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별과 실천별, 그리고 괜찮았던 하루

의미 있었던 시간이었어

by 부엄쓰c


공개수업 날이면 늘 내가 더 긴장했다.

아이보다도, 교실보다도.


익숙한 듯 낯선 자리,

삼삼오오 모여 있는 엄마들 사이에서

나는 늘 어디쯤 서 있어야 할지 몰라 핸드폰만 만지작거렸다.


이번엔 좀 달랐다.

며칠 전, 친구에게 먼저 연락했다.


“잘 지내지?

내일 공개수업 한다는데,

학교 올 거야?”


친구는 온다고 했다. 그 말에 마음이 조금 놓였다.


아침, 햇살 좋은 날.

원피스를 입고 교문 앞에 조금 일찍 도착했다.

기분이 괜찮았다.

내가 먼저 인사도 건넸고, 웃으며 기다릴 수 있었다.

혼자였지만, 혼자가 아니었다.




도덕 수업 시간이었다.
아이들은 부모님의 장점을,
부모는 아이의 장점을 발표하는 시간.

아이의 입에서 나온 내 별명은 '실천별’이었다.
“우리 엄마는 말한 건 꼭 실천해요.”
순간, 가슴이 울컥했다.

나도 아이에게 별 이름을 지어주기로 했다.
처음엔 ‘유쾌별’이 떠올랐지만, 어쩐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예전에 GPT에게 저장해둔 아이의 장점들을 떠올리며,
“이걸로 별 이름 좀 지어줘” 하고 물었다.

그랬더니 안드로메다에서 막 도착한 듯한 별 이름들이 줄줄이 나왔다.
그 와중에 눈에 확 들어온 단어 하나 ‘호기심’.
딱, 우리 아이 같았다.

이 아이는 늘 “왜?”를 묻는 아이다.
때론 나를 피곤하게도 하지만,
그 끈질긴 호기심이 이 아이를 이 아이답게 만들어준다는 걸 안다.

그래서 나는 아이를 ‘궁금별’이라 부르기로 했다.


갑자기 지어준 이름이었지만, 참 예뻤다.
그리고 나는 그 이름을 수업 시간에 조심스레 발표했다.




저녁에 오늘 수업 이야기를 나누던 중,

아이 얼굴이 어딘가 심각했다.


“나는 수업시간 내내 고민했는데,

엄마는 그냥 단어 찾아본 거잖아.”


울먹이는 목소리에 나는 순간 억울했다.

‘아니, 갑자기 발표 시켜서 10분 만에 준비한 건데..’


그래도 말은 삼켰다.

“너는 진심으로 엄마 생각 많이 했구나.”

아이의 고개가 작게 끄덕여졌다.


서운함도 진심으로 느끼는 아이.

그 마음에, 내 억울함은 스르르 녹아내렸다.




보건 수업 시간엔

하임리히법 시범을 보일 사람을 찾는 중이었다.

아이가 갑자기 손을 들었다.

“우리 엄마요!”


나는 치마를 입고 있었고,

당황해서 절레절레 사인을 보냈다.

선생님은 눈치껏 넘어가 주셨다.


아이에게 치마를 가리키며 조용히 설명하자

그제야 아이는 조용해졌다.


순간 살짝 섭섭했다.

‘혹시 날 놀리는 건가?’

친구에게 말했더니, 웃으며 말했다.

“그만큼 자랑하고 싶었던 거야.”


그 말을 듣고 나니

마음이 푹 내려앉았다.




수업이 끝난 뒤,

우리는 근처 카페에서 흑임자 라떼를 마셨다.

도란도란 나눈 이야기들.

별것 아닌 하루가

이상하리만치 따뜻하게 느껴졌다.

공개수업 날은 언제나 불안했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내가 먼저 연락했고,

먼저 인사했고,

조금은 떨렸지만, 나답게 서 있었다.


친구와 함께여서 든든했고,

아이와 나눈 말 속에 사랑이 있었고,

예상보다 많이 괜찮았다.




오늘의 실천

불안한 순간에도,

내 방식대로 하루를 지켜보기.


나에게 남기는 말

혼자일 줄 알았지만 아니었고,

불안할 줄 알았지만 괜찮았다.

그 하루가, 오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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