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심이 생기면, 무너져도 다시 돌아올 수 있다
늘 빠르게 반응했다.
누가 부탁을 해오면 되묻지 않고 “네.”
이미 머릿속은 다음 단계로 바쁘게 굴러가고 있었고,
몸은 그보다 먼저 움직이고 있었다.
빨리 끝내야 마음이 놓였고,
비워야 겨우 숨이 쉬어졌다.
그렇게 매일을 살았다.
하나를 끝내도 쉴 틈은 없었다.
눈앞의 여유는 잠깐이었고,
곧바로 또 다른 할 일이 떠올랐다.
머릿속엔 늘 체크리스트가 켜져 있었고,
마음은 따라가지 못한 채 지쳐 있었다.
가끔 생각했다.
왜 나는 이렇게 늘 바쁠까.
왜 자꾸 지치는 걸까.
그러다 문득,
여유 있어 보이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처음엔 그들이 단순히 한가한 줄 알았다.
그런데 관찰할수록 달랐다.
그들은 분명 조용했지만,
자기 하루를 또렷하게 계획하고 있었다.
흔들림 없이 움직였고,
속도가 느린 대신 중심이 단단했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런 사람들이 오히려 인정받고 있었다.
늘 바쁘게 움직이는 내가 아니라,
자기만의 리듬으로 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그 모습을 보고 난 후였다.
책 속 문장이 다시 눈에 들어왔다.
“스케줄이 당신을 조정하는 게 아니라
당신이 스케줄을 조정하는 주인이 되어야 한다.”
— 《단순하게 살아라》
이미 알고 있는 말이었다.
어디선가 본 적도 있었고,
그땐 고개만 끄덕였었다.
하지만 그날은 달랐다.
그 문장이 마음속 깊은 곳에 조용히 내려앉았다.
마치 오래된 내 안의 무질서를
살며시 건드리는 것처럼.
그래.
나는 지금까지
하루를 살아낸 게 아니라
그저 반응하고, 소진해왔구나.
살고 있다는 느낌보다는
그저 처리하고 있다는 감각만 남아 있었던 거다.
그래서 조심스레 실험을 시작했다.
하루에 딱 하나.
그날 내가 지키고 싶은 마음 하나만 정해보기.
무엇을 얼마나 해낼지가 아니라,
오늘 내가 나에게 건네고 싶은 말 하나.
그걸 품고 하루를 시작하는 연습.
신기하게도,
해야 할 일은 그대로였지만
하루가 조금 가벼워졌다.
그날 하루는 내가 주도하고 있다는 감각이 들었다.
물론 뜻대로 안 되는 날도 많았다.
예상치 못한 일정,
급하게 끼어드는 요청들,
그 안에서 다시 흔들리는 마음.
그래도 중심이 있다는 게
이렇게 큰 위로가 될 줄 몰랐다.
무너져도 돌아올 자리가 있다는 것.
그걸 알게 된 것만으로도
하루가 달라졌다.
조급함은 여전히 내 안에 있다.
“빨리 끝내고 비워야지” 하는 그 습관도 남아 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하루를 내 시계로 돌릴 수 있다는 감각.
그것만으로도 마음이 단단해진다는 걸.
오늘의 실천
하루에 딱 한 가지,
나를 위한 작은 목표 하나만 정해보기.
계획보다 기준.
흔들려도 다시 돌아올 중심 만들기.
나에게 남기는 말
빠르게 비우는 하루보다
중심이 잡힌 하루를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