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아침 식탁
엄마라고 나타난 낯선 여자 때문에 내 마음이 심란하지는 않았다. 거짓인지 진실인지 따지고 싶지도 않았다. 할머니로부터 흘러넘치도록 사랑을 받으며 자랐기 때문에 엄마라는 존재가 새삼 필요할 이유가 없었다. 낯선 여자가 궁금하지도 않았고 내 생활로 침범해 들어오는 것도 싫었다. 나는 할머니를 요양병원에 입원시켰다. 지나가던 어떤 연장자의 조언이라고 생각하며 받아들였다.
집은 텅 비어 버렸다. 먼지도 쌓였다. 내가 아무리 청소를 한다고 해도 할머니처럼 깔끔하게 되지는 않았지만, 게으르지 않게 집안을 돌볼 것이다. 나도 할머니처럼 집안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나는 아빠 방을 그대로 두었다. 할머니 방도 그대로 두었다. 어느 것 하나 치우지 않고 그대로 보존할 것이다. 아빠가 보고 싶으면 아빠 방에 가서 잠을 자면 된다. 요즘은 계속 할머니 방에서 잠을 잤다. 할머니 냄새가 온통 배어 있어서 눈물이 나다가도 포근하게 잠들 수 있었다. 내 생명을 돌봐주고 내내 키워준 나의 영웅.
아침 식탁이 제일 슬펐다. 세 식구가 모여서 낙타처럼 순하게 밥 먹던 시간이 너무너무 슬프게 떠올랐다. 따뜻하고 평화롭고 맛있던 시간이 과거가 되어버렸다. 나는 식탁에 앉아 할머니와 아빠가 있는 것처럼 헤헤거리며 웃어보았다. 할머니와 아빠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할머니가 어서 밥 먹어, 라고 말했고, 아빠가 아주 약간 웃음을 머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