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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파울라(2016)

내게 아이를 주소서...

by 돌레인
세 점의 작품과 아이 하나...
내 인생은 축제가 될 거야~


독일 초기 표현주의 화가인 ‘파울라 모더존 베커’의 일생을 그린 그림 같은 영화다.

브레멘 근교에 꾸린 예술가 공동체인 ‘보릅스베데’에 참여하며 당시 촉망받던 화가 ‘오토 모더존’과 결혼한 파울라는 곧 그들의 자연주의적 미술 양식에 실망해 파리로 떠난다. 고갱과 고흐, 세잔의 그림들을 접하고 이집트 미술을 공부하며 자신만의 그림 세계를 구축해 가지만 아이를 갖고 싶은 열망은 간절하기만 하다.



오토에겐 전 부인 소생의 첫 딸인 ‘엘리자베스’가 있었으나 당시엔 아이를 낳는 일은 죽음을 각오해야 했다.



결국 파울라는 결혼 한 지 6년(1907) 만에 딸 ‘마틸다’를 힘겹게 낳고 31살의 짧은 생을 마친다.





<젖 먹이고 있는 엄마>(1903)
<누워 있는 엄마와 아기>

결혼 후 파울라의 그림엔 이렇게 엄마와 아기에 관한 그림들이 많다.



파리에서 찍은 이 사진이 영화 후반의 모티브로 작용한 듯싶다. 같이 영화를 보던 보수적인 내 남편이 오토가 불쌍하다고 부들거렸는데, 사실 다소 진보적인 나도 어이가 없었다(오토의 파울라 생명 연장설?).


<자화상> (1906)
<황새와 함께 있는 아이의 누드>(1906)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초상>(1906)

한때 고향 친구의 연인이기도 했던 시인 릴케와는 파리 생활 동안 ‘소울메이트’로 지냈다.



파울라는 우표에도 등장할 만큼 유명한데, 그녀의 작품들을 항시 전시하고 있는 여성 최초의 상설 미술관까지 있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나라는 서울시립미술관의 ‘천경자’가 아닐까 싶다.





파울라와 오토, 엘리자베스의 단란한 한 때의 사진이 짠하게 느껴진다.


오토가 그린 딸 엘리자베스




오토 모더존은 서정적인 독일의 시골 풍경을 담은 풍경화가로 유명하다.

그래서 그의 풍경화는 독일의 달력 그림으로 여전히 인기가 많다.


파울라가 그린 오토


오토는 파울라 사후 세 번째 아내를 맞이해 두 아들을 낳고, 시력이 나빠질 때까지 붓을 놓지 않았다.


파울라는 딸이, 오토는 아들이 작품들을 보관해 미술관에 기증했다...


<호박 목걸이를 한 자화상>(1906)


여성화가 회화사에 중요한 한 획을 그은 <호박 목걸이를 한 자화상>이다. 죽기 전 1년 동안 쏟아낸 그림들이 명작으로 남았는데 그게 또 예술가의 애꿎은 운명인가 싶다. 현대미술적인 감각으로 파울라의 그림들을 찬찬히 보니 역시 그녀가 옳았음에 절로 감탄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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