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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디베어 Jul 10. 2023

70대지만 아직도 아이랍니다.

 Adult kid

 은퇴를 앞둔 70대 남성 C가 있다. 그는 한 때 뒷골목 세계에서 조직생활을 했다. 그러던 그가 결혼을 하고 조직생활을 정리하고 정상적인 일을 하기 시작했다. 마음먹고 새 출발을 했고 그의 회사는 작지만 나름 탄탄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회사는 점점 하락세에 있다. 본인은 왜 하락세를 타고 있는지 모르고 직원 탓만 하고 있다.


 먼저, C의 가정을 살펴보면 그는 5남매 중에 장남으로 태어났다. 장남으로 태어났지만 어렸을 때부터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했다. 그 결과로, 내면이 불안하고 공허했던 C는 항상 학교에서 폭력 및 갈취로 문제를 일으켜서 퇴학당하고 정규교과 과정을 마치지 못하고 뒷골목 세계로 가게 되었다.


 오랜 기간 방황했던 그가 결혼을 하고 뒷골목 일을 정리했다. 뒷골목 세계를 청산했기에 새롭게 태어난 줄 알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내면의 연약한 부분이 드러났다. 그는 과도한 칭찬과 찬사를 원했기에 그의 말에 의문을 갖거나 반대되는 말을 하는 부하직원에게 “배신자” 또는 “건방진 놈”이라는 말을 자주 했다. 그래서 그런지 그의 주위에는 정말 그에게 필요한 말을 해주는 사람은 없고 아첨하는 사람만 남게 되었다.


 그는 본인을 칭찬해 주고 잘 대접하면 검증절차도 없이 중직에 세웠다가 낭패를 본적도 여러 번 있었다. 회사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사람에게 중직을 맡겼는데 나중에 그 사람이 거래처 사람들에게 사기행각을 벌여서 분란이 생겼었다. 또, 한 번은 직원들이 회사에 건의를 했지만 C는 자신의 권위에 도전한다고 생각하여 폭언을 서슴지 않았다. 이 일로 몇몇 사람이 충격을 받고 회사를 떠났다.



사진 : Unsplash의 engin akyurt


 그에겐 아들이 있는데 아들도 아버지 회사에서 일했다. 아들은 아버지에게 건강한 사랑을 받지 못했고 인정받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자신이 추진하는 업무와 프로젝트를 수시로 바꾸어서 동료 직원들은 너무 힘들어했다. 업무에 지친 직원들이 회사에서 나가자 아들은 그들을 이렇게 표현했다.


“이겨내지 못한 자들” 또는 “도망간 자들”


자신이 좋게 평가되기 위해 다른 직원의 안건도 자신이 계획한 것처럼 발표해서 다른 직원들과의 관계도 좋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목표만을 위해 살기에 자녀가 7살이 될 때까지 소풍이나 놀이공원을 간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의 인생의 핵심목표는 사람들과 아버지에게 인정받는 것이었고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아무튼 C에 대해 더 이야기하자면 그는 좋은 집을 갖고 있고 경제적으로도 넉넉하고 겉으로 보기에는 전혀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그는 지갑에 현금이 없으면 불안해한다. 그래서 항상 지갑에 5만 원권 현금 및 수표를 두둑하게 넣어놓고 다닌다. 왜 C에게 이런 연약함이 있을까?






내면아이 치료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존 브래드 쇼는 어린아이 시기가 얼마나 중요한지 거듭 강조한다.

“어린아이의 성장이 저지되거나 감정이 억제되었을 때, 특히 화가 나거나 상처받았을 때의 감정들을 그 아이가 그대로 가진 채 자라서 성인이 된다면, 화나 있고 상처받은 그 아이는 어른이 된 후에도 계속해서 그의 자리 잡게 된다.”


우리는 성인이 되어 바쁜 삶을 살게 된다. 너무 바쁘다 보면 본인이 겪는 개인적, 사회적인 갈등을 심도 있게 보기가 어렵다. 우리의 갈등은 유년시절과 연결이 되어있기에 존 브래드 쇼의 말처럼 묶여 있는 과거가 풀리지 않으면 70살이 되어도 80이 되어도 몸은 성인인지만 내면은 아이 일 수밖에 없다.


C가 지난 조직 생활을 청산한 일은 칭찬받아 마땅하지만 내면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그는 반복되는 감정의 굴레로부터 나오지 못할 뿐이다. C 뿐이겠는가? 필자도 마찬가지였다. 지나친 불안으로 인해 자유를 누리지 못했다. ‘해고당하면 어떡하지?’, ‘완벽하게 준비해야 인정받을 수 있어’ 등 항상 염려와 걱정이 나의 삶을 이끌어갔었다. 그러기에 가족과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일에 치중할 수밖에 없었다.



사진 : Unsplash의 Adrian Swancar


결론적으로 그의 마음에는 유년기, 청소년기에 받은 상처가 수두룩하다. 본인은 어두웠던 과거를 청산했기에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내면을 보지 못하고 불안을 직면할 힘이 없기에 불안과 분노와 두려움을 통해 끊임없이 직원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한다. 자존감이 낮기에 자기 자신을 열심히 방어한다. 과도한 칭찬만 원하고 자신을 추종해 줄 사람만을 찾는다. 이렇게 해주는 사람을 자기 사람이라 생각하고 신뢰한다(심지어 만난 지 얼마 안 된 사람도 말이다). 나이가 70살이 넘었지만 그의 내면은 어린이 상태였다.


C의 사례는 마음의 상처가 치료되지 않을 때 나타나는 오늘날 많은 사례 중에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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