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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2017)

그건 바로 우리...

by 돌레인


동그란 바가지 모양의 머리 끝을 붉은 갈색으로 물들인 88세의 귀여운 할머니 ‘아녜스 바르다’. 언제 어디서든 선글라스를 절대 벗지 않는 33세의 'JR'. 영화감독과 사진작가는 협업 다큐멘터리를 찍기 위해 55세라는 나이차를 훌쩍 뛰어넘는다.

JR이 제작해 몰고 다니는 트럭은 소위 이동식 사진관으로, 사진을 찍으면 즉석에서 거대 사이즈의 흑백사진이 출력해 나온다. 사진을 붙일 장소와 인물들을 찾아다니는 둘의 여정이 재미있고 감동적이다.


폐광이 되어 철거 위기에 처한 광산촌 아파트의 마지막 거주자인 광부의 딸을 위해 작업한 사진은 먹먹한 감동을 안겨주었다.



업무 시간대가 서로 다른 소금 공장의 일꾼들을 위한 사진은 유쾌했다.


파업 중인 항만 노동자들의 아내들을 위한 사진은 사진이 의미하듯 가슴이 뻥 뚫렸다.


노르망디 바닷가에 떨어진 거대 벙커에 붙인 바르다가 찍었던 옛 사진은 바닷물에 쓸려 하루 만에 없어져 버린다. 사회에 대한 유쾌하고도 날카로운 풍자는 이 장면을 기점으로 바르다와 JR의 인생으로 초점이 맞추어진다.

이 다큐멘터리가 바르다의 마지막 작품이 될 것을 예감한 JR은 바르다의 눈과 손발을 찍어 탱크 화차 외벽에 붙여 떠나보낸다. 바르다를 대신해 곳곳을 여행할 거라는 JR의 배려였다.



벙커에 붙였던 사진은 바르다가 JR과 같은 나이인 33세에 함께 작업했던 친구인 '장 뤼크 고다르(프랑스 영화감독)'를 찍은 거였다. 오랫동안 서로 연락하지 않던 친구를 보러 먼 길을 찾아갔지만, 고다르는 만나주지 않는다.

상심으로 울먹이는 바르다를 위해 JR이 해준 작은 행동이 큰 감동을 주었다.



기대하지 않고 본 영화 덕에 나도 무척 행복했다. 내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내가 당장 할 수 있는 일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게 새삼스러웠다. 그것이 소소하고 별 것 아니라도 말이다...

일상 속 예술이 주는 감동과 역할이 무엇인지를 일깨워준 따스한 다큐...





사진 출처 : pinte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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