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아름다운 선을 지키는 침향의 집

마음의 치료와 육체의 선 15. 무의식신경이 일어나면 폭발할 겁니다,

by 백승헌

맥산 한의원에는 예전 환자 중 ‘재진’으로 오는 환자들이 몇 명 있었다.

그중 한 명, 한정민이라는 여성이 다시 찾아왔다.

“원장님, 그땐 제가 약속 안 지키고 사라졌죠? 다시 치료받고 싶어요. 이번엔 진짜예요.”

수진은 접수 데스크에서 그 여성을 봤다.

눈빛은 불안했고, 음성은 감정 기복이 심했다.

진료를 마친 후, 승윤은 잠시 수진과 눈을 마주쳤다.

“이런 경우가 종종 있어요. 중증 감정 장애 환자들 중엔 집착을 보이기도 해요.

전에는 그런 환자 때문에 진료를 중단한 적도 있어요.”

수진은 문득 무서워졌다.

“그럼… 혹시 저도 그랬던 건가요? 선을 넘은 환자?”


승윤은 단호하게 말했다.

“수진 씨는… 환자를 넘어 제 삶의 전부가 된 사람이에요. 전혀 달라요.”

하지만 수진은 그날 밤, 자꾸만 정민이라는 여성의 눈빛이 떠올랐다.

치료자와 환자 사이에 놓인 보이지 않는 선이 있다.

그 선 위에서 자신은 어떤 존재인가? 혼란스러웠다.

승윤은 수진의 마음을 읽은 듯 진지한 제안을 했다.

“같이 살아보지 않을래요? 결혼보다 먼저 함께 하는 시간을 가지면 어때요? 서로의 일상과 속도를 겪어보는 게 필요할 것 같아요.”


수진은 잠시 망설였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대신 선을 지키며 서로가 서로를 고치려 들지는 않아야 해요. 있는 그대로 보며 적절한 거리에서 바라보는 것이라면 동의해요.”

"그래요. 마음의 치료와 육체적 선을 지키도록 하지요. 하지만 무의식 신경이 팽팽하게 일어나면 그 무엇도 막지 못할 강열한 폭발이 일어날 겁니다."

둘은 보니파시오의 버어스라는 콘도를 빌렸다.

그곳에서는 잔디밭이 깔려 있는 28가의 작은 공원이 보였다. 앞이 탁 트인 뷰가 마음을 편안하게 했다.

룸 3개의 널찍한 공간이어서 서로 각기 다른 방을 사용하기로 했다. 거실에는 침향 향로가 놓인 탁자가 놓여 있었다. 그곳에서 창밖을 바라보면 공원이 보였다.

수진은 이사를 하고 그 집을 꾸미기 시작했다.


수진은 그 공간을 ‘침향의 집’이라 부르기로 했다.

“여기서 우리는 환자도, 치료자도 아니고… 그냥 사람으로 살아요.”

두 사람은 매일 아침 서로에게 차를 끓여주고, 저녁엔 하루를 나누며 지냈다.

승윤은 수진을 위해 요리를 하는 법을 배웠다.

수진은 침향의 집을 위해 인테리어를 하고 집을 밝고 깨끗하게 관리했다.

서로가 부부처럼 보였지만 아름다운 선은 지켜졌다. 감정은 깊어가면서도 결코 들끓지 않았고 넘쳐흐르지도 않았다. 그러나 그들의 열정은 임계점을 향해 치닫기 시작했다.

가끔은 격렬하게 타올랐지만 침향의 향기로 마음을 다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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