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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적(?)은 바로 여자?

-  세상 신기한 법칙 : 작은 부탁은 이성에게 더 잘 통한다?

by 해야블라썸 Nov 10.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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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차 : 중문단지 구경 (제주 국제 컨벤션 센터 ~ 퍼시픽랜드 ~ 주상절리 ~ 신라호텔 ) ~ 천제연 폭포 ~ 화순 해수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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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주상절리, (중) 신라호텔 로비 곰인형, (우,상) 영화 쉬리의 마지막 장면-(우,하) 쉬리의 언덕 벤치에서


아침부터 채비를 서둘러 제주도민이었다가 아니었다를 반복하며 여러 곳을 둘러보았다. 제주 국제 컨벤션 센터에서 여러 전시 및 행사도 구경하고, 퍼시픽랜드에서 원숭이 공연도 보았고, 바닷가에서 주상절리도 구경하였다. 해안가를 따라 걷다가 들어가게 된 건지, 어찌 들어간 것인지는 지금은 도통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신라호텔 로비까지 들어가서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의 여주가 사진 찍은 곰인형 하고도 함께 사진을 찍었고, 심지어는 쉬리의 언덕(신라호텔 정원에 있음. 영화 쉬리 마지막 장면에 나온 곳으로 일출, 일몰 명소라고 함.)도 둘러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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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호텔 로비에서 정원으로, 정원에서 해수욕장으로 이어지던 길

특히, 신라 호텔 뒤쪽 해안가와 이어지는 중문해수욕장은 큰 파고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호주 여행 때, 바닷가에서 다 큰 성인이면서도 아이들이나 탈만한 보드를 안고 파도를 타면서 신나 했던 기억이 났다. 그 당시 겁쟁이 쫄보였던 나는 서핑은 엄두도 못 내면서 어린이처럼 엎드려서 보드로 파도타는 게 넘 신나서 우리나라 바다를 원망까지 했었다. 서핑을 하려면 일단 파도가 멀리서 길게 밀려와야 하는 데, 우리나라에는 작고 짧은 파도만 많은 느낌이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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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문 해수욕장의 파도

그런데, 제주도 남쪽에 위치한 이 바다는 다른 바다와 남달랐다. 우리나라서는 보기 드물게 파고가 상당히 높고 길었다. 윈드 서핑이 어울릴 만한 바다랄까? 오전이라 그런지 그 당시에는 실제로 서핑을 하는 사람들이 많지는 않았지만, 요즘에는 중문색달해수욕장을 검색해보니 제법 서핑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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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알이 곱고 긴 모래사장에 파고가 높고 긴 바다가 더해져서 왠지 타국에 있는 듯한 착각까지 들게 했던 중문색달해수욕장. 이를 등지고 줄지어 서있던 고급 호텔들이 커다란 배낭을 메고 걷는 도보여행자를 초라하고 배고프게 만들었다. 여긴 밥값도 비싸구나. 호사스러움이 좋으면서도 내 복장으로는 어디 어울릴만한 식당이 없는 듯 비싸게만 느껴졌다. 겨우 푸드코트 같은 곳을 찾아 돌솥비빔밥 한 그릇을 깨끗하게 비우고 우린 다시 걷기 시작했다.


이 날의 목표는 화순 해수욕장이었다. 오전에 잔뜩 찌푸렸던 하늘이 오후가 되니 비를 뿌리기 시작했고, 여행하는 동안 처음으로 제주의 비를 맞았다.    


서귀포시(그 당시 행정구역을 따름)를 벗어나니 다시금 시골스러워졌다. 서귀포에서 많은 곳을 관람했던 우리는 재정적 출혈이 심했던 터라, 숙박 장소에 이르러서는 또다시 가격 흥정하기에 이르렀다. 손님이 많지 않은 곳이기도 하고, 민박집 주인장이 할아버지셨기에 협상에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고 믿었던 거 같다. 왜, 그런 법칙 있지 않는가? 요상하게도 작은 부탁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동성보다는 이성에게 하는 것이 더 잘 통하는 법칙? 


아니나 다를까? 우리가 가격 다운을 요구하니, 할아버지께서는

"대학생이 무슨 돈이 있겠노. 그래, 그러면 5천 원 깎아줄게."라고 하셨다.

그러자, 흥정에 응해 주시는 할아버지가 맘에 안 드셨던 할머니께서 기어코 한마디를 던지신다.

"대학생은 아닌 거 같구먼..."


'아~니이, 저어기 할머님~?'이라고 소리칠 뻔했지만, 찔리는 게 있기에 차마 말은 못 하고 야구모자를 더욱 깊이 푸~욱 눌러 얼른 얼굴을 가렸다.


역시, 여자의 적(?)은 여자라더니, 그 짧은 시간 동안에 할머니께서는 놀라운 관찰력으로 그새 우리를 한번 훑으시고는 나이를 파악하신 듯했다. 할머니의 거침없는 직구에 우리는 흠칫 놀라며, 혹여라도 흥정에 실패할 까 노심초사했다. 가격 흥정뿐만 아니라 비에 젖은 옷과 신발 때문에 우리에게는 주인 어르신께 부탁할 일이 더 생길 것만 같았는 데, 할머니 앞에서 할아버지를 상대로 가격 흥정이나 했던 우리가 벌써 밉보였을 까 봐 조금 염려되기도 했다.


우리가 속인 것은 아니었지만, 할머니 눈에는 우리가 할아버지 앞에서 어린 척 연기해서 가격 흥정에 성공한 얌체로 보일까 봐, 마치 약점이라도 잡힌 듯 괜스레 눈치가 보였다. 비에 젖어서 꼭 빨래를 해야만 했는 데, 이제 빨래를 할려니 물 많이 쓴다고 할까 봐 눈치, 비 온 뒤 빨래라 탈수를 위해서 세탁기 사용을 부탁드리면 거절하실까 봐 눈치, 실내에서 빨래 건조하기 위한 건조대를 빌려주지 않으실까 봐 눈치, 이래저래 우리의 가격 흥정 성공에 보이신 할머니의 불편한 마음을 들은 것 같아서 할머니 눈치가 이만저만 보이는 게 아니었다. 그래서, 할머니한테는 감히 이것저것 부탁을 못하고 친구랑 서로 눈치 보면서 할아버지를 기다렸다.


우리가 이런저런 부탁을 하면, 할아버지는 거절하지 않으시고, 모두 오케이 해주셨는 데, 이 때문에 할머니의 눈칫밥을 드신 것은 아니신 지, 뒤늦게 미안해지는 밤이다.


할머니, 할아버지!

두 분이서 운영하시는 민박집에 머물면서 

젊은 사람 둘이서 뭔가 도움이 되지는 못할 망정

비싸지 않은 가격임에도 깎아달라고 흥정해서 죄송했습니다.

가격 다운도 모자라 이것저것 귀찮게 부탁을 많이 해서 죄송했습니다.

그럼에도 싫은 내색 안 하시고, 친절을 베풀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부디, 아직도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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