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인생도 이 영화를 통해 바뀌었다. (이 영화를 찍는 데) 내 돈을 다 써버렸기 때문이다.”1)
2025년 2월에 국내 재개봉되어 이 글을 쓰는 3월 4일 현재 누적관객수 26만여 명을 기록한 영화 「더 폴(The Fall)」의 연출자 타셈 싱 감독은 국내의 한 GV 행사장에서 이 영화가 자신의 인생을 바꿨다는 한 관객에게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과연 어떤 영화는 어떤 식으로든 누군가의 삶을 바꾼다. 그 영화를 보는 관객이든, 그 영화를 작업한 연출자든 말이다.
나에게도 그런 영화가 있다. 나의 첫 단편영화 「내 자전거(Where Did My Bike Go?)」가 바로 그것이다.
「내 자전거」는 우연한 계기로 만들게 된 영화다. 당시 공시생이었던 나는 매일 도서관에 나가 시간을 보냈다. 그러던 어느 날 도서관의 홍보 게시판에서 강원영상위원회의 강원영상인 발굴지원 사업 공고 포스터를 보게 되었다. 내가 사는 동네에서 간단하게 영화를 한 편 찍는다면 어떤 이야기가 가능할까. 많은 돈을 들이지는 못할 테니 스태프와 장비는 최소한으로 꾸려야겠지. 배우도 내가 디렉팅을 하기 쉬운 어린이 배우 위주로 해야 하지 않을까. 도서관에서 그 포스터를 보자 당시로부터 1년 전쯤 영화 촬영현장 규모에 대한 생각과 함께 메모 앱에 적어둔 시놉시스가 떠올랐다. 이 정도의 내용이라면 영화로 찍을 만하지 않을까? 영화를 배우거나 만든 적도 없지만 내가 사는 동네 주변에서 진행하는 규모의 프로덕션이라면면 나도 제작지원 사업에 도전할 만하지 않을까? 그런 가벼운 마음으로 나는 그때의 메모를 바탕으로 매일 조금씩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 영화를 향한 계획이나 포부도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썼던 그 시나리오는 해당 사업의 제작 지원작 가운데 하나로 최종 선정되었다. 그렇게 나는 생각지도 못하게, 그 전까지 한번도 해본적 없던 영화 작업을 하게 되었다.
이것이 2022년의 일이다. 이후 나의 삶은 공시생에서 영화인으로 그 궤도를 갈아타게 된다. 그때 작업한 영화는 배급 계약과 함께 몇 개의 영화제에 초청되었다. 더불어 2023년에는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 2024년에는 강원영화학교에서 영화 교육을 받으며 여러 단편영화에 프로듀서, 동시녹음, 조연출 등으로 참여하게 된다. 그렇게 나의 삶은 한 편의 영화를 작업하면서 완전히 바뀌었다. 타셈 싱 감독과 달리 나는 영화 한편에 전재산을 쓰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그리고 이제 2025년이 되었다. 「내 자전거」 이후 햇수로 3년차다. 이제는 새 영화를 만들어야 할 때다. 스태프가 아닌 연출자로서 내가 쓴 이야기를 담은 “나의 영화”를 말이다. 그 영화에서 나는 어떤 이야기를 담아야 할까. 「내 자전거」 보다 한 걸음은 더 나아간, 지난 2년 동안 조금이나마 나아진 모습을 보여줄 그 영화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1) https://x.com/jncssynbgd/status/18870687564989604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