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화 | 어린 하연 발견

외면했던 감정은 가장 순진했던 모습으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by 부엄쓰c


작은 아이의 모습이 어둠 속에서 천천히 또렷해질 때, 내 몸은 본능적으로 얼어붙었다. 마치 오래된 사진 속에서 빠져나온 듯한 익숙한 얼굴. 잊었다고 생각했지만, 단 한 번도 잊힌 적 없던, 내 안에서 끊임없이 울던 그 아이였다.


“너… 여기서 뭘 하고 있었던 거야…?”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가까스로 물었다.


아이는 무릎을 꼭 끌어안은 채 작은 어깨를 움츠리고 있었다. 천천히 고개를 들며 나를 바라보는 아이의 눈빛은 깊고 투명한 어둠처럼 나를 빨아들였다.


“그냥… 기다렸어. 누군가 내 마음을 알아줄 때까지.”


아이는 속삭이듯 말했다. 순간, 아주 오래된 밤 하나가 기억 속에서 천천히 펼쳐졌다.


그날 밤, 어두운 단칸방에서 동생은 깊이 잠들어 있었다. 나는 두 손을 꼭 모은 채 창가에 서서 엄마가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온몸을 떨었다. 하나님이든 누구든 좋으니 제발 엄마를 보내달라고 기도했다. 불안과 공포는 그날 이후 성인이 된 나를 결코 놓아주지 않았다.


아침이 되자, 엄마와 아빠는 아무렇지 않게 방 한쪽에 앉아 있었다. 나를 안아주거나 괜찮냐고 묻지도 않았다. 대신 아빠는 말없이 주스병을 들어 나를 스쳐 지나 장롱을 향해 던졌다. 그날의 날카로운 충돌 소리는 내 안의 무언가를 영원히 얼어붙게 만들었다.


어린 하연은 내 침묵을 마주하며 작게 중얼거렸다.


“왜… 이제야 왔어?”


아이는 내 속의 가장 깊은 곳을 찔렀다. 나는 숨이 막혔다.


“몰랐어… 아니, 알고도 모르는 척했어. 네가 너무 아팠으니까, 그걸 인정하면 내가 무너질 것 같아서… 정말 미안해.”


아이는 작은 손으로 옷자락을 잡아당기며 다시 입을 열었다.


“나를 외면할 때마다… 난 점점 더 깊고 어두운 곳으로 숨어야 했어. 무서웠어, 버림받을까 봐. 네가 나를 싫어할까 봐…”


나는 천천히 다가가 아이 앞에 무릎을 꿇었다. 어린 하연의 눈물은 내 눈물과 같았다.


“이젠 정말 혼자 두지 않을게. 너를 버리는 일은 다시는 없을 거야.”


아이는 울먹이며 내 품으로 들어왔다. 가슴에 닿는 순간, 마음의 벽이 천천히 허물어졌다.


“함께 갈 수 있을까?”


아이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함께 갈 거야. 절대 혼자 두지 않을게.”



아이는 아무 말 없이 조용히 내 품에 더 깊이 안겼다.

말 대신 느껴지는 따뜻한 체온이, 우리 둘 사이의 오랜 거리를 천천히 좁혀주고 있었다.


우리는 그렇게 천천히 새로운 길을 향해 첫걸음을 내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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