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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영화 제작기 08] 시놉시스 쓰기

by 기은

예전에 썼던 [번데기]라는 제목의 메모를 바탕으로 단편영화의 시놉시스를 준비하면서 아나운서 지망생이라는 주인공 설정은 케이팝 아이돌 래퍼 지망생으로 바뀌었다. 그 이야기가 나에게는 보다 흥미롭게 여겨졌다. 케이팝이라는 장르가 전세계 음악 시장에서도 널리 사랑받는 대표 장르 가운데 하나로 자리매김한 점에서는 새로 바뀐 이야기의 설정이 해외 영화제에서도 관심을 보일 만한 소재로 보이기도 했다.


새롭게 바뀐 주인공의 설정을 따라 그 연령대도 낮아지게 되었다. 케이팝 아이돌의 평균 데뷔 나이와 그 지망생들의 나이에 따른 결과였다. 그렇다보니 케이팝 연습생 시스템의 아동 및 청소년의 노동 착취적인 현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와 관련한 자료를 찾아보는 한편 나는 주인공이 자신의 번데기 발음을 고치기 위해 할 수 있는 방법도 고민해야 했다. 그렇게 떠올린 방법 가운데 하나가 설소대 절제술이었다. 지금도 배우나 아이돌 지망생들이 발음 교정을 위해 받는다는 보도를 심심찮게 볼 수 있는 그 수술. 신체 훼손이라는 점에서 바디호러물로도 연출이 가능한 이 방법은 [번데기]라는 영화의 절정에 해당하는 부분이 되리라는 생각을 했다.


다소 극단적으로 보일 수 있는 방법으로 주인공을 몰아가기 위해서는 주인공의 선택에 관객이 좀더 공감할 수 있는 설정이 필요했다. 이를 위해 세부 설정을 고민할 필요가 있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주인공의 정확한 나이였다. 겁 없이 과격한 행동을 해낼 수 있으으면서도 그런 선택에 설득력을 줄 수 있는 설정. 그 결과로 주인공은 중3의 나이가 되었다. 주변에서는 하나둘 데뷔조에 들어가거나 예고, 혹은 일반고 등의 진학으로 진로가 갈리는 시기. 그 스스로에게도 확실한 선택이 요구되는 시기. 본인이 원하는 선택을 위해 그만한 성과를 보여야 하는 시기. 그런데 그 성과가 자신의 우상에 얽힌 것이라면? 주인공으로서는 다소 과격한 행동까지 서슴지 않고 하게 되지 않을까?


그렇게 인물과 배경과 사건의 세부 설정을 하나씩 쌓아가며 시놉시스를 썼다. 강원영화학교의 지원 마감 당일에 어떻게든 지원하겠다는 생각 하나 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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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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