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의 흐름에도 겨울이 온다
否(비)는 막힌다는 뜻이다. 하늘은 위로 올라가고 땅은 아래로 내려간다. 음양의 기운이 만나지 못하니, 모든 소통이 단절된다. 이때는 소통이 아닌 정리가 필요하다. 부의 흐름에도 겨울이 있다. 주식이 떨어지고, 부동산이 얼어붙는다. 소비는 급감한다. 사람들은 이 시기를 견디기보다 부정하거나 무시하려 든다. 그러나 부자는 그 순간을 손절과 정비의 시기로 읽는다. 흐르지 않는 강물은 썩는다. 막힌 돈길은 흘러가게 만들거나, 새로운 물줄기를 열어야 한다. 바로 이때 ‘否괘’의 통찰이 빛난다.
하락장은 피할 수 없지만 대비는 가능하다
비(否) 괘는 하늘(乾)이 위에 있고 땅(坤)이 아래 있다. 이는 음양이 만나지 못하는 형상이다. 시장으로 말하면 매수자와 매도자의 불균형, 투자자의 기대심리와 실제 수익 사이의 괴리다. 이럴 때는 외부 환경을 탓하기보다 내 자산의 구조를 돌아봐야 한다. 무리한 레버리지, 단기 고수익만 노리는 투자가 대표적인 오류다. 하락장은 자산의 실체를 검증받는 시간이다. 결국 비괘는 우리에게 묻는다. “너는 위기 앞에서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가?” 나는 비괘가 나오면 일체의 결정을 유보하거나 대비를 한다. 위급 환자를 맞이하여 비괘를 뽑으면 무조건 병원으로 보낸다. 그건 이유가 없다. 위험성을 감수하기가 힘이 들기 때문이다.
손절매는 패배가 아니라 전략이다
한 환자가 베트남에서 부동산 투자를 하려고 했다. 그가 뽑은 괘가 비괘였다. "무조건 멈추고 투자하지 마십시오. 투자하면 큰 고통이 따를 것입니다." 나는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부동산 소개업자의 달콤한 말에 넘어가서 계약을 했다. 그는 최고점에 베트남 호찌민 중심부 콘도를 매수했다. 더욱이 잘 오르지 않는 조금 외진 곳이었다. 큰 손실이 날 것이 뻔했다. 후에 찾아온 그에게 말했다. 물었다. “손절매를 하세요. 왜 기다리십니까?” 그는 대답하지 못했다. 인간의 뇌는 손실을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그러나 비괘는 알려준다. 막힌 상황에서 기다림은 해답이 아니다. 손절은 고통스럽지만, 새로운 흐름을 위한 첫 정리다. 이 환자는 결국 손절매를 택했다. 그가 손실을 본 후에 이렇게 말했다. “잃은 건 돈이 아니라, 교만이었어요.”
정비 없는 회복은 없다
비괘는 단순히 안 되는 상황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 안에 묵은 구조를 정리하고 다시 연결되기 위한 준비가 있다. 고장 난 조직, 낡은 수익모델, 실효성 없는 마케팅 전략까지, 모든 것엔 점검이 필요하다. 이 괘는 음양이 만나지 않으니 일시적으로 나아가면 손해를 본다고 알려준다. 오히려 멈추고, 되돌아보고, 가볍게 만들라는 것이다. 재정 정비란 바로 이런 시기에 필요한 작업이다. 현금 흐름표를 다시 쓰고, 불필요한 고정비를 덜 어내며, 기본기를 다시 세우는 것. 이것이 부자가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방식이다.
고소득 프리랜서의 위기 탈출기
J 씨는 연소득 1억 원이 넘는 프리랜서였다. 영상 편집과 강연으로 수입이 좋았다. 그러나 무계획적인 소비와 단기 투자로 인해 통장은 늘 바닥이었다. 어느 해 갑자기 외주 일이 끊기고, 급히 빌린 사채 이자로 고통을 겪게 되었다. 그는 상담에서 “이 정도 버는데 왜 이렇게 허덕이는지 모르겠다”라고 했다. 그의 지출 구조를 점검해 보니, 소비는 과하고 자산은 없었다. 그가 뽑은 괘가 비괘였다. 나는 그에게 말했다. “비괘의 괘상은 모든 것을 스톱하고 정비를 해야 할 시기입니다.” 그는 자신의 생활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고정비부터 줄이고, 수익이 변동될 때를 대비해 예비자금을 확보했다. 손해가 큰 주식은 정리하고, 자신 있는 영역 중심으로 수익원을 다각화했다. 1년 후, 그가 말했다. “비괘를 뽑고 정비를 하면서 많은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제 앞으로 진짜 돈을 벌 준비가 된 시기 같아요.” 비괘는 그에게 통찰을 준 것이다.
부자의 손절은 계산된 전략이다
비괘는 패배의 괘가 아니다. 오히려 진정한 시작을 알리는 첫 정비다. 부자는 하락장에서도 배운다. 손절은 손해를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선택이다. 정비 없는 투자는 망상이고, 손절 없는 투자는 착각이다. 비괘의 괘상에는 이런 뜻이 있다. “지금은 나아갈 때가 아니다. 머물고, 돌아보고, 다음을 준비하라.” 돈의 흐름을 꿰뚫는 사람은 올라갈 때만이 아니라, 내려갈 때도 빛난다. 그게 바로, 진짜 부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