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흙수저론 (2021.03.27.토) *

by clavecin

* 흙수저론 (2021.03.27.토) *


요즘 언론에 수시로 오르내리는 수십억의 아파트 값을 비롯한 각종 경제 척도를 보면 돈의 개념 자체가 너무도 많이 바뀌었다고 느껴진다. 만원짜리는 예전의 천원처럼, 십만원은 만원처럼, 1억은 마치 천만원으로 여겨지는 시대다. 월급만 그대로이고 모든 것의 화폐가치가 높아졌다.


아직 돈을 벌지 않는 아이들도 이것을 알고 있어서 많은 아이들의 꿈이 ‘건물주’이다. 건물주가 되어서 직업이 없어도 세를 받아서 여유있게 사는 것. 이것이 아이들의 꿈인 경우가 많았다. 어떤 아이는 서울 한강이 보이는 100평짜리 아파트에서 사는 것. 이렇게 적은 경우도 있었다. 또는 그냥 ‘의사’가 아니라 ‘돈많이 버는 의사’라고 적기도 한다.


예전에는 ‘의사’가 되고 싶은 이유로, 가난하고 아픈 사람들을 (무료로) 치료해 주는 의사가 되고 싶다는 이유가 많았다면 요즘에는, 돈많이 버는 직업으로 최고이기 때문에 의사가 되고 싶다는 이유를 ‘솔직하게’ 말한다.


모든 사람들이 평생 동안 돈을 좇고 나 또한 돈을 무척 좋아하지만, 그렇게 애써서 벌은 돈을 직접 써보아야 할텐데, 그 돈을 쓰고 살기에 우리의 인생이 너무 짧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요즘 많이 한다. 강남의 넓고 큰 집에서 산다고 한들 아침에 출근해서 저녁에 퇴근해서 잠깐 머무는 집이고, 아무리 고급진 음식을 놓는다고 하더라도 하루에 밥을 3번 밖에 못먹고, 매일매일 옷을 갈아입는다고 해도 한계가 있지 않나...

그럼에도 우리는 내 재산을 물려줄 자식 생각에, 가족 친지들 생각에 지금도 허리띠를 졸라매서 돈을 벌고, 자녀들에게는 돈을 잘 버는 직업을 가지라고 등 떠밀어 대학입시 성적이 좋은 학교와 학원에 아이들을 보낸다.


‘금수저, 흙수저’로 통용되는 우리의 출생이, 나의 선택에 의함이 아님에도 누군가에게는 평생의 힘이 되기도, 누군가에게는 시작할 의지도 가져보지 못하는 아픔이 되기도 한다는 것이 무척 안타깝다. 그럼에도 내가 지켜본 바에 의하면, 아무리 금수저라도 2~3대가 가지 못하는 것 같고, 흙수저라도 그 다음 세대는 금수저가 될 수 있다고 보여진다. 흙수저들이여,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힘을 내기를!!!



카네기, 빌 게이츠, 워런 버핏, 마크 저커버그 등의 외국 기업가들 이름으로 익숙해져 있던 ‘기부’라는 단어가 카카오 김범수씨와 배달의 민족 김봉진씨의 기부를 통해 우리에게 좀더 친밀하게 다가오고 있다. 전 세계 대부호들이 사후나 생전에 재산의 대부분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약속하는 운동인 ‘더 기빙 플레지(The Giving Pledge)’를 하고 있는 것이다.


재벌 3세까지 나오는 대기업이 아닌, 그야말로 ‘흙수저’ 태생의 중년 남성(나이가 많지도 않다) 2명의 기부가 소리 없이 선한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 기쁘다. 그 어려웠던 시절을 넘고 넘어 어렵게 성공한 열매를 기껏 일가족 챙기기에서 벗어나 다른 이들에게 베푼 그 용기에 큰 박수를 보낸다.

후원하던 아동이 20대가 되면 새로운 아동을 받게 되는데, 이번 3월에 3번째 아동을 후원하게 되었다. 25년 전부터 해 오던 후원인데, 첫 번째 아이는, 간호학과 대학생이 되었고, 두 번째 아이는 축구선수가 되었으며, 이번에 아이는 요리를 하고 싶다는 아동이다. 너무도 작은 금액을 후원하는데 잘 자라주었으면 좋겠다.

개인적인 후원말고, 20년이 넘도록 내가 맡은 담임 학급에서 해 오던 해외아동 후원을, 올해 담임을 하지 않게 되면서, 올해 (1-10) 아이들에게 넘기게 되었다. 학생들이 한달에 천원씩 모아서 학급에서 3만원을 후원하는 일인데, 올해 27기 (1-10) 아이들이 이어서 후원을 하겠다고 했단다. 고마울 뿐이다.


후원하는 기관 중에 ‘요셉의원(http://www.josephclinic.org)’이라는 곳이 있다. 노숙인 자선의료기관으로 무료진료하는 곳으로 의사들이 돌아가며 시간을 내어 진료를 한다. 이번에 후원금을 좀 늘렸다. 이 곳은 나를 감동시키는 무언가가 있다.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았으면 한다.

명사초청특강으로 학교 이사장님이셨던 김인중 목사님께서 오셔서 특강을 하셨다. 1994년 처음 만남에서부터 나를 감동시키셨던 분인데, 수도 없이 들었던 그 분의 강의가 올해는 유독 새롭게 들렸다. 강의하는 그 분을 보며 내 머릿속에서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 어린 시절의 김인중 어린이..

- 청소년 시절의 김인중 학생..


얼마나 힘들고 외로웠을까를 넘어서 많이 슬펐다. 그 많은 것을 견디면서 얼마나 많은 생채기가 남았을까 하는 생각..


아이들도 많이 슬펐고 감동적이었다고 했으며, 선생님들도 새롭게 알게 된 내용이 많았다고 하셨다.

개척한지 15년도 안된 교회에서 가난하지만 실력있는 기독교 인재 양성을 위해 만든 학교가, 지금은 공부도 잘해야 하지만 우선 돈도 있어야 올 수 있는 자사고가 되었다. 학교에 대한 학생이나 학부모들의 ‘요구’도 예전과 무척 많이 달라져 있어서 선생님들은 계속 고민한다.


- 이 학교가 나아가야 할 바가 무엇인가...


SKY를 나오고 전문 직업에 돈도 잘 버는 사람들로 졸업생들이 채워지면 학교가 더 유명해지겠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들을 갖춘 아이들로 키워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계속 한다. 이런 껍데기만으로는 무언가 많이 부족하다. 지금도 언론에서 언급되는 사람들은 거의 모두, SKY 출신에, 전문 직업에, 돈도 엄청 많은 사람들인데, 우리가 그들에게 무엇을 기대할만한 것이 있는가...


흙수저를 넘어, 성공한 기업가를 넘어, ‘돈 잘버는 의사’의 꿈을 넘어, 무언가 의미 있는 가치관을 가진 아이들이 이 곳에서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 (2021.03.17.수) 명사초청특강 – 김인중 목사님 강의

https://www.youtube.com/watch?v=0KSjujTUgO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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