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쉐린 도쿄 라멘 네번째 이야기

by 꿈애취애

비가 왔다. 네 번째 방문한 식당은 Chukasoba Nishino(にし乃)다. 미쉐린 가이드 도쿄 "빕 그루망"이다. 이 집은 이름부터 범상치 않다. 보통 가게 이름은 주인 이름에서 따온다. 이 가게는 주인 요리사가 좋아하는 여자 아이돌 그룹 이름에서 땄다. 일본에서 유명한 AKB48의 자매 그룹 노기자카(乃木坂) 46의 첫글자 “乃”가 가게 이름에 들어갔다. 가게 안에는 노기자카(乃木坂) 46의 한 멤버의 사인이 누구나 볼 수 있는 공간에 쓰여 있다. 가게 안에 노기자카46의 노래가 흘러나올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었다.


비 오는 저녁, 줄 서는 사람이 적을 거라 생각했다. 예상대로 별로 없었다. 가게 앞에는 줄 서는 에티켓(룰)이 적혀 있었다. 대표자 한 사람이 여러 사람을 대신해 줄 서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이었다.

일본은 줄 서서 기다리는 문화다. 많이 기다려야 하는 곳은 2시간도 기다린다. 큰 식당의 경우, 순번표를 나누어 주거나 종이에 이름을 기입하도록 해서 안내 하는 경우도 있지만 작은 식당은 그냥 줄 선다. 그래서 줄 서는 에티켓이 있다. 그게 대표자 줄서기 금지다. 커플, 가족, 친구들과 함께 식당을 방문할 경우, 시간 여유가 있는 사람이 먼저 가서 모두를 대표해서 선 다음에 나중에 오는 동료들이 합류하는 것인데, 그게 반 새치기쯤으로 취급 받는 것 같다. 식당 안내문에도 적혀 있다. 고객들간의 트러블 원인이 되니 피해달라는 내용이었다. 같은 내용이 내가 방문한 거의 모든 미쉐린 가이드 라멘 식당에 적혀 있었다.


IMG_4793.jpg


여기 식당은 자매 점포가 있다. “자매”라는 표현이 적절해 보인다. 식당이 입소문이 나고 유명해지면 프랜차이즈를 해도 된다. 그런데 그런 경우는 별로 없어 보인다. 요식업에 종사하는 분에게 물어보니, 브랜드 가치가 떨어진다고 한다. 라멘 본점과 지점과 맛 차이가 날 수 밖에 없으며, 상품과 서비스 퀄리티 관리에 실패하면 본점의 유명세가 함께 떨어진다고 한다. 그러니, 도제(스승과 제자) 관계로 요리의 노하우를 전수해도 제자는 식당 간판에 자기 이름을 걸고 독립한다. 유명 식당 2호점이 아니라, 다른 가게가 되는 것이다.

음식 재료를 공유하거나, 같은 뿌리 - 같은 스승에서 배워서 사형, 사제로 관계로 독립해 나갔다면, “자매점”이라는 표현이 적당해 보인다. 자매점이라고 표현하면, 자매점들 간에 맛이 왜 다르냐고 의문을 제기할 사람도 없고, 언니 점포에 맛보고 만족해서 동생 점포에도 가서 맛보는 등 홍보효과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IMG_4787.jpg


기본 라멘 - 츄카 소바를 주문했다. 900엔이었다. 국물 첫술 떠 먹은 후의 느낌은 ‘맛이 느껴지지 않는다’였다. 굉장히 밋밋하다. 나는 이게 좋다. 아무리 국물을 떠 먹어도 맛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라멘을 다 먹고 이 맛을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 고민했다.


IMG_4823.jpg


라멘은 기름진 음식이다. 국물(스프)를 육류나 어류와 같은 고기를 이용해 만들기 때문에, 국물이 육수이고 육수이기에 기름지다. 그래서 느끼한 맛이 있다. 느끼하니, 보통은 후식의 과일이나 채소, 혹은 달달한 아이스크림, 혹은 탄산음료가 생각난다. 그런데, 이 식당의 라멘은 느끼함을 중화시킬 후식이 생각나지 않았다.


여담으로 한국의 설렁탕이 일본에 들어왔을 때, 설렁탕을 설명하는 문구가 라멘 국물에 면 대신 밥을 넣어 먹는다 였다. 고기를 삶아 육수로 국물을 만드는 설렁탕과 라멘 국물은 상통하는 면이 있다. 이 집의 라멘을 상상하기 위해서는 기름지지 않는 설렁탕 국물을 생각하면 될 것 같다.


IMG_4831.jpg


주소

Tokyo, Bunkyo-ku, Hongo 3-30-7


홈페이지&SNS

https://twitter.com/nishino_hongo3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