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한 소비자가 되세요.
코로나19로 마스크가 이젠 제2의 얼굴 피부가 되었다. 색조 메이크업을 안 한 지 오래된 나는, 간단 기초화장 후 에어쿠션으로 피부톤을 정돈하고 눈썹을 그리고 립스틱을 바르는 게 다였다. 마스크를 쓰기 시작하자 화장품이 마스크에 묻어나는 게 싫어 찾아 나선 게 톤업 선크림이었다.
화장품 전용매장을 둘러보니 선택 장애를 일으킬 만큼 종류가 너무 많았다. 자외선 차단 지수(SPF)가 높으면 되겠지 하며 고르자니 생소한 단어 앞에서 또 난감해졌다. '유기자차', '무기자차'라... 몸에 좋은 과일도 피부에 양보하라더니 이젠 차도 넣나 보네, 구기자차의 일종인가 했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무기자차가 좋단다. 하지만 현재 그 제품은 남편이 쓰고 있다. 백탁이 좀 심해서다. 대신 나는 유명 회사 제품을 쓰고 있다. 백탁이 별로 없으니 역시 화장품은 이름 있는 걸 써야 해~
자외선 차단제는 크게 유기자차('유기 화합물 계열 자외선 차단제'의 줄임말)와 무기자차('무기 화합물 계열 자외선 차단제'의 줄임말)로 나뉜다.
벤젠 계열의 유기화학물질이 함유된 '유기자차'는 자외선을 받으면 그 에너지를 흡수해 화학반응을 일으킴으로써 피부에 흡수되지 않게 한다. 반면 금속과 금속 산화물을 이용해 자외선을 물리적으로 반사 또는 산란시켜 피부를 보호하는 '무기자차'는 '백탁 현상' 때문에 소비자들이 기피한다.
하지만 백탁 현상이 없는 유기자차는 산호초나 식물성 플랑크톤, 해조류의 생존을 위협한다. 환경을 생각한다면 백탁 현상이 있어도 되도록 무기자차를 써라. 백탁 현상이 바로 '톤업' 효과라는데 무엇을 망설이는가.
헬스경향의 기자이자 화장품학 박사 '한정선'의 책 <화장품은 내게 거짓말을 한다>는 화장품 성분에 문외한이던 나로 하여금 평소 별생각 없이 쓰고 있던 화장품의 용기 뒷면을 자세히 들여다보게 했다. 화장품 회사의 연구진들이 어련히 알아서 잘 만들까, 그것도 유명한 곳인데 설마 나쁜 걸 쓰겠어... 라며 안이했던 내 마음은 이미 주변 곳곳에 스며든 화학성분의 실체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워낙 화장품이나 미용에 관심이 없었기에 내 피부나 환경은 비교적 안전하다 여겼기 때문이다.
(여성청결제는) 순한 약산성 제품으로 질 내부의 산도를 보호한다고 설득하지만 단지 씻어내는 용도일 뿐 질 내부에 작용할 수 없다. 당연히 여성청결제가 여성 외음부의 피부 탄력이나 보습에 도움을 준다는 주장에도 설득력이 없다.
여행 때도 꼭 챙겨가던 이 청결제도 마찬가지란 부분에 이르자 거의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럼 어쩌란 말입니까요~~!! 저자는 유해 성분들과 그에 따른 영향들을 조목조목 알기쉽게 설명한 후 대안품에 대한 꿀팁도 소상히 소개한다. 게다가 그리 어렵지 않다. 한 예가 홈메이드 아이크림인데, 새끼손톱 반만 한 양의 일반 크림에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이나 호호바 오일 또는 코코넛 오일 2~3방울을 혼합하는 거다.
완경이 된 지는 좀 되었으나 나도 어쩔 수 없는 여자인지라 날로 늘어가는 목주름과 커져가는 모공은 차치하더라도 기미나 탈모가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다. 그러니 되도록 많은 기능들을 쓸어 담은 화장품들이 소비자들을 현혹시키는 문구들을 앞세워 줄줄이 출시되는 걸 거다.
집에 있을 때는 자주 씻지 않는 편이 오히려 피부 건강에 좋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몸에 세정제를 쓰지 않은 다음날의 피부엔 윤기가 좔좔 흐른다. 자연적으로 피부가 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증거란다. 며칠 동안 화장품을 쓰지 않으면 피부 디톡스까지 된다니 여간 반가운 정보가 아니다. 그러니 '정보 부재를 이용한 마케팅에 제동을 걸고, 정확한 사실만을 전달하고 싶다'는 저자의 메시지는 명확하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화장품의 기능과 피부에 미치는 영향을 정확히 알고 그 개수를 과감히 줄여라. 그리고 현명한 생활 습관으로 자신과 가족을 돌보라.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도 관심을 갖고 지속적인 교육활동을 벌이는 저자에게 응원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