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쌓아둔 클라우드 스토리지를 비우며 마주한 삶의 풍경들
어느 날, 클라우드 스토리지가 꽉 찼다는 알림이 떴다. 사진과 동영상, 메일과 드라이브까지 수많은 흔적이 얽혀 있었다. 별생각 없이 시작한 정리였지만, 파일을 지울 때마다 오래된 나의 한 조각들이 되살아났다. 잊고 있던 웃음, 불안, 그리고 잘되어가고 있다고 믿었던 시간들까지.
처음엔 단지 글을 쓰는 데 방해가 되는 알림이 거슬려 시작한 일이었다. 하지만 스크롤을 내릴수록, 나는 단순히 데이터를 비우는 게 아니라 내 마음의 공간을 정리하고 있다는 걸 느꼈다.
과거를 삭제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여전히 남아 있던 나를 꺼내어 바라보는 시간이었다.
한 장 한 장 사진을 넘길수록, 그때의 나는 참 열심히 살고 있었다. 아이를 품에 안고, 잠을 설쳐가며 하루를 버티던 나. 삶이 버겁고 외로웠지만 그래도 웃고 있던 나. 그때의 나는 언제나 누군가를 위해 애쓰고 있었다. 사랑을 주고, 인정받고 싶어서.
지금 돌아보면, 나는 그때보다 훨씬 달라져 있었다. 많은 것을 잃었지만, 동시에 많은 것을 얻었다. 폭력의 기억은 여전히 몸 어딘가를 굳게 만들지만, 나는 더 이상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없는 사람이 되었다. 그 시절을 지나, 이제는 내 안의 평화를 배워가는 사람.
사진 속 활짝 웃고 있는 내 얼굴을 바라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요즘 들어 이유 없이 우울하고,
폭식하듯 음식을 입안에 밀어 넣을 때마다 내가 진짜로 원하는 건 그냥 나를, 있는 그대로 따뜻하게 안아주는 일이 아니었을까.
“이건 정말 배가 고픈 걸까, 아니면 마음이 고픈 걸까.”
아마도 나는 지금도 여전히 사랑받고 싶다. 하지만 이제 그 사랑이 누군가에게서 오기를 기다리기보다는 내가 나에게 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누군가의 인정이 아닌, 내가 나를 다정하게 인정해주는 일. 그것이 내가 다시 살아가는 방식이라는 걸 조금은 알 것 같다.
나는 참 많이 변했다. 이전의 나는 견디는 데 익숙한 사람이었다면, 이제의 나는 돌보는 법을 배우는 사람이다. 세상이 주는 상처를 덜 두려워하고, 그 상처 속에서도 스스로를 위로하는 법을 조금은 안다.
나를 사랑한다는 건 완벽해진다는 뜻이 아니다. 흔들리면서도 다시 중심을 잡는 일, 넘어져도 내 손으로 스스로를 일으키는 일. 그 모든 불완전함을 껴안는 일이다.
나는 여전히 완벽하지 않다. 하지만 그 불완전함 속에서도 이제는 내 안의 따뜻함을 믿기로 했다. 누군가의 사랑이 아니라, 내가 나에게 건네는 온기를 믿기로 했다.
그래서 오늘도, 천천히, 나는 나를 사랑하기로 했다.
끝.
[작가의 말]
처음엔 그저 내 마음을 정리하고 싶어서 시작한 글이었습니다. 연재를 하는 동안 누구보다 내가 가장 큰 위로를 받았습니다. 여전히 흔들리고 불완전하지만, 이제는 그런 나를 따뜻하게 안아주는 법을 조금은 배운 것 같습니다.
읽어주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삶은 여전히 무겁고 지치지만, 그 안에서도 나 자신을 잃지 않기를, 힘들 때마다 스스로를 다정히 돌볼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그동안 <나답게 살아내는 중입니다 2>와 함께해 주셔서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부엄쓰c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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