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질과 바이러스 약초 39. 이 약초들을 잘 법제하면 특효가 있을 거야.
유경은 고산천수장생근을 복용한 후에 임신을 했다.
그들은 매우 행복했지만 한편으로는 고민이 되었다. 늘 함께 하던 약초산행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늘 그림자처럼 함께 하는 유경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졌다.
그렇다고 찬홍은 약초공부를 게을리할 수 없었다. 임신 초기부터 해서 혼자 산행을 했다.
약산거사 역시 그들이 함께 오는 것을 반대했다.
“아무리 좋은 약초를 복용해도 초기엔 조심해야 해. 앞으로 3개월이 지나도 여기까지는 무리일세. 자네 혼자 와서 공부를 하시게.”
“예,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유경이 태교를 하며 있는 기간 찬홍은 더욱더 열심히 공부했다.
약산거사 역시 어찌 된 일인지 더욱 교육의 강도를 높였다.
“여기 절벽으로 노끈을 연결해서 약초를 따서 오게. 처음에는 위험하지만 자주 하면 익숙해질 것일세. 영험한 약초는 생명을 걸고 채취해야 하는 거라네.”
그는 약초와 처방에 대한 교육을 철저하게 시켰다.
나중에 찬홍은 눈을 감고도 약초의 효능을 달달 외우는 경지가 되었다. 그뿐 아니라 산속으로 들어가면 모든 약초들이 친구처럼 구분이 되었다. 여기저기 수줍게 미소 짓는 약초까지 한눈에 알아보게 되었다.
하루는 약산거사가 그를 보며 말했다.
“자네가 약초의 신일세 그려. 어찌 그리 잘 알고 발견하는가?”
“조사님의 가르침 덕분입니다. 아직 미천한 경지일 따름입니다.”
“그렇지 않다네. 나는 자네처럼 집요하며 의지가 강직한 사람을 본 적이 없네. 수많은 세월을 살면서 제자를 길렀다네. 내가 볼 때 자네야 말로 진정한 약초의 신이라 불릴만한 인물이 틀림없는 것이야.” "저는 아직 미흡합니다. 더 많은 가르침이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다네. 돈에 눈이 멀어지면 약초 공부는 더 이상 할 수 없는 것이야. 한데 자네는 돈보다는 약초를 사랑하는 마음이 더 깊어서 공부가 되는 것일세."
그는 눈을 지그시 감았다가 뜨며 말했다.
“나는 이제 머지않아 자연으로 돌아갈 것일세.”
“조사님, 여전히 젊으신데 그런 말씀하시지 마십시오. 소손은 어떻게 해야 합니까? 조사님이 안 계시면 저는 어떻게 공부를 할 수 있겠습니까?”
“자네의 공부는 다 되었네. 앞으로 주역과 음양오행을 더 깊이 공부하게나. 그렇게 하면 스스로 연구할 수 있을 것이야. 나는 천기를 보면 남은 날이 길지가 않네. 귀천을 준비하고 있다네.”
그는 말을 허투루 하지 않는 성격이었다. 찬홍은 갑자기 하늘이 캄캄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깊은 야밤의 벼랑길에서 등불이 꺼진 것과 같았다.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어둠 속에 빠져서 어디를 가야 할지 헤매는 것처럼 방향감각을 잃었다.
찬홍은 그 생각을 하며 눈물을 왈칵 쏟았다.
마치 홀로 내 던져진 것처럼 막막했다. 자기를 지탱하고 있는 기둥하나가 빠져버린 느낌이었다. 그를 지켜보던 약산거사가 말했다.
“이제 자네의 시대가 올 것이야. 앞으로 각종 괴질과 바이러스가 판치는 세상이 올 것이야. 그날을 대비해서 약초연구를 하게나. 그것이 자네의 사명이 될 것일세. 앞으로 각종 괴질과 바이러스는 요직 약초요법만이 희망이 될 것일세. 명심하게나.”
그는 잠시 숨을 고른 후에 다시 말했다.
"여기 이 책에는 각종 괴질과 바이러스를 이겨낼 약초와 비방이 적혀 있다네. 이 약초들을 잘 법제하고 약성을 높이면 특효가 있을 거야. 괴질과 바이러스도 이겨낼 것이네. 자네는 그 공부를 많이 하게나. 앞으로 닥쳐올 괴질시대에 또다시 자네의 생명이 위태로운 시기가 올 것이야. 공부를 하고 연구를 깊이 해서 그 고비를 넘기도록 하게나."
그는 그 말을 끝으로 뒤돌아 앉아 좌정에 들어갔다.
찬홍은 울음을 삼키며 사명감을 느끼고 있었다. 회자정리는 어쩔 수 없었다. 만나면 반드시 헤어진다는 자연의 법칙이었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