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자. 여자1은 결혼 6년차다. 아직 아이는 없어, 언제나 신혼일 것 같았던 결혼 생활은 왠지 삐걱거린다. 아이가 쉽사리 생기지 않는 것도 고민이지만, 진짜 이 사람의 아이를 낳고 살아도 될지도 고민이다. 그런 고민에 휩싸이니, 이 사람을 정말 사랑하는 게 맞을까? 결혼 생활 이대로 좋은가? 앞으로도 결혼 생활을 계속 유지해야 하는 걸까? 여러 고민에 휩싸인다.
다른 한 여자. 여자2는 아직 미혼이다. 주변에 친구 반은 결혼했고, 반은 아직 미혼이다. 하지만, 주변 어른들에게는 노처녀라는 소릴 들으며, 결혼 권유에 스트레스를 받는 미혼이다. 직장과 이웃, 지인들의 소개를 받아 만난 남자들. 그 여자만 보는 게 아닌 결혼을 위한 만남은 이래저래 밝히고 싶지 않은 가정 이야기가 상처가 되어서 돌아오기도 한다. 그런 상처들로 세상에 대한 미움이 차곡차곡 쌓여 세상 차가운 염세적인 여자가 되었다. 반은 원해서, 반은 원치 않게 미혼이라는 상태로 남은 여자.
그 두 여자가 함께 걸어보기로 했다.
아직 살아갈 날은 많은 데, 인생 사는 게 늘 새롭고 어려워서 세상을 모르겠다고. 인생길 제대로 걷고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방향 없이 살고 있는 두 여자. 어떻게 사는 게 제대로 사는 건지 알 수가 없어서, 무작정 걸어보기로 했다. 인생이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듯이 무작정 걷는 여행도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음이 그렇게 서로 닮아 있을 테니까. 그 닮은 길을 걷다 보면 자신이 걸어가야 될 길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그렇게, 제주도 둘레 걷기는 시작되었다.
내 젊은 날에는 싸이월드라는 미니홈피로 내가 좋아하던 글귀, 좋아하던 영화, 좋아하던 음악, 좋아하던 취미, 일상 사진, 여행사진, 친구 사진 등 내 모든 것을 홈피라는 이름의 페이지 안에 내 이야기를 섞어 담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 소중한 홈피가 아슬아슬하게 간신히 부활했네요.
거기에 담아둔 내 젊은 날의 초상과도 같은 글들과 사진들이 사라질 까 노심초사했는데, 앱으로만이라도 살릴 수 있어서 마냥 반갑습니다. 사진을 들여다 보노라니 그 당시에는 최신 카메라로 최고의 해상도로 찍은 사진이건만 지금의 폰 사진보다도 못한 사진의 화질이 세월을 말해주는 듯, 필름 카메라로 찍은 오래된 낡은 사진처럼 화질이 바래져 있습니다.
또렷하지 못한 화질의 사진을 보고 있자니, 흐릿한 기억이 스멀스멀 다시 떠오릅니다. 아마, 그때는 이랬다는 사실보다 이랬었던 것 같은 데라는 상상이 더 가미되었을지도 모르는 이야기가 사진을 따라 새어 나오네요.
그 당시 여자 둘이 한여름에 30리터 등산용 가방을 메고서, 뙤약볕에 땀에 흠뻑 젖은 채로 걷는 모습은 종종 남들의 이목을 끌기 십상이었습니다. 자전거 여행하는 사람은 종종 있었지만, 우리처럼 걷는 여행자는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때로는 자전거 여행하는 사람들조차도 우리를 신기하게 바라보며 파이팅~이라고 응원해 주던 기억도 있구요. 땀에 흠뻑 젖어 걷던 날 마주친 술 취한 아저씨가 우릴 보고서 "미친 X"이라고 욕 했던 기억까지 떠올려보면 과히 이목을 꽤나 끌긴 했던 모양입니다.
사실 그때의 숱한 기억 중 저 욕 한 마디만 부정적인 경험이었을 뿐, 나머지는 모두 따뜻한 기억들로 남아서 더할나위 없이 차가웠던 여자가 따뜻한 사람이 되도록 살게 해 주는 값진 경험들이 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