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조차도 있어야 할 자리에 있는 것이다

어느 백수의 오락가락 독서일기/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1)/류시화

by 김무균

말이 필요없다. 이 책을 여는 순간 당신은 스스로를 둘러싸고 있는 세상에 대해 새롭게 생각하게 될 것이다. 나무 한 그루와 돌맹이 하나와 풀 한포기조차 새롭게 보게 될 것이다. 비와 천둥과 바람이 왜 내리고, 일어나고, 부는지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네 속에 내가 있고, 내 안에 네가 있어 너와 내가 서로 다르지 않음을 알게 될 것이다. 신비롭고 신성한 자연, 공기와 대지와 하늘이 어떻게 내 안에 깃들고, 그 에너지로 내가 어떻게 존재하는지 알게 될 것이다. 별과 해와 달뿐만이 아니라 바람과 안개와 먼지조차도 있어야 할 자리에 있는 것임을 알게 될 것이다. 그리하여 세상과 우주와 내가 모두 연결되어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어쩌면 당신은 인디언이 될지도 모른다.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는 아메리카 인디언들의 연설문을 모아 시인 류시화가 엮은 책이다. 분량이 무려 900여 페이지에 달할 정도로 아주 두껍다. 베개나 무기로 써도 될 정도다. 하지만 두께에 비해 책이 주는 메시지는 일관되고 명확하다. ‘세상은 모두 연결되어 있고, 자연은 신비롭고 위대하다.’는 것이 그것이다. 아메리카 인디언들이 우주와 자연, 그리고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이 두꺼운 책에 아주 조금 담겨 있다. 그 눈은 맑고 밝아 먼지가 끼지 않은 투명한 눈이다. 내 눈은 먼지가 끼어있어 흐리고 희미하다. 그래서 그 조금이 나에게는 너무 크고, 넓고, 깊어 감당하기 힘들다.


아, 그리고 이 책을 읽기 위해서 당신은 다소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유럽에서 건너온 얼굴 흰 사람들이 인디언들의 신성한 대지를 어떻게 황폐화시키고, 인디언들을 어떻게 그들의 신비로운 땅에서 사라지게 했으며, 인디언들의 맑은 영혼과 육체를 어떻게 말살시키려했는지. 이 책 곳곳에 나오는 추장들의 연설문(연설들은 인디언들의 현명한 지혜로 가득 차 있고, 폭력 앞에서도 당당하며, 거짓 앞에서도 순수하다. 가끔 그들은 어찌할 수 없는 무력함을 절규하기도 했지만 절대 비굴하지는 않았다.)은 그 자체가 얼굴 흰 사람들의 폭력에 희생당한 그들 삶의 증언이다. 그때마다 당신은 백인들의 야만과 거짓말과 폭력과 잔인함과 추악함에 분노할 것이다. 그들의 위선은 두껍고, 그들의 악은 거대하다. 지금도 그것은 대지의 곳곳에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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