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상담 후 생긴 초능력

(단편소설) 친절 대마왕 - 4

by 하기

4.


며칠 후 나는 사무실에 연가를 내고 신설동에 있는 마음 상담소를 찾아갔다. 지하철역에서 가까워 차를 몰지 않고 지하철을 타고 갔다. 신설동역에서 내려 검정고시학원이 있는 건물 3층에 상담소가 있었다. 사무실을 방문하니 젊은 여자가 나를 맞이하였다.


“어떻게 오셨어요?”


“황수정 소장님 뵈러 왔는데요.”


“약속이 되어 있으신 건가요?”


“저번에 언제든지 찾아오라고 명함을 주셔서 찾아오게 되었어요.”


“그럼 여기서 잠깐만 기다리세요. 제가 상담일정 확인하고 안내해드릴게요.”


그녀는 내부 전화를 통해 확인을 하고 나를 소장실로 안내하였다. 소장실에 들어가니 황수정이 웃으며 나를 맞이하였다. 저번에는 청바지를 입고 있어 여대생 같은 느낌이었는데 상담실에서 정장을 하고 나를 맞이하는 그녀를 보니 첫인상과는 느낌이 많이 달랐다. 그녀는 검은색 원피스에 검은색 스타킹을 신고 회색 스웨터를 걸치고 있었다.


“생각보다 빨리 찾아오셨네요. 이왕 오셨으니 현기 씨의 문제를 저에게 솔직하게 말씀해 주세요. 그래야 정확하고 효율적인 상담이 가능합니다.”


“네, 저는 이번에 민원봉사실로 발령이 났는데 민원인을 응대하면 할수록 힘이 듭니다. 자꾸 불친절 공무원으로 지적되어 징계처분까지 받고 사귀던 아가씨와도 헤어졌어요.”


“제가 생각할 때 현기 씨는 민원인을 대할 때 귀찮고 힘든 사람이라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이런 마음을 민원인이 느끼니까 그에 대한 피드백이 좋지 않은 거예요. 민원인의 마음을 읽고 가족처럼 대한다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결과가 나올 거예요. 오늘 제가 최면요법을 통하여 민원인에 대한 불안감과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도록 도와드릴게요.”


황수정은 나를 사무실 안쪽 창가에 있는 안락의자에 앉게 하더니 나에게 동의를 구하고 최면요법을 실시하였다. 그녀의 지시에 따라 눈을 감고 생각에 잠긴 순간 황수정이 우드블록으로 내는 똑딱 소리와 함께 나는 정신을 잃고 반수면상태로 돌입하였다.


최면상태에서 나는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나는 영미와 사랑을 나누었다. 현실에서 손도 잡아 보지 않은 영미와 사랑을 나누다가 영미의 얼굴을 보는 순간 영미가 아닌 황수정의 얼굴을 보고 나는 꿈에서 깨어났다. 최면에서 풀린 나는 한참 정신을 못 차리고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는 상태로 멍해져 있었다.


“현기 씨 이제 괜찮아요?”


익숙한 목소리에 소리가 나는 쪽을 쳐다보니 황수정이 나의 눈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꿈에서 정사를 나눈 그녀를 정면으로 바라보지 못하고 옆으로 비껴보며,


“네, 괜찮은 것 같아요.”


“꿈을 꾸었나 봐요. 최면이 끝나고 한참을 자는 듯해서 깨우지 않았어요. 꿈 내용을 말해줄 수 있나요?”


“개인적인 거라 좀. 좋아하던 아가씨가 꿈에 나왔어요.”


“좋았나 봐요. 얼굴이 행복해 보이던데 흐흐”


“아니요. 별로. 상담이 끝났으면 이젠 가볼게요.”하고 황수정의 표정을 바라보는 데 순간 나는 흠칫 놀랐다. 그녀의 얼굴을 보는 순간 그녀가 말하지도 않은 대화가 내 귀에 들리는 것이었다.


그녀는 상담료를 받아야 하나 고민하는 듯했다. 그녀의 마음을 읽은 나는 “상담료는 얼마죠? 정식으로 치료를 받았으니 앞으로도 계속 도움을 받으려면 상담료를 낼게요.”라고 말했다.


그녀는 “안 그러셔도 되는 데... 창구에서 안내받으시면 돼요.”하고 나를 보며 특유의 해맑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나는 창구에서 상담료를 내고 다음 상담을 예약한 후 상담소를 나왔다. 상담 후에 남의 마음이 읽히는 초능력이 생긴 듯 상담창구의 여직원도 오늘 저녁 데이트에서 키스를 남자 친구에게 허용을 해줄지 걱정하는 마음이 읽혔다. 최면 후에 일시적인 착각이려니 했지만 그것이 나의 착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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