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기진 마음이 먹는 밤

하루를 살아낸 내가 나에게 주는 위로

by 부엄쓰c


나는 새벽 네 시에 눈을 떴다. 약속한 등불 5화를 마무리 짓기 위해서였다. 작가라는 꿈을 안고 연재를 시작했지만, 매일 한 편씩 이야기를 세상에 내보내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최선을 다하고 싶었다. 한 번, 두 번, 수십 번을 고쳐 썼다. 그러나 마음에 드는 문장들이 나오지 않았다. 결국 출근 시간이 다가왔고, 나는 글을 끝내지 못한 채 허둥지둥 회사를 향했다.


회사에서도 하루는 쉽지 않았다. 갑자기 휴가를 떠난 동료들, 몸이 아파 출근하지 못한 고과권자, 홀로 남아 고군분투하는 후배까지. 업무는 예상보다 많았고, 책임감은 나를 자리에 붙잡아 두었다. 후배의 어려움을 지켜보면서 나는 몇 년 전의 나를 떠올렸다. 혼자 해결하지 못해 답답해했던 그때의 나를 말없이 지켜주던 선배들. 그 마음이 너무 따뜻했기에, 나는 지금 이 순간 그 마음을 돌려주고 싶었다.


결국 나는 밤 열한 시까지 회사에 남았다. 내 일은 겨우 마무리했지만, 후배는 아직도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마음이 편하지 않았지만, 더 이상은 미룰 수 없었다. 나는 택시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그날의 허탈감과 피로가 온몸에 무겁게 내려앉았다.


집에 돌아온 시간은 거의 자정이었다. 아이는 족발을 먹지도 않고 내가 사준 성교육 책을 보고 있었다. 마음 한편으로는 안도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미안함이 솟구쳤다.


“밥도 안 먹고 있었어? 얼른 같이 먹자.”


나는 허겁지겁 족발을 먹었다. 하루 종일 제대로 챙겨 먹지 못한 탓에 더 배가 고팠다. 먹어도 먹어도 허기는 쉽게 가시지 않았다. 음식이 몸속으로 들어가는 동안에도 마음은 여전히 비어 있었다.


다음 날 아침, 천근만근 몸이 무거웠다. 늦게나마 등불 5화를 올리며 독자들에게 사과의 말을 전했다. 그리고 또다시 먹었다. 넷플릭스를 보며 과자를 한 봉지 통째로 비웠다.


그때 문득 깨달았다. 내가 바쁘다는 이유로 스스로를 돌보지 않으면, 내 몸도 마음도 끝없이 허기져 무엇이든 채우려 든다는 것을. 나에게 정말 필요했던 건 음식이 아니라, 나를 향한 따뜻한 위로였다는 것을 말이다.


하루를 살아낸 나에게 주는 진정한 한 끼는, 몸을 채우기 전에 마음을 돌보는 일이었다. 내가 견뎌낸 하루의 고단함을 인정하고, 잘했다고 다독여주는 일이었다.


나는 오늘도 조금 서툴더라도 나 자신을 안아주기로 했다.

지친 하루를 기꺼이 살아낸 나에게, 작지만 따뜻한 위로를 건네면서.






사진: Unsplash의Eugene Uhanov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