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의 침습 40. 지구의 지축이 바로 서며 일어나는 이상현상일세.
찬홍은 3년간 약초골에서 약초공부를 끝냈다.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서 찾아간 그곳에서 한 시절을 보낸 것이었다. 그 기간은 수많은 깨달음이 있었다. 약산거사와 약초들과의 만남이 생명을 이어준 것이었다.
약산거사는 유경이 출산을 하고 다시 약초골에 갔을 때 마지막으로 다시 만났다. 그는 찬홍과 유경을 바라보며 말했다.
“자네들이 내 생의 마지막 제자들이네. 자네들을 만나서 무척 행복했네.”
그때 처음으로 그 말을 들은 유경은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
“조사님, 안 됩니다. 저희들을 지켜 주세요.”
“하늘의 이치를 거스를 수는 없다네. 나는 이제 돌아갈 때가 되었네. 속세 사람들은 생로병사로 돌아가겠지만 나는 그렇지는 않네. 나는 내가 수행하던 터에서 좌탈을 할 것이야. 조금도 슬퍼하지 말게나. 인간은 때가 되면 자연으로 돌아가야 하지 않겠는가.”
찬홍이 가만히 듣고 있다가 말했다.
“사조님, 저희들이 임종을 지켜봐야 합니다. 마지막 가시는 길 배웅하고 싶습니다.”
“그건 보통 사람들의 관습일세. 우리 같은 수행인들은 자기 갈길을 미리 알고 준비하네. 떠날 때도 말없이 가는 거라네. 그리 알게나.”
그 말을 듣고 찬홍과 유경은 흐느끼기 시작했다.
조용한 토굴에 무겁고 어두운 분위기가 깔렸다. 그는 한참을 눈을 감고 있었다.
그러다가 조용히 눈을 뜨며 말했다.
“내 마지막 당부가 있네. 앞으로 각종 역병과 바이러스가 침습할 것이야. 팬더믹도 찾아오고 수많은 목숨들이 갑작스럽게 사라질 거야. 그때를 대비해서 처방을 만들고 약초연구를 깊이 있게 하게나.”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어떤 괴질이나 바이러스가 침습할까요?”
“그건 지구의 지축이 바로 서며 일어나는 이상현상일세. 온 대륙과 대양의 변화로 인해 새로운 바이러스가 생성되며 괴질이 유행할 것이야. 그렇게 되면 반드시 약초에서 면역력을 키울 성분을 찾아야 하네. 수많은 예언서에 나와 있듯 한국의 약초가 세계인을 구할 것이야.”
그는 오래된 특효약초 책을 주며 말했다.
“이것은 괴질이나 바이러스에 대해 연구한 것으로 특효의 약초일세. 나는 젊은 시절에 약초연구를 위해 전 세계를 유랑했네. 동남아와 서남아. 네팔, 티베트에서 아마존의 브라질과 파나마, 파라과이, 멕시코까지 약초순례를 했네. 서양의 반도국인 이탈리아와 스페인, 스칸디나비아반도에도 갔었네. 그 결과 한국의 약초가 세계 최고라는 것을 알았네. 이 책에 전 세계의 약초효능이 다 나와있네. 잘 보고 공부하고 연구하시게.”
“예, 알겠습니다. 불철주야 연구하겠습니다. 사조님의 가르침을 널리 펴고 사람들을 살리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겠습니다.”
"앞으로 다가올 괴질의 시대를 대비해서 전 세계 약초순례 여행도 떠나도록 하게. 자네 둘의 연구가 인류의 대재앙을 막아줄 수 있을 것일세."
그는 그 말을 끝으로 좌정에 들어갔다.
찬홍과 유경은 한참 동안이나 그 자리에서 엎드려 절하며 있었다. 바깥에서는 바람이 한차례 불어왔다. 그들은 말없이 그에게 하직인사를 하고 나와서 약초골의 여기저기를 돌아다녔다.
스승을 떠나보내는 애통함을 달래는 일종의 의식이었다.
그들은 말없이 눈물을 흘리며 그간의 흔적이 남긴 곳을 다시 더듬었다. 처음 죽을병에 걸려 첫발을 내디딘 그 순간부터 그간의 추억들이 파노라마 쳤다.
어느 한 장면도 편집할 수 없는 완벽한 영상이 그려졌다. 그들은 스승을 떠나보내며 마음속 다짐을 했다. 전 세계 약초여행을 다니며 인류를 구제할 연구를 계속하겠다는 결심이었다.
유경은 약초골과 가까운 곳에서 한의원을 계속 운영했다.
그녀는 그곳에서 살고 싶어 했다. 찬홍 역시 그 정든 약초골을 떠나지 않기로 했다.
대도시로 나가지 않는 대신에 찬홍은 약초연구소를 설립했다. 스승의 유작을 다시 연구하며 약초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나가기로 했다.
찬홍은 유경과 함께 휴가를 해외 약초순례로 하며 전 세계의 약초를 연구했다.
다가올 괴질과 바이러스 시대를 대비한 준비하기 위함이었다. 그들은 약산거사의 마지막 당부를 이행했다.
수많은 약초와 약재를 연구하며 사람을 살리는 일을 하기로 했다. 그는 스스로 약초의 신이 되어가고 있었다. 약산거사에 이어 찬홍이 약초의 신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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