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기 2차지필고사시작
(2021.06.26.토)*

by clavecin

* 1학기 2차 지필고사 시작 (2021.06.26.토) *


자유로운 분위기와 웬지 쿨한 분위기의 아이들이 많아지는 요즘이지만 아이들은 아이들이다. 금요일 하루 시험을 치루고 일주일의 원격수업 기간을 둔 다음 다시 4일 동안 시험을 치루는, 꽤 오랜 기간의 시험 기간을 앞둔 이번 주, 대부분의 아이들은 나름 초췌한 몰골을 보이며 시험 준비를 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수업을 하기가 쉽지 않았지만 다음 주가 원격수업 기간이어서 억지로 수업을 이끌어 갔다. 어쩔 수 없이..


아이들의 행동을 보며 일희일비하지 않기로 하며 나름 정해 놓은 규칙이 있는데 그 중의 하나는, 오후 12시, 즉 4교시 이전에는 화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침부터 화내봤자 나만 힘들고, 아이들은 기분이 안좋아지고 결국 변하지도 않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나름 정한 규칙이다. 물론, 화를 내면서 혼내는 경우도 아주 가끔 있지만, 거의 제로에 가깝다. 나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나의 행동 규칙이다. 만약 내가 4교시 이전에 화를 낸다면, 그건, 정말로 아주 큰 일이 발생했을 때고 정말 화를 낼 수 밖에 없는 경우일 수 있다. 그래서 이렇게 말한다.


- 지금 화내면서 혼내야 하는데 오후 12시 이전에는 화내지 않기로 나 스스로 약속했기 때문에, 화내지 않고 용서해 주지..


그와 더불어서 아이들이 어떤 행동을 할 때 이런 반응을 보여야지 하고 ‘굳게’ 생각해 놓은 규칙이 또 있는데, 수업 시간에 다른 과목을 공부하는 아이를 발견했을 때의 규칙이다. 바로 이런 것이다.


- 화내지 않기 / 웃으며 다가가기 / 웃으면서 그 책을 조심히 반토막 가르기 / 웃으면서 그 책을 아이에게 뿌리기


아직까지 한번도 해 본 일이 없어서 ‘즐겁게’ 상상만 했던 이 일을, 이번 주에, 내가 예뻐하는 학급에서, 내가 예뻐하는 J에게 했다. 이런!!!


시험 전 주여서 수업하기가 쉽지 않은 듯 하여 초반에 아이들에게 좀 잘하자는 이야기를 하고 수업을 시작했건만, 수업 중에 보니 J 앞에 작은 책자가 놓여져 있었다. 속으로 마음을 다잡으며 가지고 나오라고 했고 J가 가지고 나온 그 책을 손으로 갈랐다.

사실, 진짜 책이었으면 잡았다가 놓았을텐데, 별책부록 같은 느낌이었고 한손에 딱 들어왔다. 겁만 주려고 했는데 이런, 얇은 책이 쉽게 갈라졌다. 쉽게 갈라지는 것에 나스스로 당황해서 뿌리지는 못했다.


혼내기는 했지만 감정 정리는 해 주어야 해서 J를 남겼더니, 공부한게 아니라 졸려서 앞에 놓기만 한거라는 둥, 이 책 또 있다는 둥, 이야기를 귀엽게 한다. 다음부터는 이러면 안된다는 이야기를 하고 보냈다.

저녁에 하루 일들이 쭈욱 생각나는데, 내가 처음 해 본 이 일이 계속 생각이 났다. ‘아...왜 그 녀석에게 하필...’



그 학급방에 말했다.


- 지금 이 시각에도 생각나는 (1-00)

- 지금 이 시각에도 생각나는 J

- 지금 이 시각에도 생각나는 그 책자...

웃으면서 얼굴에 뿌렸어야 했는데 아쉽..

- 나에게 혼났으니 시험 잘 볼 듯 하오...


녀석들이 말한다.


- 감사합니다 선생님~


그제서야 내 마음도 완전히 풀어졌다.



요즘은 한 학기에 1번 시험을 치루는 과목이 많아서 공부해야 되는 양이 많아졌고 무엇이 나올지 몰라서 헤매는 아이도 많아진 것 같다. 2주일의 시험공부 기간이 있지만 마음은 더 바쁘고 조급했던 아이들의 첫날 시험이 끝났다. 특히 첫 날에는 총 4과목 – 제2외국어, 사회 3과목 –의 암기를 해야 해서 더 바빴을 터...


아마도 대부분의 아이들은 주말에도 책을 끼고 앉아서 공부하고 있을텐데 언젠가는 그리워하게 될 이 시간들을 후회없이 알차게 보내기를 바라본다.


- 나는 학교 도서관 송백재에서 책을 빌렸다. 오래 된 책인데 새 책으로 왔다길래..


영어 공부, 전공 공부 하느라 읽고 싶던 책을 못읽던 때.. 또 학교 업무 하느라 책 한번 못 펴보던 때,,


아무 일도 안하고, 아무 생각없이 책만 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때들이 있었다.


지금은 아무리 바빠도 책을 빌려서 옆에 놓아둔다. 글 한 줄씩 읽더라도...대출 기간이 너무 오래 되어서 연락이 오더라도 말이다..


아이들이 내신 공부하는 동안 이 책을 읽을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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