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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은 Oct 14. 2021

수상소식 전하기

손바닥문학상 수상 소식을 전해들은 직후, 이 소식을 누구에게 전해야 할지 잠깐 생각했다. 가족들에게는 전해야겠지. 내가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는지는 알아도 글을 쓰는지는 모르셨을 부모님께 말이다. 막상 소식을 전하자니 조금은 저어되고 겸연쩍었지만 그래도 나에게 좋은 소식이니까.


부모님께 전화를 걸어 이 소식을 전하니 역시나 언제 그런 글을 썼는지 의아해하시면서도 기쁘게 축하해주셨다. 언제쯤 그 글이 잡지에 나오냐는 물음에 나도 정확하겐 모르겠다고, 소식 전해주신 담당기자님께서 나중에 알려주시기로 했다고 말씀 드렸다. 그렇게 말하면서 혹시나 어떤 착오로 수상자가 아닌 나에게 연락이 잘못 온 건 아닐까 하는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기자님께서 수상소식을 전할 때 내 이름이랑 작품 명을 확인을 하셨던가. 벌써 기억도 가물가물했다.


부모님과의 통화를 마친 다음 누구에게 이 소식을 전할까 생각하다 다짜고짜 글쓰기 모임 단체 톡방에 소식을 전했다. 다짜고짜는 같은 이름의 소설 쓰기 강좌에서 만난 사람들이 만든 글모임이었다. 정해진 수업이 모두 끝나고 난 뒤에도 꾸준히 글을 써보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모임으로 기존의 수업 시간에 맞춰 한 주에 한 번씩 모여 합평을 진행했었다. 그러다 코로나19로 대면 활동이 어려워지면서 온라인으로 활동을 이어왔고, 그 과정에서 나는 공무원 시험에 집중하고자 활동에 참여는 하지 않는 상황이었다.


모임 활동도 안 하면서 수상소식을 전하려니 망설여졌다. 모른 척 넘어갈까 생각도 했다. 그러다 예전에 우리 모임원 가운데 누군가 글로 상을 받게 되면 수상소감에 우리 모임 얘기를 해주자고 약속한 일이 생각났다. 약속은 약속이니까. 모른 척하면 안되겠지. 나는 조심스레 톡방에 나의 수상소식을 알렸다. 그 소식에 다들 반갑고 놀라워하시면서 축하해주셨다. 그 고마운 메시지를 받으며 다시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이렇게 축하를 받았는데 정말로 연락이 잘못 온 거면 어떡하지….


처음 주제공모로 바뀌었던 그 해 손바닥문학상의 공모 주제는 ‘차별’이었다. 평소 주의깊게 여기던 주제인 데다 새로 위촉된 심사위원 세 분께 내 글을 보일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썼던 글이었다. 그 글을 쓰기 위해 차별이란 무엇인지, 차별은 왜 일어나는지, 우리 주변엔 어떤 차별이 있는지 조금 더 고민하고 공부했다. 그 끝에 닿은 결론은 누구도 차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이었다.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차별을 기준으로 볼 때 나의 정체성은 피해자 보다는 가해자 쪽에 가까웠다. 남성 비장애인 이성애자인 내가 차별의 풍경을 글로 써도 될까. 그 글에 진정성이 담길 수 있을까. 만약 그런 것이 정말 있다면 내가 수상을 포기하는 일이 그 진정성을 지키는 길이 아닐까. 수상 소식을 전해 들었을 때, 기쁘고 놀라운 마음 만큼이나 부끄럽고 불안한 마음이 들은 까닭은 그 때문이었다.


어쩌면 내가 받은 연락이 정말 잘못 온 게 아닐까. 실수로 나에게 연락이 잘못 온 것이라면, 그래서 사실 나는 수상자도 뭣도 아니라면, 조금 아쉬울 순 있어도 상을 받는 데 따르는 부담과 부끄러움은 느끼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방금 수상 소식을 알린 주변 사람들에게야 다시 연락하면 되니까. 조금 망신을 당하고, 어쩌면 거짓말쟁이로 여겨질 수도 있겠지만 그건 내 잘못이 아니다. 그러니 상관없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하니까 수상결과를 전달하는 과정에서도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지 않을까. 희망인지 불안인지 알 수 없는 그 마음은 나만의 상상으로만 남았다. 나는 정말 상을 받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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