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만난 유니콘

by anne
유니콘.png @ pinterest


#1. 유니콘


상상 속의 동물.

누구나 들어는 보았지만 누구도 본 적 없는 동물이다.

한국교사로서 내가 생각하는(이상향에 가까운) 유니콘은 어떤 모습일까?

몇 해 전, 핀란드 교육이 hot했다.

핀란드의 유치원 아이들이 선생님과 함께 동네를 돌아다니며 활기넘치게 배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아이들 모두 배움에 적극적이었고, 교사는 기다려주었다.

초등학교에서 핀란드 교사는 아이들을 경쟁보다 협력할 수 있도록 코치하고

개별의 목표를 설정하여 그것을 달성하였는지 확인하며 지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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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생각하는 유니콘은 이렇게 아이들의 의견을 하나 하나 존중하고,

개별아이의 성장을 위한 계획과 지도를 하며 그 안에서 성공경험을 통해

생각하는 힘이 키워지고 아이의 진짜 성장을 이룰 수 있게 돕는 교사이다.


사실 핀란드의 교사는 행정업무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승진제도도 없어서 에너지를 오롯이 아이들의 교육에만 쏟을 수 있는 상황이며

보조교사도 있고 학급당 인원 수도 적고 한국과는 사정이 많이 다르다.

(상황이 이렇게 다른다 저런 나라들을 따라서 시험제도를 없앤 건.. 잘한일일까 의문이 든다.)

'사정이 다르니까..

저런 교사를 한국 공립학교에서 만난다는 건 유니콘을 만나는 일과 같을꺼야.'

라고 생각했다.


#2. 한국에서도 가능해


나는 특수학급 교사이기 때문에 아이들의 통합교육을 지원하러 종종 일반학급 수업에 참여한다.

2년 전 입학한 자폐성장애 학생을 지원하러 1학년 학급에 들어갔다.

어느 1학년 반과 마찬가지로 유치원생 티를 채 벗지 못한 30여명의 아이들이

첫 학교 생활이라는 설레임과 긴장감 속에서 어수선한 분위기를 만들고 있었다.

1학년을 처음 맡는다는 40대 초반의 여자 선생님도 코로나가 막 시작된 시기여서인지 더 긴장된 모습이었다.

차분하고 조용한 분위기의 선생님의 말과 행동에서 30명의 아이들을 존중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그때 어떤 여자 아이가 날카롭게 소리질렀다.

"내 책상 만지지마! 너때문에 코로나 걸리면 책임질거야?"

무슨 상황인지 파악을 위해 순간 정적이 흘렀다.

'코로나'에 대한 극심한 불안감을 가진 아이는 수업시간, 쉬는시간 가리지 않고

아이들에게 소리를 지르며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하였다. 선생님에게 이르는 것은 늘 함께 따라왔다.

'힘드시겠다.' 별 다른 도움을 줄 수 없는 나는

가끔 그 아이 곁에 가까이 할 기회가 되면 "괜찮아."라고 말해줄 뿐이었다.


첫날부터 긴급 학급회의가 열렸다.

"얘들아, 지금 코로나라는 전염병이 돌고 있지요? OO가 그 전염병에 대해 걱정이 많이 되는 것 같아.

그래서 마음이 불안하대. 우리 OO를 위해 어떻게 행동할 수 있을까?

그러자 웅성웅성한 속에서 "가까이 가지 말아요." "손을 잡거나 몸을 만지지 말아요."

이런 대답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럼 OO에게 할 말이 있을 때에는 어떻게 하지?"

"멀리서 이름 부르고 말하면 되요."

정말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아이들은 긴장하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것 같았다.

오.. 더 이상 유치원생이 아닌 초등학생이 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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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후, 마니또를 뽑는 시간이었다.

선생님은 마니또가 무엇인지, 어떻게 뽑는지에 대한 설명을 하셨다.

"누가 보고 마음에 안들어서 다시 넣으면 어떻게 해요?"라고 한 친구가 질문했다.

그러자 다른 친구는 "그럼, 뽑은 다음에 선생님에게 바로 주면 되지."라고 방법을 찾았다.

"결석한 친구는 어떻게 해요?"

"그건 선생님이 뽑아주시면 되지요."

아이들은 서로 질문하고 선생님의 개입 없이도 서로 수긍할 만한 방법을 찾았다.


이런 소통하는 분위기는 1년동안 계속 되었다.

한참을 특수학급 수업을 하느라 그 반에 지원을 못가다가

학년 말이 되어 다시 수업에 참여할 기회가 생겼다.

수업 주제는 '고마운 우리 이웃에 도움이 되는 방법'이었다.

아이들은 역시 다양한 자신의 생각들을 주저하지 않고 발표하였다.

학교 주변 청소, 근처 노인정 방문, 학교에 이순신동상 닦기, 감사인사하기 등 여러 의견이 나왔고

선생님은 그 중에 투표로 몇 가지를 정하여 아이들을 데리고 실천하기 위해 나가셨다.


꿈에 그리던 교실. 한국학교에서도 가능하구나! 마음이 벅차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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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선생님은 지금 3학년, 1학년 아들을 키우고 계시는데

바쁜 등굣길에 길바닥에서 말라가는 지렁이를 살려줘야 한다는 아들의 말에

망설임 없이 가방에서 종이를 꺼내어 지렁이를 축축한 풀숲으로 구조해주는 엄마란다.

아들의 예쁜 심성도, 아들의 말을 언제나 진심으로 들어주는 엄마도 감동이다.


올 한해, 나는 이 유니콘 선생님을 따라다니며 제대로 배워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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