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추적자
유령과의 전쟁
국세청 체납추적팀 차장, 강민준의 눈빛은 레이저 같았다. 그의 앞에 놓인 서류 파일에는 '강성필'이라는 이름이 붉은 글씨로 찍혀 있었다. 세무 당국의 추적망을 비웃듯, 수십억 원의 세금을 체납하고도 그림자처럼 사라진 고액 체납자였다.
강성필은 교활했다. 주소지는 낡은 고시원, 사업장은 공유 오피스의 가상 주소. 현장 수색은 번번이 허탕이었다. 서류상 강성필은 '빈털터리'였으나, 강민준의 직감은 그가 호화로운 어둠 속에 숨어 있음을 소리쳤다. "법인을 이용한 개인 세금 체납, 고시원 위장 거주... 전형적인 수법입니다. 하지만 이자는 뭔가 다릅니다."
그러던 어느 날, 거액의 현금이 강성필과 아무런 관계가 없어 보이는 '오지연'이라는 여성의 계좌로 흘러 들어간 정황이 포착됐다. 평범한 이름 뒤에 숨겨진 의문의 자금줄. 강민준은 팀원들에게 오지연의 신상과 강성필과의 관계를 집중적으로 파헤치도록 지시했다.
타워팰리스의 유령
며칠간의 밤샘 작업 끝에 강민준의 예상은 현실이 되었다. 오지연은 강성필의 '내연녀'였다. 그리고 그녀가 거주하는 곳은 서울 강남의 상징, 타워팰리스의 초호화 아파트.
"차장님, 이 아파트 등기부 등본입니다. 취득자는 강성필이 대표로 있는 페이퍼 컴퍼니 명의입니다. 그리고 자금 출처를 분석한 결과, 명백하게 그 법인의 돈이 흘러 들어갔습니다." 팀원의 보고에 강민준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감돌았다. 법인을 방패 삼아 개인의 호화 생활을 영위하고, 그 비용을 세금으로 '메꾸려' 한 것이다.
강민준은 확신했다. 강성필은 그 고시원이 아닌, 타워팰리스 펜트하우스에서 여왕과 같은 내연녀와 함께 황제처럼 살고 있을 터였다. 그는 즉시 검찰에 수색영장을 청구할 준비를 했다. 법인 자금의 사적 유용, 체납처분 면탈 혐의 등 증거는 충분했다.
새벽의 급습
검찰의 신속한 판단과 법원의 승인으로 드디어 수색영장이 발부되었다. 새벽 6시, 강남의 최고급 주상복합 아파트가 아직 잠들어 있을 시간. 강민준이 이끄는 체납추적팀은 조용하지만, 무거운 긴장감을 안고 타워팰리스 정문 앞에 섰다.
영장을 제시하고 경비원들의 거센 항의를 무릅쓴 채, 팀은 해당 층으로 올라갔다. 현관 벨을 누르자 잠시 후, 어둠 속에 익숙한 얼굴이 나타났다. 고시원에 살아야 할 '빈털터리' 강성필이었다. 그는 놀라움과 분노가 뒤섞인 표정으로 문을 열었다.
"국세청 체납추적팀입니다. 수색영장 집행하겠습니다. 협조하십시오, 강성필 씨." 강민준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강성필과 오지연의 거센 저항과 욕설 속에서도 팀원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서재의 비밀 금고, 드레스룸의 숨겨진 벽장, 심지어 김치 냉장고 깊은 곳까지.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수억 원의 현금 다발이 옷가지 속에 숨겨져 있었고, 이중 벽 뒤의 금고에서는 번쩍이는 골드바 수십 개와 수십 년 된 고가의 골동품들이 쏟아져 나왔다. 현금과 실물 자산을 합산한 금액은 체납액을 훨씬 초과하는 규모였다.
"수납 달성! 강성필 체납액, 전액 확보했습니다!" 팀장의 목소리가 복도를 울렸다.
에필로그 : 그림자에서 빛으로
체납된 수십억 원의 세금이 국고로 환수되는 순간이었다. 강민준은 검은색 명품 옷장 속에서 나온 금고를 묵묵히 바라봤다. 법망을 비웃던 고액 체납자는 결국 자신의 탐욕이 빚어낸 호화로운 그림자에 발목을 잡혔다.
이 사건은 국세청 내에서도 전설로 회자되었다. 강민준 차장의 끈질긴 추적과 정확한 분석은 '강남 타워팰리스 체납사건'이라는 이름으로 기록되었다. 그리고 그 공로를 인정받아, 강민준은 마침내 염원하던 사무관으로 특별 승진하는 영예를 안았다.
며칠 후, 청와대 영빈관. 강민준은 늠름한 모습으로 대통령 앞에 섰다. 대통령은 그의 손을 잡고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대통령 표창을 수여했다.
"강민준 사무관. 당신의 헌신적인 노고 덕분에 국가 재정이 튼튼해졌습니다. 국민들은 당신 같은 숨은 영웅들을 믿고 있습니다."
가슴에 달린 훈장만큼이나 그의 마음속은 뿌듯함으로 가득 찼다. 그림자 속에서 진실을 추적했던 강민준, 이제 그는 국가 재정을 지키는 빛나는 영웅이 되어 새로운 임무를 향해 나아갈 것이다. 그의 눈빛은 여전히 레이저처럼 날카로웠지만, 그 안에는 굳건한 정의감이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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