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단편영화인 「내 자전거」 이후 햇수로 3년. 이제 만들 새 영화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그 영화는 당연히 장편영화여야 한다. 극장에 정식 개봉되어 관객에게 표값을 받고 보여줄 수 있는 영화. 사람들이 기꺼이 15,000원 정도 하는 표값과 두 시간 여의 시간을 내어줄 영화. 이를 위해 영화 제작에 필요한 예산을 충분히 따낼 수 있는 영화. 영화감독으로서의 활동을 인정받을 수 있는, 흔히들 입봉작이라 말하는 영화. 장편영화.
이런 장편영화 한 편을 만드는 데에는 얼마나 들까? 영화진흥위원회에서 발표한 『2024년 한국 영화산업 결산 보고서』의 내용에 따르면 지난 해 한국영화 실질개봉작의 편당 평균 총제작비는 28.7억 원, 이 가운데 순제작비 30억 이상의 한국 상업영화 평균 순제작비는 93.8억 원, 독립·예술영화의 편당 평균 순제작비는 3억 원이다.1) 작품마다 다르겠지만 장편영화를 찍기 위해서는 억 대의 예산을 기본으로 준비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나는 올해에도 단편영화를 작업하기로 했다. 월세 보증금 만으로도 벅찬 나에게 억대의 예산은 당장에 마련하기가 불가능한 금액이었기 때문이었다. 장편영화 제작을 위해 관련 기관이나 기업에 지원이든 투자를 받기 위해서라도 나의 영화적 기반을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이 필요했다. 말하자면 장편 제작을 위해 영화제 등의 성과와 함께 작품 이력이 되어 줄 포트폴리오가 필요한 상황. 상황이 이러하니 한 번 더 단편을 작업하는 것이 나에게는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
올해 작업할 나의 새 영화는 그렇게 단편영화가 되었다.
그렇다. 그것은 단편영화. “해결되지 않는 내러티브, 어설픈 촬영과 조명, 무뚝뚝한 연기와 움직임, 조악한 촬영 환경에도 불구하고 창작자만의 방법론과 규칙을 제시할 수 있는 실천의 현장”2)이 되는 단편영화. “어색하고 단조로운 완성도일지라도 창의적인 가능성에 영화를 내거는 모험적 시도”3)를 보여줄 수 있는 단편영화. “제도권 영화감독이 되”4)기 위해 “‘업계’의 눈도장”5)이 되어 줄 단편영화.
당연하게도 단편영화를 작업하는 데에도 돈이 든다. 장편 만큼의 금액은 아니더라도 개인이 감당하기에는 상당한 금액이 든다. 때문에 단편영화를 대상으로 하는 제작지원 공모 사업에 지원할 필요가 있었다. 3년 전, 강원영상위원회에서 제작지원을 받았던 것처럼, 이번에도 그런 공모 사업에 지원을 해야 했다.
그런데 어떤 이야기로? 이번엔 무슨 이야기로?
나는 새 영화를 위한 시나리오 기획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1) https://www.kofic.kr/kofic/business/board/selectBoardDetail.do?boardNumber=2&boardSeqNumber=67982
2)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단편경쟁’ 심사평(https://jeonjufest.kr/Community/notice/view.asp?idx=8775&fbclid=PAY2xjawI994FleHRuA2FlbQIxMAABprgGgWrybjniXthGfu9wcDH8sk_vD08aSwx6QmGaaj5ivwNuTXjDhL0NKg_aem_oxBbFLS6NLnf_6Tne29ZuA)
3) 4) 위와 동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