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화 | 어린 나와의 갈등

품기 위해선 먼저, 아파야 한다.

by 부엄쓰c


새로운 길을 향해 내디딘 첫걸음은 예상보다 더 조심스럽고 불안했다. 어린 하연의 손을 잡은 채 걸으면서도, 마음 한구석에서는 여전히 미처 정리되지 않은 감정들이 작은 폭풍처럼 요동쳤다.


얼마 가지 않아 어린 하연은 걸음을 멈추었다. 아이는 천천히 손을 빼내며 나와 거리를 두었다. 어두운 눈동자에는 의심과 경계가 다시 짙게 내려앉았다.


"정말 괜찮다고 생각해? 이렇게 손만 잡고 걸으면 다 해결된다고?"


아이는 조용하지만 차갑게 말했다. 그 말에 나는 잠시 당황해 입을 열지 못했다.


"난 아직 무서워. 네가 다시 나를 외면할까 봐. 네가 힘들어지면 나를 또 버리고 도망갈 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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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혼자 남겨질까 봐, 다시 버림받을까 봐 너무 무서워."


그 목소리엔 오랜 상처가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나는 그 말에 마음 깊은 곳이 시리도록 아팠다.


"미안해. 다시는 그러지 않을게. 하지만 나도 아직…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


내 목소리는 흔들리고 있었다. 솔직한 감정이었다. 아이는 나를 조용히 응시하며 입술을 깨물었다.


"넌 항상 네 마음을 숨기고, 사람들에게 맞추느라 나를 잃어버렸어. 네 마음을 먼저 챙기지 않았어. 그게 너무 아파."


나는 아이의 말이 가슴 깊숙이 박혀오는 걸 느꼈다. 그것은 오랫동안 회피했던, 내 안의 가장 깊고 예민한 부분이었다.


"그랬어… 나는 사랑받지 못할까 봐 두려웠어. 그래서 너를 자꾸 숨기고 억눌렀어."


아이의 눈에 천천히 눈물이 맺혔다. 내 눈에도 똑같이 눈물이 고였다.


"나는 그냥 네가 날 봐주길 바랐어. 내가 여기 있다고 알아달라고… 네가 아무리 다른 사람에게 잘 보이려고 애써도, 결국 외로웠던 건 나였어."


그 말이 너무도 정확히 내 마음을 꿰뚫었다.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맞아. 그동안 나는 너를 외롭게 했어. 그런데 이제야 알겠어. 너를 보지 않으면, 내 삶이 아무리 잘나가도 결국 허무하고 공허하다는 걸."


우리는 침묵 속에 서로를 바라보았다. 불안과 갈등, 그리고 서로를 향한 작은 기대가 섞인 공기가 우리를 둘러쌌다. 나는 다시 조심스럽게 아이에게 손을 내밀었다.


"이제부터, 다시는 너를 외면하지 않을게. 처음부터 잘하지 못할 수도 있어. 실수할 수도 있지만, 너를 놓지 않을 거야."


아이는 여전히 망설였지만, 천천히 한 걸음 내 쪽으로 다가왔다. 작은 손이 다시 내 손 위에 놓였다.


"아직은 너를 완전히 믿지 못해. 그래도… 한 번만 더 믿어볼게."


나는 아이의 손을 꼭 잡았다. 우리는 다시 함께 발을 내디뎠다. 이번에는 더 깊고 진실한 이해를 향해, 조금 더 아프더라도 함께 마주하기로 했다.


이제 우리는 진짜 서로를 향한 여정을 시작했다. 여전히 아프겠지만, 함께라면 이번엔 괜찮을 거라 믿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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