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함 속에서 멈칫한 순간
정말 바빴던 날이었다.
할 일은 머릿속에 가득했고,
정리되지 않은 생각들이 엉켜 있었다.
그때 문득, 예전에 도왔던 프로젝트가 떠올랐다.
지금은 누가 하고 있는지 궁금해서
가볍게 물었다.
“그 일 지금 누가 보고 있어요?”
정말 그냥 물어본 거였다.
그런데 돌아온 말이 이랬다.
“지금 할 사람 없어서. 좀 해줘.”
순간 멈칫했다.
내가 먼저 물었으니 싫다고 하기도 애매했다.
더 당황스러웠던 건,
그 말이 부탁처럼 들리지 않았다는 거다.
마치 이미 내가 해야 할 일처럼
너무도 당연하게 들렸다.
그날, 나는 정말 바빴다.
도와주기 싫었던 게 아니라,
정말로 여유가 없던 날이었다.
하지만 난 아무 말도 못 하고
그 일을 다시 안고 내 자리로 돌아왔다.
퇴근길, 생각했다.
‘왜 “지금은 어렵다”고 말하지 못했을까.’
어쩌면 그 순간,
나는 거절 앞에 선 게 아니라
검증 앞에 서 있다고 느낀 것 같았다.
그래서 이제는,
이 말을 연습해보기로 했다.
“그건 지금 제가 맡기엔 어려울 것 같아요.”
짧고 조용하지만,
나를 지키는 단단한 한마디.
강한 사람은 무조건 해내는 사람이 아니라,
무너지지 않게 자기 앞에 선을 긋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오늘의 실천
지금이 아니라면, 조용히 이렇게 말해보기.
“그건 지금 제가 맡기엔 어려울 것 같아요.”
나에게 남기는 말
말하지 못했던 나를 탓하지 않기.
이제는 조금씩 말해도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