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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디베어 Aug 19. 2023

나를 스토킹한 여성이 불쌍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글을 쓰면서 잊고 있었던 한 여성이 생각났다. 나는 왜 이 여성이 생각났을까?라는 질문을 던져본다. 내 인생에서 나를 그렇게 좋아해 주었던 사람이 있었을까? 그녀는 나를 좋아했었다. 그냥 좋아하는 것을 넘어서서 부담을 느낄 정도로 지나치게 좋아했었다.


 같은 직장에 있었던 여성 B(편의상 B라고 하겠다)는 집착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주었다. 야근하다가 책상에 엎드려서 누워있으면 어느새 와서 이불을 덮어주었다. 처음에는 동료인 줄 알았지만 나중에 보니 B였다. 또한 B는 영리한 사람이었다. 나와 친한 사람들에게 친절을 베풀어서 높은 점수를 따놓았다. 어느 날 상사는 나에게 이렇게 이야기했다. “B 괜찮은데 만나보는 게 어때?” 나는 정중하게 거절도 했었는데 계속 집착하는 B의 모습을 보면서 불편했다.

  

 회사 동아리에서 농촌봉사를 간 적이 있었다. 농촌봉사를 기획한 사람은 나였고 나는 조부모가 계신 곳을 농촌봉사 장소로 정했다. 예상은 했지만 B도 따라왔다. 단체모임시간에 B는 보이지 않았다. 알고 보니 조부모 댁에 있었던 것이었다. 나는 B에게 요청했다. 청소나 단체모임 시간에는 함께 동참해 줄 것을 권했지만 그녀는 항상 나의 조부모 옆을 지켰다.


 2년 동안 많은 스토리가 있었고 나는 나의 멘토에게 지금까지 있었던 일련의 일들을 이야기했다. 멘토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네가 불쌍하게 여겨줘” 내가 존경하는 멘토의 이야기라서 들었지만 이해는 안 되었다. 창과 방패의 충돌은 계속되었다. 직장에서는 이미 소문이 나서 사내연애는 꿈도 꿀 수 없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지금의 아내와 만나서 결혼하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B는 그만두고 떠나게 되었다.


 한 가지 생각이 나를 사로잡았다. ‘무엇이 B를 집착하게 만들었던 것일까?’ 오랜 기간 동안 그녀가 이해되지 않았다. 내가 연예인 뺨치도록 잘생긴 것도 아니고 소위 여성들이 좋아하는 달달한 멘트를 잘 날리는 사람도 아니었다. 그렇기에 더 이해가 되지 않았다.


 B를 이해하는데 수년의 시간이 걸렸다. 나는 내면을 공부하고 다루게 되면서 B가 조금씩 이해되기 시작했다. 사실 예전에 나는 B생각만 나면 분노하면서 엄청 욕했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내면을 알아가면서 그녀가 참 외로운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린 시절 부모님의 이혼 그리고 어머니는 B가 20살이 될 무렵 하늘나라에 갔다고 들었다. 그녀는 사랑받지 못했고 내면은 공허했다. B는 자신을 보호해 주고 변하지 않을 것 같은 아빠 같은 남성이 필요했었다.


 시간이 지나고 지난 과거가 잊힐 무렵 어느 날 꿈에 그녀가 나타났다. 꿈에서 남자친구와 걸으면서 데이트하는 모습을 봤다. 그녀와 눈이 마주쳤지만 이전의 분노는 내 안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지금의 나는 예전에 멘토가 나에게 했던 말이 이해되고 진심으로 그녀를 사랑해 줄 수 있는 남성을 만나길 바란다.







사진출처 : unsplash Florencia Viad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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