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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디베어 Jul 06. 2023

밖에서는 100점, 안에서는 0점인 아버지

<사무엘 두 아들 때문에 눈물 흘리다>

 기원전 11세기 이스라엘의 종교지도자였던 엘리가 죽음을 맞이했다. 오늘은 사무엘이 이스라엘의 종교지도자가 되는 날이다. 임관식에 참석한 사람들은 앞으로 이스라엘이 어떻게 될지 잔뜩 기대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엘리와 그의 아들들은 종교지도자로서 덕스러운 면모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백성들이 기대했던 것처럼 사무엘은 종교지도자로서 열심히 산 사람이다. 하나님께서 베들레헴이란 동네에 가서 기름 부으라고 하면 당장에 간 사람이 사무엘이다. 요즘에는 차, 버스, 기차 등 여러 가지 이동수단이 있지만 사무엘 시대는 지금보다 열악할 뿐만 아니라 중동의 햇빛은 숨이 막힐 정도로 뜨겁다. 어쨌거나 그는 상황과 환경에 상관없이 자신의 사명을 완수했다. 그는 또 하나님과 대화하는 사람이었고 심지어 미래를 볼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 전혀 문제없는 것 같았다. 그런데 자녀양육의 성적표는 그의 노년에 드러났다.


 이제 사무엘은 많이 늙었다. 그래서 그는 자기 아들들을 이스라엘의 사사로 세웠는데 장남은 요엘이며 차남은 아비야였다. 그들은 브엘세바에서 사사가 되었으나 자기 아버지와 같지 않아서 돈을 탐하여 뇌물을 받고 재판 업무를 공정하게 처리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스라엘의 모든 장로들이 모여서 라마에 있는 사무엘에게 찾아가 이렇게 말하였다.


 "보십시오. 이제 당신은 늙으셨고 당신의 아들들은 당신의 행위를 본받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니 다른 나라들과 같이 우리에게도 왕을 세워 우리를 다스리게 하십시오." [현대인의 성경 사무엘상 8:1-5]


 성경에는 사무엘이 자녀를 어떻게 양육했는지에 대한 언급은 없다. 그렇지만 성경을 자세히 읽어보면 그의 가정환경과 배경을 통해 어떠한 양육을 받았는지 살펴볼 수가 있다. 먼저 사무엘의 엄마인 한나를 보자.


 한나는 자녀가 없었다. 자녀가 없어서 서러운 일도 당한 적이 있었다. 그녀는 울면서 하나님께 자녀를 달라고 기도했다. “주께서 저에게 아들을 주시면 하나님께 드리겠습니다.” 그런데 한나는 실수를 했다. 한나는 젖을 떼자 종교지도자가 있는 실로에 그 어린 사무엘을 보내고 돌아왔다.



출처 : unsplash


 애착이론의 창시자인 영국의 정신과 의사 존 볼비는 자녀 출생 후에 엄마의 돌봄이 정말 중요하다고 언급할 뿐만 아니라 엄마의 돌봄은 자녀의 인생에 엄청난 영향을 끼친다고 거듭 강조한다. 자녀와 부모의 관계가 얼마나 중요한지 모르는 무지한 한나는 나중에 사무엘이 10대 후반이 되고 나서 보내도 되는데 젖을 떼자마자 바로 실로로 보내버렸다. 극단적으로 표현하자면 자녀를 고아원에 보낸 것과 비슷하다고 봐도 된다. 부모가 실로에 일 년에 몇 번 오겠는가? 부모의 사랑과 인정이 필요할 때 그는 외로운 시간을 보냈을 뿐만 아니라 엘리의 포악한 두 아들로 인해 안정된 사춘기를 보낼 수 없었다.


 사무엘은 자신의 직업에 맞게 맡은 바 임무에 최선을 다했다. 그는 당대 최고의 종교지도자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는 자녀 양육 방법을 몰랐다. 어릴 때부터 부모와 떨어져 지냈기에 양육모델은 엘리였다. 어떻게 양육을 해야 하는지 배우지 못한 그는 자녀에게 독립심과 정서적 안정감을 선물로 주지 못했다. 자식농사 잘못했기에 얼마나 속상했겠는가? 그는 밖에서는 100점이지만 안에서는 0점인 아버지라고 할 수밖에 없었다. 이게 바로 사무엘의 엄마인 한나의 최대의 실수이자 오늘날 가정에서 빈번하게 나타나는 문제이다.






<나의 이야기>

 나는 무슨 일을 맡아서 진행할 때 항상 분골쇄신의 각오로 맡은 일에 충실했다. 생소하거나 처음 맡은 분야일지라도 관련 서적을 찾아보고 그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전문가에게 전화해서 물어보기도 했다. 결혼 전 하던 습관은 결혼 후에도 이어졌다. 언제나 내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했다.


 업무 관련 세미나도 듣고 싶었지만 경제적으로 여의치 않을 때는 관련 서적을 읽고 업무에 적용했다. 저자의 직장에 전화해서 얼굴에 철판을 깔고 물어보았다. “이 부분은 어떻게 적용하셨어요? 어떤 불편함이 있으셨어요?” 전화하고 전문가의 말을 노트에 필기하고 업무에 적용했다.


 노력하는 만큼 성과가 눈에 보이도록 나타났지만 가정에서는 문제가 하나씩 하나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나의 일중독으로 인해 아내는 독박육아를 할 수밖에 없었고 지치고 우울했다. 당연히, 안 좋은 영향은 자녀에게 흘러갔다. 나는 일에 집중하고 싶은데 이해해주지 않는 아내에게 서운했고, 아내는 자신을 도와주지 않는 남편 때문에 분노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우리는 감정적으로 부딪쳤다.


부부간의 불화로 인해 가장 피해를 본 사람은 바로, 내 딸이었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는 속담처럼


어려서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는
부모의 말싸움 소리를 듣고
불안해하며 눈물을 흘렸다.



 얼마 뒤부터 아이는 팔을 돌리기 시작하면서 틱증상이 나타났고 나중에는 언어장애 판정까지 받게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런 생각이 들 수도 있다. ‘자폐도 아니고 발달장애도 아니고 뭐 그런 걸 가지고 그래?’ 그러나 발달장애아의 부모도 정서적으로 건강하지 않으면 아이의 상태는 더 심각해질 수 있음을 아는가?



사진: Unsplash의 Annie Spratt



 아무튼 그 시점으로부터 내 삶은 잠깐 일시정지가 되었다. 나는 원치 않게 좌절과 외로움의 시간을 가졌다. 이제까지 나는 일이 먼저다. 가정에는 생활비를 주면 된다는 말을 믿어왔고 그렇게 믿는 대로 행동하고 있었다. 나는 정말 열심히 살았고 아내와 아이가 가장 밀접하게 붙어있기에 아내의 잘못으로 아이가 이렇게 되었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위기가 다가왔을 때 자책하기 싫어서 다른 사람 탓으로 돌릴 때가 있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육아에 대해 무지했지만 나는 열심히 한다는 이유로 아이의 문제를 아내 탓으로 돌려버렸다. 나는 점점 일과 가정의 균형이 깨지고 있었지만 인정하지 못하고 받아들이려고도 하지 않았다. 받아들이기까지는 몇 년의 시간이 걸렸다.


그런데 나만 이런 문제를 겪는 게 아니었다. 가정을 돌보지 않고 직장에만 올인했던 사람들의 가정에도 어려움이 있었다. 이 문제는 주로 관계와 정서적인 문제였다. 가정을 돌보지 않고 일만 하니 자녀의 정서에 문제가 생겨 아동심리센터 또는 소아정신과 진료를 받았다. 그뿐 아니라 부모의 건강한 사랑을 받지 못한 자녀들은 학교와 사회에서 갈등을 일으켰다.


혹시 지금 가정 생계를 위해 지나치게 열심히 일만 하는 가장이 있다면 나는 그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선생님! 선생님의 삶에 가정과 일의 조화가 잘 이루어지고 계시나요?
만약에 그렇지 않다면 우선순위를 점검해 보시고 아내와 상의하면서
건강한 가정을 세우는 길을 선택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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