 것이다.


실질적으로 회원가입까지 완료하고 이후 구매 전환까지 일으키는 고객이 비즈니스 입장에선 진짜 ‘유효 고객’이다. 실질적인 유효 고객을 확보해야 CRM을 보내든, 쿠폰을 발급하든 인앱 액션을 유도할 2차 마케팅을 진행할 수 있는데 말이다.


그래서 퍼널 숫자가 중요하다. 가장 목표로 하는 지점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현재 우리 서비스의 퍼널을 알아야 하고, 퍼널 안에서 중요한 액션을 다시 선별할 수 있어야 한다. 신입·주니어 때 꼭 한 번은 내가 맡은 업무의 흐름을 직접 손으로 써보는 걸 추천하고 싶다. 설치 캠페인을 한다면 노출 → 클릭 → 앱 설치 → 첫 실행 → 주요 액션까지 적어보고, 각 단계에 대응되는 숫자를 한 줄씩 붙여보는 것이다. 그러면 전환이 떨어졌을 때 “그냥 안 좋다”가 아니라 “특히 랜딩 → 설치 구간에서 이전보다 전환율이 5% 떨어졌다”라고 구체적으로 말할 수 있다.


이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퍼널 숫자를 같이 보는 사람은 어디를 먼저 손대야 할지, 어디를 추적하고 테스트해야 할 지 그림을 그릴 수 있다.



세 번째는 학습 숫자다.

이건 조직이 요구하는 KPI 보다는 내가 나 자신을 위해 챙겨야 할 지표에 가깝다.


신입·주니어일 때는 당장 눈에 띄는 큰 성과가 나지 않을 때가 많다. 그러다 보면 ‘제대로 하고 있는 걸까?’라는 의문이 자주 생긴다. 이럴 때 나를 지켜주는 게 학습 숫자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A/B 테스트를 몇 번해봤는지, 세그먼트별로 쪼개 분석해 보고 인사이트를 뽑아봤는지, 직전 대비 핵심 지표가 단 몇 포인트라도 개선됐는지 등이다. 이런 숫자들을 계속 트래킹 하다 보면 조금씩 감각이 생긴다. 숫자란 것이 차갑고 이성적으로 보이지만, 이렇게 쌓인 학습 숫자는 오히려 나에게 가장 객관적인 위로가 되어 준다. 그 작은 실험의 기록들이 내 커리어를 설명해 주는 스토리가 된다.



물론 가장 이상적인 건 이 모든 지표를 종합적으로 엮어서 보는 거다. 하지만 주니어 레벨에 있고 눈앞의 실무와 쏟아지는 상황에서는 그게 쉽지 않다. 전체적인 방향성과 큰 그림을 잡아주는 건 리더나 시니어, 그로스 마케터의 역할일 수 있다. 다만 본인이 맡은 역할에서 '내가 책임질 세 숫자' 정도는 스스로 정해두면 좋겠다. 그리곤 멤버들 혹은 사수와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각자가 맡은 포지션 내에서 최적화를 해나가면 된다.


숫자가 너무 많아 막막하다면, 한 번 적어보자.

- 내가 책임져야 하는 결과 숫자는 무엇인지

- 그 숫자까지 가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퍼널 숫자는 무엇인지

- 이번 달 내 성장을 보여줄 학습 숫자는 무엇인지


이 세 줄만 또렷해져도 다음 한 달을 바라보는 시야가 조금은 달라질 것이다.


그렇게 쌓아가고,
그러면서 성장하는 거니까.

오늘의 데이터.
나의 결과 숫자, 퍼널 숫자, 학습 숫자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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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수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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