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쉐린 도쿄 라멘 여섯번째 이야기

by 꿈애취애

라멘집 Menyasign(麺屋 彩音)의 가게 이름은 주인 요리사가 젊었을 때 좋아했던 곡명(sign)에서 따왔다고 한다. 소설이나 음악이 주는 임팩트가 상당한 것 같다. 요식업 하는 사람에게 있어서 가게의 이름은 자기가 가고자 하는 방향 혹은 자기 정체성일텐데, 소설제목 혹은 곡명에서 따왔다는 것은 그것이 인생의 이정표와 같은 영향을 주었다는 의미다.


가게를 처음 들어왔을 때, 느낌점은 “넓다”였다. 지금까지 6-7석의 라멘 가게 밖에 경험하지 못했던 나에게 2배나 많은 13석이나 배치된 가게는 상당히 넓어 보였다. 한 번에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이 2배나 많은 덕분에 오픈시간에 딱 맞추어 온 손님들도 기다리지 않고 식사할 수 있었다.


그리고 라멘 식당 사업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았다. 식당이 유명해져도, 프랜차이즈가 되면 음식 맛 관리라는 과제가 있어서 2호점, 3호점을 낼 수 없고, 또 온라인 판매도 본연의 맛을 음미할 수 없기 때문에 힘들다면, 식당 면적을 확장하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미쉐린 가이드에도 실리고, 찾아 오는 사람도 많으면, 20명, 50명이 한꺼번에 식사할 수 있는 넓은 식당을 차리면 좋을 것 같았다.


그런데 종업원 수를 떠올리며 그 생각을 접는다. 지금까지 가 본 라멘 식당 중에서 주인 포함, 근로자가 5명을 넘는 곳이 없었다.


사업을 하는 지인 중에 고용한 근로자가 4명인데, 거기에 1명을 더 추가해 5명을 해야 하는 대표님이 계신다. 그분 말로는, 대표를 제외한 근로자가 5명이 되는 순간 지켜야야 할 규제는 차원이 다른 이야기며, 규제를 읽어 보면 사업하지 말라는 이야기처럼 들린다고 했다.


그런데 왜 5명이 기준일까, 근로기준법에 예외를 두는 게 5명 미만인데, 그 5명은 어디서 나왔을까? 우리 나라 법을 만들어질 때 많이 참조했던 게 일본법이다. 그리고 일본이 근로자에 관한 법을 만들 당시, 일본의 전통적인 가내수공업에서 일하는 근로자 수가 대표 포함 5명정도였다고 한다. 그들은 가족이었다. 남편과 부인이 장성한 자식 2명과 함께, 혹은 남편과 부인이 아들과 며느리와 함께, 4-5명이 가업으로 일을 했다. 그렇기에 휴무, 야근, 수당 이러한 개념이 적용되지 않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식당에 손님이 몰려 들면, 가족으로 구성된 근로자들은 하루에 16시간 이상, 일주일 내내 1년 365일 휴일 없이 일하는 거다. 그래도 괜찮아 보이는 것은, 가족은 경제 공동체이기에 식당에서 나오는 모든 이익이 가족 구성원 전원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5명을 넘는 6명째 근로자는 가족이 아닌 남일 가능성이 크다. 그렇기에 그 6번째 근로자는 법이 보호해 준다. 정해진 시간에 일을 시키야 하며 휴식 시간도 보장해 주어야 한다. 휴무 수당도 주어야 하며 야근 수당도 주고, 야근&특근도 법으로 정해진 시간를 초과해서는 안 된다. 일정 기간 근무하고 퇴사하면 퇴직금도 주어야 한다. 이처럼 6번째 근로자부터는 가족 관계가 아닌 고용인과 피고용인의 관계이기에 법으로 엄격히 규제한다.


라멘 식당을 넓혀 수십명이 식사할 수 있는 곳을 만들면, 고용인원도 늘려야 한다. 그러면, 사업구조가 정말 많이 바뀌어야 할 것 같다. 그냥 맛있는 라멘을 만들어 파는 식당이 아닌, 라멘 기업이 되어야 한다. 좋은 라멘을 만드는 것에 일생을 쏟아 부은 주인 요리사는 비즈니스라는 개념을 새로 추가 하고, 그걸 또 잘해내야 한다. 만드는 것도 잘하고 파는 것도 잘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혹은 부부가 역할 분담을 하지 않는 이상, 그리고 둘 다 자기 분야에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지 않는 이상, 쉽지 않은 일이다.


현재의 식당 규모라도, 훌륭한 식당이라고(미쉐린 가이드 등에서) 인정 받고, 충분한 수익을 거두며, 자기 시간을 원하는 만큼 가질 수 있다면, 굳이 기업화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식당에 들어가 880엔의 츄카 소바(간장 베이스 국물)을 주문했다. 국물과 면을 맛 보며, 느낀 점은 ‘딱 평균’이었다. ‘라멘 맛을 떠올리며 상상한 그대로’가 내 평가다. 일본에 살면서 여러 라멘을 먹어 왔다. 그래서 머리 속에 라멘이라면 이러한 맛일꺼다 라는 기대가 있다. 딱 그 맛이다. 지금까지 먹어본 라멘 집은 그 집들만의 특징이 있었다. 담백한 맛, 찐한 맛, 어패류 맛, 맛이 느껴지지 않는 맛 등등. 여기는 내가 상상하는 라멘이라는 음식의 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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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멘을 평생 처음 먹어 보는 사람이라면, 여기를 추천한다. 내 기준에 이곳 라멘이 가장 평균적인 맛을 보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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