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할머니와 니체
나는 할머니가 니체 같다고 생각한다. 토리노 거리에서 느닷없이 울음을 터트리며 정신착란을 일으킨 니체는 죽을 때까지 본래의 정신을 회복하지 못했다. 병상에만 누워 있다가 숨을 거두었다.
할머니가 본래의 정신을 회복할 날은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세상과 소통을 멈추고 할머니 자신만의 정신세계 속에서 살고 있다. 지금 할머니는 행복할까? 나는 그게 정말 궁금하다. 십이 년 동안 자신만의 세계에 머물던 니체는 어땠을까? 행복했을까, 불행했을까? 행과 불행으로 규정할 수 없는 어떤 신비로운 상태였을까?
바깥사람들은 결코 상상해볼 수 없는 불가지의 경지임에는 틀림없다.
나는 할머니가 할머니만의 세계 속에서 행복했으면 좋겠다. 바깥세계 따위는 아무래도 괜찮다. 한평생 할머니 자신이 아닌 타인을 위해서 헌신해왔는데, 노년의 삶은 바깥세상과는 무관하게 할머니만의 세계에서 산들 그게 무슨 문제인가? 오히려 그게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더럽고 추악하고 시끌벅적한 세계와 단절하고 자신만의 세계에서 살아가는 것. 사람과의 소통을 끊고 자연과 사물들과 자유롭게 소통하는 것. 그 세계에는 이제까지와는 다른 실존의 심연이 있을 것이다. 인간의 실존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고, 깊고, 한계가 없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