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년 조회 종례 (2021.05.22.토) *
학년 조회와 종례를 하고 있다.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너무 과장된 일이 아닌가 하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조회는 오전 7시경, 종례는 주로 오후 5시20분 경, 또는 오후 7시경에 하는데, 저번 야간자기주도학습이 시작된 때에는 오후 10시경에 했다.
담임일 때에도 조회와 종례를 빠진 적이 없었는데, 부장을 하게 되니 뭔가 너무너무 허전했다. 아이들의 하루 시작과 끝을 같이 하고 싶었는데 어떻게 할까 하고 고민하던 중, 갑자기 번뜩 떠올랐던 것이 ‘학년 조회, 종례’였다. 과목 특성상 1학년 전체를 내가 맡고 있기에 학급별 채팅방이 있는데 거기에 짧은 조회와 종례 사항들을 적었다.
오래전부터 글을 쭉 쓰는 것보다 내용에 따라 단락 짓는 것을 좋아하게 되었는데, 공지사항이나 알림사항이 많아진 올해는 번호를 달아서 글을 쓰는 것이 훨씬 더 가독성이 좋다고 생각이 되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하는 조회와 종례도 번호를 달아서 하기 시작했는데....
사실 이런 것이다.
1. 잘 잤나요???
2. 밥은 먹었나요???
3. 산책도 했을까요???
4. 기다리던 금요일입니다~~~
.....
10. 모두들 파이팅~~~
(지금까지 화이팅 으로 썼는데, 파이팅이 맞다고 나오네요..)
그런데 ‘생각지도 않게’ 이 글들에 답을 하는 아이들이 있었다.
1. 아뇨
2. 네
3. 아뇨
4. 네
.....
10. 선생님도 파이팅~~~
답장을 다는 아이들의 ‘네 / 아니오’를 보면서, 무엇에 대한 답변인지 몰라서, 내가 보낸 글을 다시 읽으면서 답장을 본다..*^_^*..
담임 선생님들보다 더 친밀해지면 안 될 것 같은 걱정에 중간에 잠깐 멈추기도 했고, ‘보내고 싶은 것’을 엄청 참으면서 일부러 드문드문 보내기도 했었는데, 애들이 요구를 해 왔다.
- 선생님, 매일 아침 보내주시는 조회, 너무 좋은데, 왜 안 보내주세요...
- 선생님이 보내주시는 글을 기다리면서 아침을 시작하는데...
나는 아이들이 이렇게 생각한다는 것에 진.짜. 깜짝 놀랐고, 이제는 그냥 매일 보내기로 했다. 나름대로 원칙을 세웠다.
- 하고 싶은 일은 참지 말고 그냥 하자!
번호에 답글을 다는 것이, 아이들에게는 더 힘든 일이지 않을까 해서, 이번 주에는 그냥 쭉 글을 썼더니, 아이들이 또 말한다.
- 선생님, 번호가 없으니까 뭔가 허전해요..
- 선생님, 선생님 글 같지 않아요..
- 선생님, 옛날로 돌아가 주세요...
다시 번호로 돌아가서 조회 종례를 한다. 어제 졸업생과 이야기하다가 이렇게 말했다.
- 아, 지금 학년 종례 할 시간이야.
- 네?? 학년 종례요??
- 아니.. 1학년 아이들 학급마다 채팅방에 하는건데.. 애들이 예뻐..
- 선생님은 우리들도 엄청 챙기셨잖아요..
- 그니깐, (작은 동그라미를 그리며) 그 전에는 우리반 30명을 챙겼다면, (양손으로 동그라미를 한껏 크게 그리며~) 이제는 27기 아이들 347명이 마치 내 반 아이들 같아..
- 바운더리가 훨씬 커진거네요..
347명의 생각이 나와 같지는 않겠지만, 우선은, 내가 맡은 아이들이라는 생각으로 아주 즐겁고 활기차게 2021년을 보낸다. 아이들을 생각하다 보면, 무얼 어떻게 해야 할지 새로운 것들이 막 떠오른다. 얼마나 다행스럽고 행복한 삶인지...
모두들 5월의 푸르른 나무들처럼 멋지게 쑥쑥 자라기를...
- 번호로 쓰던 조회 종례를 멈추었더니 (1-6)의 어느 학생이 채팅방에, 내가 쓰던 스타일로 작성한 글...
글을 읽고 내가 말했다.
- 오~ 마치 내가 쓴 듯!!!
교육의 힘~~~
이건 마치, 은며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