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과목은 몰라도 수학만큼은 고1 때부터 그렇게 신경 쓸 수가 없었다.
엄마가 영어 교사인데 영어는 그렇게 싫어하면서 수학 사랑은 어찌나 대단하던지. 엄마 무슨 과목이냐고 누가 물으면 수학이라고 대답하라고, 절대 영어라고 말하지 말라고 농담할 정도였다.
중간, 기말고사 때 수학 보는 날은 말하지 않아도 온몸으로 비장한 각오와 긴장을 뿜어냈다. 말 한마디 걸기도 눈치 보일 만큼 온 신경이 수학에 꽂혀있었고 아무리 오래 걸리더라도 스스로 풀이 방법을 찾아낼 때까지 절대 정답이나 풀이를 보고 참고하지 않았다. 정답이나 풀이를 보면, 수학적 상상력이 없어지고 어떻게 풀어내야 할지 혼자 찾는 법을 잃게 된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수학에서만큼은 완전하고 싶은 마음이 크고 수학에 대한 자존심이 워낙 강해서 수행평가 풀이 과정에서 실수로 1점 감점을 당한 일에 대해서도 몹시 자존심 상했다. 아토피가 두피에 온통 번졌을 때도 아니, 번지든 말든 수학은 항상 늘 변함없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너무 좋아서 공부했다.
수학을 풀 때 유독 양손으로 양옆 머리를 들어 올리곤 했는데 양옆 머리가 들어 올려진 모양이 시그마(∑) 옆으로 돌린 것 같다고 친구들이 시그마라는 별명을 지어줬다. 수학 전교 1등에게 딱 어울리는 별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이 “시그마!”하고 부르면 '수학 1등에게 질문을 하러 왔구나'하고 자동으로 알 수 있는 것이다.
고1 때, 아버지처럼 따르는 선생님으로부터 수학이 실생활에 실용적으로 사용되는 학문이 '경제학'이라는 사실을 듣고 경제학 동아리에 들어가서 주말에도 모여 경제학 독서모임, 포럼준비 등을 하면서 진로를 경제학 쪽으로 잡아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