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틀랜드 글래스고 출신의 기타팝 밴드 틴에이지 팬클럽은 2010년 처음(이자 아직까지 마지막인) 내한공연을 했다.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그랜드민트페스티벌에서의 공연이었다. 당시 대학생이었던 나는 그 공연을 보러 자전거를 타고 집에서 터미널까지 갔다. 서울로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서였다.
그날 나는 터미널에 도착하자마자 출입구 바로 옆의 자전거보관소에 자전거를 묶고 터미널 건물로 들어섰다. 그렇게 나는 틴에이지 팬클럽의 공연에 사인회까지, 며칠을 서울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내 자전거는 무사히 잘 있겠지? 마음 한 켠에는 불안과 걱정을 안고서 말이다.
터미널이 있는 동네는 그 지역에서 유흥가로 알려진 곳이었다. 그래도 자전거 보관소라고 시에서 마련해둔 공간인 데다 터미널 바로 옆이라 CCTV도 있을 테니 설마 내 자전거에 별 일이야 있을까 싶었다. 그것은 내 판단 착오였다. 설마가 설마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돌아온 날, 내 자전거를 걸어둔 자전거 보관소의 자리에서 내가 보게된 건 누군가 끊어가고 남긴 내 자전거 체인 뿐이었다. 내 자전거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었다. 황당함과 억울함이 뒤섞인 마음으로 나는 휴대전화를 들었다. 경찰 신고와 이어지는 서류 작성, 사건 접수, 그리고 기다림, 기다림, 기다림……. 몇 주 뒤 나는 사건 수사가 어떻게 진행돼가는지 문의글을 남겼고, 얼마 뒤 담당 형사로부터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CCTV에 잡힌 게 없다, CCTV가 한 곳만 잡는 게 아니라 시간 대 별로 돌아가면서 상황을 기록하다보니 범행 현장이 잡히지 않은 것 같다는 답변을….
그 자전거는 그보다 2년 전에 자전거 여행을 위해 샀던 자전거였다. 자전거 여행 이후에는 생활용으로 약속 장소나 아르바이트 장소를 오갈 때 타고 다녔다. 말하자면 추억이 있는 자전거. 그런 자전거를 도둑맞은 데다 찾지도 못하게 된 것이다. 그때 나는 이 이야기를 언젠가 영화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야 이 억울함에 작게나마 보상을 받을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던 때문이다.
나의 첫 단편영화인 〈내 자전거〉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자전거를 도둑맞은 이때의 경험이 모티프가 되어 영화가 된 것이다.
그런데 왜 영화였을까? 소설이나 에세이가 아닌, 왜 영화여야 했을까? 자전거가 사라진 그 자리에 남은 체인의 모습이 시각적으로 강하게 남아서? 그렇다면 만화나 애니메이션이 아닌 실사영화여야 하는 이유는 뭐였을까?
새 영화의 기획을 고민하면서 나는 지난 영화에 대해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