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날
새벽 5시 전에 일어나 샤워하고 머리를 말렸다. 6시 전에 집을 나서며 이르지 않나 싶었지만, 지하철역에 가니 휴일의 9호선 급행은 6시 30분에야 온단다. 일반 열차를 타고 김포공항에서 공항철도로 갈아타고선 창밖을 내다보니 동이 트고 있었다.
수많은 해돋이를 봤지만 오늘은 특히나 더 기억하고 싶어 사진을 찍었다.
인천공항 제1터미널로 가 짐을 부치려니 이미 수많은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키오스크로 각자 수속을 하는데, 가방을 올려 무게를 재고 출력해 나오는 띠를 가방에 두르면 짐표가 나온다. 연세 드신 분들이 여기저기서 한숨을 쉬셨다…ㅠㅠ
출국 절차를 마치고 안으로 들어갔다. 내가 타고 갈 비행기가 30분 지연될 거란 문자가 왔던 터라 여유가 있었다. 아시아나 A380 은 2층짜리 대형 여객기라 타항공사와 함께 운행되고 있어 타고 가는 승객도 엄청 많았다.
10시가 넘어서야 비행기는 이륙했고 늦은 아침이 나왔다. 돈가스 덮밥과 모닝빵 그리고 호박 샐러드가 나왔는데 입에 잘 맞았다. 밥을 사야 하는 저가 항공만 타다가 오랜만에 아시아나를 타선지 이것만으로도 호강인 셈이었다. 다 남편 덕이다…ㅎㅎ
나리타 공항에 착륙하니 12시 30분이다. 입국 심사장은 왜 그리 멀고 절차도 번거로워졌는지!! 손가락 지문과 얼굴 사진을 먼저 찍고 서류 심사를 따로 봐야 했다. 세관신고도 전처럼 그냥 종이에 적어내면 되는 것을 앱을 깔아 하려다 30분이나 지체했다. 공항 밖으로 탈출해 나가니 1시 30분이 넘어버렸다. 지하철까지 가기 힘들어 바로 앞에서 떠나는 버스를 타기로 했다.
도쿄역까지 가는 버스(1,300엔)는 10분마다 출발해서 오히려 더 편했다.
버스에 앉아 스쳐가는 낯선 풍경들을 보니 비로소 내가 일본에 왔구나 싶었다. 5년 만의 방문이어선지 이젠 연락 두절된 일본인 친구들이 떠올랐다. 나고야의 유코짱, 오사카의 유키미짱… 다들 잘 살고 있기를… 내 옆자리에 앉은 일본인 아가씨가 고개를 푹 떨구곤 곤히 자고 있었다.
버스는 1시간을 달려 도쿄역에 도착했다. 니혼바시 근처에 있는 숙소로 짐을 질질 끌고 대로를 따라 걸어갔다. 걱정하실 시어머니께 사진과 더불어 잘 도착했다는 문자를 드리니 재미있게 잘 놀고 오라는 살가운 답을 보내오셨다. 남편과 시시콜콜 카톡 문자를 주고받느라 사실 외로울 틈이 없었다.
아아닛! 후쿠야마 마사하루닷!! 길거리에서 마주친 그의 사진에 발걸음을 멈췄다. 딸도 많이 컸겠지…
우리의 단골 호텔인 토요코인에 입성!! 회원이라 1시간 일찍 체크인할 수 있었는데, 여기서도 키오스크로 하게 해서 또 한 번 진땀을 뺐다. 우리 집 주소를 일일이 영어로 입력해야 했기 때문이다. 難しいですよね(어렵네요) 하며 땀 닦는 시늉을 하니 데스크 직원이 함박 웃어줬다.
한 사람이 머물기에 딱 좋은 크기다. 六日間、よろしくお願いします〜!!(6일간 잘 부탁합니다)
어두워지기 전에 저녁을 먹으려고 긴자 쪽으로 다시 걸어갔다. ‘다카시마야(高島屋)’라는 일본의 오래된 백화점으로 간 건데, 빨간 로고를 보고서야 아하! 이거였구나 했다. 일본 최초의 백화점이라면 신세계 본점을 세운 미쓰코시(三越)지만, 긴자 주위엔 에도 시대 분위기가 나는 백화점들이 여럿 있다.
노천 카페가 들어선 다카시마야의 구관과 신관 사잇길은 어느 유럽 거리를 방불케 했다.
구관 정문 앞을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는 장식물 뒤로 고풍스러운 내부가 보이고, 바로 아래로 층계가 이어져 식품관인 지하로 통했다. 연로하신 일본인 부부가 계단 손잡이를 부여잡고 힘겹게 올라오고 계셨다.
저녁 무렵이어선지 전 품목이 할인 판매를 하고 있었고 사람들도 많이 몰려 있었다. 나도 어떤 걸 골라야 할지, 이렇게나 많은 맛난 것들 중에 하나를 골라야 해서 속상할 정도였다. 개중에 눈에 들어오는 도시락을 고르고 마실 것도 사서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남편이랑 한 번 더 오지 머.
어둑해지니 길거리가 불빛으로 더 근사해졌다.
숙소로 돌아와 씻고선 편안한 옷으로 갈아입은 후 저녁을 맛있게 먹었다. いただきま~す!(잘 먹겠습니다)
비행기를 타고 이곳 도쿄까지 오는 여정도 만만찮아 쉬이 피곤해졌지만 기록도 뺄 수 없는 일정이다. 내일은 일본 정원과 서점에 갈 계획이다. 기온이 서울보다 약간 높아 낮엔 더운데 저녁은 좀 쌀쌀하다. 다행히 비는 오지 않고 내가 머무는 동안 내내 맑을 예정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