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주역과 사주, 의역동원의 원리

천기누설의 의미 15. 순수한 선으로 비법이 쓰여야 한다는 뜻이네.

by 백승헌

그는 한동안 매우 분주한 듯했다.

아침 일찍 나았다가 밤늦게 오는 날이 많았다. 보름이 지나고서야 그가 말했다.

“내가 아는 환자가 중병에 걸려서 약초를 캐고 침을 놓느라고 바빴네. 그 사람은 아직 40대야. 그런데 딸린 가족이 많아서 살리느라고 그랬네.”

“어르신, 어떤 중병이신지요?”

“말기대장암이었네. 병원에서는 포기한 환자였어. 속세에 인연이 있던 터라 가만히 두고 볼 수 없었네. 이젠 그 병의 뿌리를 뽑았으니, 살아날 것일세.”

“그런 중병이 나을 수 있나요?”

“당연하지, 신비한 약초의 효능과 침술이라면 얼마든지 고칠 수 있다네. 내가 바쁜 일이 끝났으니, 내일부터 의약동원을 본격적으로 전수해 주겠네.”

승원은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말기 대장암이면 거의 시한부 생명이었다 그런데 살릴 수 있다는 말이 믿기지 않았다.


청산거사는 다음날부터 의역동원을 전수했다.

“주역은 음양론일세. 사주는 음양오행론이고 한의학 역시 그렇다네. 말하자면 주역의 음양론은 바탕이 된다는 뜻일세. 사주와 한의학의 원리는 동일하다는 의미라네.”

“예. 이론상으로는 그리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주역과 사주, 관상을 배우고 공부했지만 한의학과 어떻게 접목시키는지 모르겠습니다.”

“그건 음양오행의 원리를 그대로 접목시키면 된다네. 따로 생각하지 말고 그대로 보면 된다는 말일세. 내가 자네한테 침을 놓을 테니, 음양오행으로 설명을 해보게.”

그는 빠르게 침을 놓았다. 그런데 그 굵은 침이 아프지 않고 몸속으로 빨려 들어가듯이 쑥쑥 들어갔다. 침이 몸으로 들어가자 바로 몸이 시원해지고 기혈순환이 되는 것이 느껴졌다.

“어떤가? 머리에서 발끝까지 기혈순환이 되는 것이 느껴지지 않는가?”

“예, 그렇습니다. 어떻게 이렇게 효과가 빠른지요?”

“자네의 두뇌와 오장육부의 순환을 도와주는 침이라네. 오래전부터 비전 되어온 맥산침술이야. 이건 음양오행을 바탕으로 하는 사암침법을 기반으로 창안된 침법일세.”


그는 그렇게 말하고 자세히 음양오행의 원리를 설명해 주었다.

승원은 그의 설명이 뇌리에 속속히 박혔다.

“정말 이해가 잘 됩니다. 맥산침법의 원리가 정말 신묘한 것 같습니다.”

그는 종이를 펴고 승원을 보며 말했다.

“자네의 사주를 말해보게.”

승원이 사주 명식을 말해주자 그는 글로 쓰며 말했다.

“자네는 특별한 사주를 지녔어. 하지만 현재 자네는 상기증과 축농증, 건선, 위장병, 대장기능저하, 신장기능 저하증, 비장병 등을 가지고 있어. 말 그대로 지병이 엄청나게 많은 거야.”

“아. 사실은 맞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그리 정확히 알 수 있는지요?”

“그건 사주를 의역동원의 원리로 보면 그렇게 된다네. 사주를 보면 그 사람의 체질을 알 수 있다네. 사상체질처럼 눈으로 감별하는 것은 부정확하네. 사주가 곧 그 사람의 체질을 보는데는 가장 정확한 데이터가 되는 것일세. 한번도 틀림이 없는 그대로의 체질을 알 수 있다네.”


그는 종이에 쓴 사주 명식을 보며 설명했다.

신기하게도 그 모든 말이 승원의 몸을 그대로 설명해주고 있었다. 그의 설명은 명쾌했고 정확하게 증세와 일치했다. 그것은 병원에서 CT를 보며 증상을 설명하는 것보다 더 명확했다.

“아. 너무나 놀랍습니다. 정말 신통합니다. 그런 원리로 보면 사주는 인체의 설계도와 같은 거군요. 사주가 체질이 되는 원리가 이해가 됩니다. 저의 몸이 주역과 사주로 스캔되는 듯합니다. 정확히 이해가 됩니다.”

그는 주역과 사주의 원리로 의역동원을 설명해 주었다.

승원은 물 만난 고기처럼 그의 비법을 새겨들으며 공부했다.

처음은 힘들었지만 원리를 깨닫게 되며 나중엔 습득이 빨랐다. 주역과 사주로 보는 의역동원의 원리를 통해 체질을 알 수 있었다. 그 원리로 보면 두뇌와 오장육부의 메커니즘을 정확히 진단할 수 있게 되었다.


청산거사는 주역과 사주, 관상의 원리를 정확하게 한의학에 접목했다.

승원이 갈증을 느꼈던 연결고리를 그가 알려주었다. 또 그는 승원에서 맥산침술의 비법을 알려주었다.

“한국의 정통 침으로 사암침이 있네. 중국의 정경침이라는 체침과 달리 음양오행의 원리를 적용해서 치료를 한다네. 그 침으로 자네의 병을 고치는 것을 잘 보고 배우게.”

그는 승원에게 침을 놓기 시작했다.

그의 침은 통증이 별로 없기도 하고 무척이나 부드럽고 섬세했다. 승원은 채 보름도 되지 않아 몸이 날아갈 듯한 상태가 되었다.

"선생님, 이 침술은 중국의 정경침이나 대만의 동씨침법, 일본의 나가노침법 등 무수한 유파들의 침술과 어딘지 다른 것 같습니다. 왜 그런가요?"

"이 맥산침술은 고조선부터 은밀히 대를 이어온 우리 민족 고유의 침술이기 때문일세. 대중화시키지 않고 은밀하게 전수하고 있지. 만약 이런 침술이 대중에게 퍼진다면 천기누설이 될 것이야."


승원은 천기누설의 의미가 궁금했다.

수없이 많은 비법들이 천기누설이라는 명분으로 봉인되곤 했다. 하지만 그 말에 대해선 그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금단의 영역이 있었다. 승원은 과연 그런 것이 있는지 알고 싶어 질문을 했다.

"어떤 점에서 천기누설이 되는지요?"

"천기누설의 의미는 오직 순수한 선으로 비법이 쓰여야 한다는 뜻이네. 인성이 안된 사람에게 잘못 전해져서 상업적으로 악용되면 안 된다는 뜻이야. 의술은 순수한 천기를 움직이는 학문일세. 그래서 선한 사람에게만 이 비법을 전해야 한다는 뜻에서 천기누설이라고 말하는 것이야."

"아. 그러니까, 이 침술이 상업적으로 악용되면 안 된다는 뜻이신지요?"

"바로 그렇다네. 자네 같이 수없이 많은 고통과 병마를 겪은 사람이라야 천성 그대로 선함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야. 나는 그러한 자네의 본성을 보고 이 비법을 전수해 주는 것이라네."

그는 그 말을 하며 무심한 듯 저 먼산을 넘어가는 흰구름을 보고 있었다.

승원은 조용히 침묵을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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