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로 말을 주고받는 것, 너와 나의 연결 고리.
한동안 모르고 지냈지만, 내게는 즐거운 낙(樂)이 하나 있다.
아들과 전화로 말을 주고받는 행위, 통화(通話).
수년 전 둘째 녀석이 전화기(표현이 좀 낡았네..)를 갖게 되었을 때, 나에게 전화가 왔다. 그 순간의 감정은 기쁨보다는 놀라움에 가깝다. 그래, 나는 아들과도 통화할 수 있다는 생각을 여태껏 하지 않았던 것이다. ‘문명과 문명이 만났을 때, 그때의 충격이 이런 것일까?’라 생각하며 내 스마트폰의 수신 버튼을 눌렀다.
“어? 아빠?.. 잘못 걸었어요~ 끊어요~(무지 명랑한 목소리)“
‘나.. 아직 말 안 했는데..’라 생각하기도 전에 끊겼다. 그 첫 접촉이 허무하게..
이것이 나와 아들을 이어준 첫 통화였다.
한동안 여러 생각들이 오갔다.
‘다시 걸까? 뭔 일이 있는 걸까? 와이프한테 자랑해야 하나?‘
하지만 난 한마디도 못했는걸…
주변 동료가 물었다.
“무슨 통화길래 암말 안 하고 끊습니까?”
“어.. 아들.. 하.. 근데 이쉥키가…”
“왜, 뭐 있습니까?”
“아니.. 잘 못 걸었대..”
이건 마치 꽁냥대는 부모에게 아들이 “뭐야? 둘이 사귀어?”라고 물으니 부부가 멋쩍어하며 “아니..”라고 답했다는 일화처럼 황당하기도 하고 웃픈 일이라 생각했다.
사귀는 관계도 아닌데, 부부다라…
전화 걸어 생의 첫 아빠와의 통화가 연결되었는데, 잘못 걸었다라..
그래도, 그 모든 생각들의 끝은 ‘기쁨’이었다.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뒤, 기쁨은 누군가에게 자랑하고픈 ‘자부심’으로 모양이 바뀌었다.
‘나, 어린 아들하고 통화도 하는 그런 남자다.’
아내에게 전화 걸어 자랑했다. 어이없어하는 반응과 아내는 종종 아들과 통화한다는 그들만의 로맨스를 알아차리게 되었지만, 그래도 껄껄 웃으며 자랑했다.
그 이후 나는 종종 아들들에게 전화를 걸어 시답지 않은 이야기를 한다. 반응이 뭐 그다지 열광적이지는 않지만, 그래도 ‘너와 나의 연결고리’를 느낄 수 있는 조금 기쁜, 소확행의 경험이다.
오늘, 중 3 기말고사 시험을 마친 첫째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들 1 : “예, 아부지.. ”
감자밭 : “어~ 아들~ 시험 끝났지?”
아들1 : “예…….”
‘아.. 망쳤나 보다…’
감자밭 : “아들램~ 시험도 끝났는데, 아부지랑 저녁에 맛난 거 먹을까?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아들 1 : “하……..”
‘진짜 망쳤나 보다.. 아..’
감자밭 : “아들 몇 시에 와? 아빠가 맛난 거 사갈게~“
아들 1 : “…. 네..”
아들은 시험을 망쳤고, ‘아부지’라는 내 1인칭은 그 딱함에 ‘아빠’로 바뀌었다.
안쓰러움은 시간을 얼마간 되돌리는 능력이 있는 것 같다.
아들이 안쓰러우니, 그 옛날 아들 어릴 때 동네 형들에게 딱지 다 따먹혀 울던 짠한 모습이 떠올라 자연스레 아부지가 아빠가 되었다. 아.. 울 아들, 호~ 해주고 싶다.
저녁에 맛난 것 사들고 가 ‘시험 이야기 뺀’ 즐거운 대화하며 소중한 시간 가질 요량이다.
얼마 전 아내와 막국수집에서 대화하다 아버지 이야기를 하던 중 ‘시리’가 아버지에게 통화연결을 했던 일이 있었다.
‘엉??’ 하던 차에 통화가 연결되었다. 5G 통신망 넘어의 아버지는 짐짓 설레어하셨다. 웃으시는 모습이 음성통화인데도 보였다.
보통 집에 전화할 일 있으면 ‘엄마’(나는 아버지는 아부지로, 어머니는 엄마로 부른다. 어머니와는 엄마라는 호칭으로 가깝게 있고 싶은 마음에..)에게 전화 걸어할 말 다하고 “아부지는?”으로 아버지와 잠시 연결될 뿐이었는데, 아버지에게 바로 전화한 아들이 생경하셨을까? 아님 기쁘셔서였을까? 그날, 아버지는 막내아들에게 ‘먼저’ 전화를 받아 안부 여쭙는 아들을 접하기도 하고, 엄마에게 전화 돌려주는 ‘호사’도 누리셨다.
그래, 나는 불효자다.
그거 하나는 알겠다 싶었다.
‘이제, 아버지께도 전화 자주 드려야지.. ’ 하던 차에..
어쩜 내 아들놈들과 똑 닮은 나인가.. 생각하며 헛헛하게 웃었다.
점점.. 때 되면 자식들한테 전화 한 바퀴 주욱~ 돌리시는 울 엄마 마음도 알아가고, 전화 잘 못 걸어 아버지와 연결되는 아들놈들의 사정도 알게 되는 것 같다.
짧은 통화, 깊은 여운..
할 수 있을 때, 주저하지 말고 소중한이와의 연결고리 아낌없이 엮어봐야겠다.
오늘 저녁은, 무조건 울 아들 좋아하는 거 다 먹을 거다.
//F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