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에드워드 호퍼를 있게 한 여인(2023)

조세핀 니비슨 호퍼

by 돌레인

흡사 가을 날씨 같던 지난 금요일, 얼리버드로 예약한 에드워드 호퍼 전시회에 다녀왔다.

피톤치드를 뿜뿜 내뿜고 있는 서울 시립미술관으로 가는 길은 오전이라 특히나 더 싱그러웠다.


오디오 가이드 앱인 '가이드온'은 이미 설치해 놓긴 했으나 잘 사용하진 않았었다. 하지만 이번 전시회는 배우 유지태가 녹음했다고 해 바로 구입했다. 차분하고 아늑한 그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작품들을 하나씩 감상했다. 메인 전시실인 2층과 3층 작품들은 사진과 동영상 촬영이 금지됐다. 그 덕으로 작품에 더 몰입할 수 있었다.

손이나 인물들을 그린 초기의 연필 스케치를 보며, 호퍼 역시 드로잉의 기초를 충실히 다진 정석 화가였음을 알 수 있었다. 또한 끊임없는 시도로 자신의 그림 실력을 향상시켰던 노력가이기도 했다.



전 생애에 걸친 묵직한 그의 열정을 품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1층 전시실엔 사진은 허용되나 동영상은 금지됐다.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호퍼의 부인인 '조세핀 니비슨 호퍼'를 중심으로 한 전시인데 그녀에 대해 새롭게 알게 돼 좋았다.

'조세핀 호퍼'를 모델로 그린 <햇빛 속의 여인>... 호퍼의 그림 속 여인들의 모델은 모두 조세핀이었고, 조세핀 역시 그가 다른 여인을 모델로 하는 걸 허락하지 않았다.


조세핀 역시 촉망받던 화가였고, 아트 스쿨에서 만난 호퍼와 결혼한 후엔 호퍼의 훌륭한 조력자가 되었다. 호퍼의 수채화 선생이기도 한 조세핀의 내조가 없었다면 화가 호퍼도 없었을 거다. 고흐가 유명해진 덴 동생 태오의 부인인 '요한나 봉허'의 활약이 있었듯, 조세핀 역시 그녀의 활달한 성격으로 호퍼를 예술계의 무대에 올려놓은 거였다.


이 사진 한 장에서 부부의 분위기가 전해져 왔다. 사진 찍기도 부담스러울 정도로 과묵하고 내성적인 호퍼와 수다스러운 듯한 왕발의 외향적인 조세핀... '남자들은 고마움을 몰라요!!'라며 푸념하는 다큐 속 조세핀의 모습에 풋 하고 웃음이 나왔으나 왠지 가슴이 아려왔다.



화가로 성공하기 전엔 여러 유명 잡지의 삽화가로 활동을 했었는데 그땐 생계를 위해 그려야 해서 무척 괴로웠다고 호퍼는 회고한다. 그리고 싶은 그림을 맘껏 그릴 수 있게 되었을 땐 작품이 완성되자마자 갤러리에서 가져가 버려 더욱 천천히 그리게 됐다는 웃픈 사연에 호퍼의 성격도 가늠이 되었다. 그림은 언제 그릴 거냐는 조세핀의 잔소리와 세간의 요란스러운 이목에 더더욱 고독한 그림을 그리지 않았을까 싶었다...



Exhibition on Screen에서 기획한 예술 다큐 <Hopper : An American love story>(1시간 30분)도 상영하고 있으니 놓치지 마시길~!!


덕분에 예전에 사놓은 벽돌 같은 호퍼 전기를 꺼내봤다. 팸플릿도 세계적인 전시회인 만큼 정성스레 만들어져 소장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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